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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양지호, 부인 덕에 첫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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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호와 부인 김유정씨. [KPGA 제공]

양지호와 부인 김유정씨. [KPGA 제공]

파 5인 18번 홀. 전장 511m에 내리막 티샷이라 2온 공략이 가능하다. 공동 선두였던 양지호(33)가 2온을 노리고 3번 우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캐디를 맡은 부인 김유정씨는 클럽을 뺏어 들었다. 양지호는 순순히 동의하고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했다. 3온을 한 양지호는 버디를 잡지는 못했지만, 여유 있게 파를 할 수 있었다.

양지호가 29일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끝난 KPGA 투어 KB금융 리브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6언더파 66타, 합계 7언더파로 박성국을 2타 차로 꺾었다.

양지호가 18번 홀에 들어섰을 때 뒷 조에서 경기하던 박성국과 7언더파 동타였다. 양지호로서는 18번 홀에서 승부를 걸려 했다. 그는 “3번 우드로 그린에 꽂으려 했다”고 했다. 그러나 부인 때문에 참았다.

같은 시각 박성국은 17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다. 결과적으로 2온을 시도하지 않은 부인의 결정이 현명했다. 만약 양지호가 2온을 시도하다 실수가 나왔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양지호. [KPGA 제공]

양지호. [KPGA 제공]

부인 덕에 우승한 건 양지호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도 허인회는 부인 육은채씨의 도움으로 우승했다.

허인회는 1라운드 8번 홀까지 5오버파로 컷탈락이 유력했으나 부인이 “오늘 이븐파로 마치면 용돈을 주겠다”고 하자 이후 연속 버디를 잡아 이븐파로 경기를 마치고 여세를 몰아 우승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우승자 함정우도 여자 친구의 도움을 받아 우승했다. 그의 여자친구인 KLPGA 프로 강예린은 퍼트 때문에 고생하는 함정우에게 10년 전에 쓰던 퍼터를 써보라고 권했다.

퍼터는 33인치로 함정우에겐 짧았지만 오히려 잘 맞았다.

양지호는 “아내가 두 홀 마다 ‘너무 욕심부리지마’ 라고 말해줬다. 18번 홀에서는 3번 우드를 꺼냈다가 부인이 원래 하던 대로 안전하게 하라고 해서 아이언으로 바꿨다. 부인이 항상 잘 도와줬는데 말을 못했다. 오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둘은 행복한 키스를 했다. 김유정씨는 “오빠, 우리 돈 많이 벌자”고 말했다.

양지호는 투어 15년차, 133개 대회만에 우승했다. 그는 “불면증이 있었다. 심할 때는 하루에 2시간 밖에 못 잤다. 최근에 샷감이 너무 좋다 보니 10시만 되면 알아서 잠이 온다”고 했다.

그는 또 “골프를 그만 두기 전에 PGA투어에서 경기해보고 싶다. 국내 대회에서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이나 ‘코오롱 제64회 한국오픈’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정윤지(22)는 이날 경기도 이천시 사우스스프링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채리티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 8언더파로 하민송, 지한솔, 이소영과 연장을 치러 다섯 번째 홀에서 버디로 경기를 끝냈다.

하민송의 버디 퍼트를 앞두고 터져 나온 분수. [SBS골프 캡쳐]

하민송의 버디 퍼트를 앞두고 터져 나온 분수. [SBS골프 캡쳐]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임희정, 유해란과 함께 여자 단체전 은메달리스트인 정윤지는 KLPGA 52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했다.

정규 경기 하민송이 18번홀에서 버디를 시도할 때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나와 약 5분 동안 경기가 중단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하민송은 경기 재개 후 5.4m 버디 퍼트를 넣지 못했고 연장에서 패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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