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안으로 주불진화 목표"...경북 울진 산불 이틀째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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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북 울진군 근남면에서 산불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산림당국은 이날 9시 기준 산불 진화율이 80%로 헬기 40대, 진화대원 1500명을 투입해 총력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산림청=뉴스1

지난 3월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피해가 났던 경북 울진에서 또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산림당국은 29일 가용 가능한 헬기와 인력 등을 현장으로 보내 이날 중 주불을 진화하겠단 목표다.

29일 산림청에 따르면 전날(28일) 낮 12시 6분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를 위해 현재 산불진화헬기 40대와 산불진화대원 1500명(산불특수진화대원 등 507명, 산림공무원 258명, 군 239명, 소방 461명, 경찰 35명)을 동원해 총력 대응 중이다. 진화율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80%다. 산불영향구역은 145㏊로 추정된다.

산림당국은 전날 오후 8시 30분 기준 ‘산불 3단계’ 및 산불국가위기경보 ‘심각’을 발령했다. 밤새 진화대원들이 직접 장비 등을 짊어지고 산불을 진화하면서 전날 오후 8시 30분 기준 30%였던 진화율을 80%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경북 울진산불 이틀째인 29일 오전 산림청 산불진화헬기들이 근남면 행곡리에서 진화작업을 위해 취수하고 있다. 뉴스1

다행히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오후 산불이 인근 주택가로 번지면서 행곡리와 읍남리, 수산리 등 3개 마을 주민 300여 명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5시 기준 주민 44명이 울진군민체육센터 등에 대피한 상태다. 인근 사찰 대웅전 등 9개동의 시설물이 피해를 입었다.

금강송군락지 인근으로 불이 번지지는 않았다. 금강송은 국내 소나무 가운데서도 재질이 뛰어나 조선시대 왕실의 관곽(주검을 넣는 속널·겉널을 아우르는 말)과 건축재로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울진군 소광리 2247㏊의 면적에 수령이 200년이 넘은 노송 8만 그루가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산불이 발생한 뒤 서풍이 불어 산불의 진행 방향이 금강송군락지 반대쪽을 향했다.

화선이 한울원전과도 10㎞ 이상 떨어져 있어 현재까지 피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가중요문화재도 현장 주변에는 없다고 한다. 임상섭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국장은 “29일 안으로 공중과 지상의 가용장비를 최대한 동원해 주불 진화가 될 수 있도록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 원인은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산기슭 농로 공사 현장에서 처음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목격자는 “도로 낙석방지 철망 공사 중 용접 불꽃이 튀어 산으로 번진 것 같다”고 산림당국에 진술했다. 산림당국은 산불 진화를 마치는 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규모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 28일 경북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 한 야산에서 난 불이 야간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앞서 울진에는 지난 3월 4일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당시 울진군 북면 두천리의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원도 삼척까지 번진 뒤 213시간 만에 꺼져 역대 가장 긴 산불로 기록됐다. 축구장 2만2800개 맞먹는 산림 1만6302㏊(울진 1만4140㏊, 삼척 2162㏊)가 탄 것으로 집계돼 피해 규모도 역대 최대다.

산림당국은 당시 기상 조건에 따라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산불이 발생한 지 3달이 다 돼가도록 화재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변 폐쇄회로TV(CCTV) 영상에 따르면 보행로가 없는 왕복 2차선 도로 옆에서 불이 시작돼 산으로 번졌다. 차 3~4대가 지나간 뒤 야산 자락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5분도 안 돼 시뻘건 불길이 위쪽으로 확산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경찰과 산림당국은 CCTV를 통해 산불 발생 직전 지나간 차량 10여 대의 번호를 조회해 운전자를 찾았지만, 자신의 실화 가능성을 부인하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다각도로 화재 원인을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울진=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