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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같이" "거절만 말아달라"…농담 주고받은 칸 주인공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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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 뛰어오시면서 저를 포옹하시는데, 그때가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감독님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요.”

칸 트로피 나란히 든 송강호·박찬욱

제 75회 칸 영화제에서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55)는 시상식이 끝난 뒤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하는 ‘감독님’은 그에게 주연상을 안긴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아닌,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59) 감독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로 75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가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로 75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가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박찬욱 감독은 송강호의 말에 이어 “저도 모르게 복도를 건너서 뛰어가게 되더라”며 “그동안 많은 좋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영화 자체가 좋다보니 주연상을 받게(된 것 같다), 기다리니까 때가 오네”라고 말했다.

"따로 와서 같이 받게 된 것 같아, 재밌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EPA=연합뉴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EPA=연합뉴스

남우주연상 송강호, 감독상 박찬욱 두 사람은 영화제 폐막식이 열린 ‘팔레 데 페스티벌’ 건물의 취재진 공간 ‘와이파이 카페’에 현지시간 28일 밤 11시 즈음 함께 나타나, 공식 기자회견 전에 한국 취재진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에서 함께 작업했지만, 이번엔 “따로 와서 같이 받게 된 것 같다, 더 재밌다”(박찬욱)고 했다.

박 감독은 “우리가 같은 영화로 왔다면, 같이 받기 어려웠을 거잖아요. 한 영화에 감독상·주연상 (같이) 잘 주지 않으니까”라고 말하며 웃었고, 송강호도 “박찬욱 감독님과 오랫동안 작업했던 배우로서 남다른 감정”이라며 “저는 물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 영화로 상을 받았지만, (박찬욱 감독의 수상으로) 같은 식구들이 같이 받는 느낌이라 더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음 번에 같이…" "거절만 하지 말아주세요"

박 감독과 송강호는 서로의 작품을 추켜세웠다. '헤어질 결심'이 올해 칸 경쟁부문 출품작 중 최고 평점으로 황금종려상이 거론됐는데도 수상이 불발된 데 대해 박 감독은 “평점이 수상 결과와 잘 이어지지 않죠, 우린 경험이 많아서 잘 압니다”라며 담담하게 말했지만, 송강호가 옆에서 “물론 심사위원들이 평점을 기준으로 삼진 않지만, 수많은 평론가와 전문가들에게서 최고 평점을 받은 건 분명히 유의미한 것 같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송강호가 “다음번에 (작품을) 같이…”라고 말하자 박 감독이 “시간만 주세요”라고 답하고, 송강호가 “'박쥐' 한 지 꽤 오래 됐어요, 13년 됐는데”라고 덧붙인 데 박 감독이 재차 “거절만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재치있게 말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송강호는 “한국 콘텐트가 어떻게 이렇게 세계를 열광시키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기본적으로 한국의 많은 관객분들이 끊임없이 예의주시하고, 격려하고, 때로는 질타하고, 뜨겁게 성원해주신 덕에 의미있는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답했다. 박찬욱 감독도 “한국의 관객이 웬만해갖곤 만족하지 못하신다”며 “한 장르가 아니라 인생이 총체적으로 묘사되기를 항상 요구하고, 그래서 우리가 더 많이 시달리고, 그러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두 사람이 각각 상을 받은 ‘브로커’ ‘헤어질 결심’ 두 작품 모두 한국영화로 분류돼, 칸 영화제 최초로 한국영화 2편이 경쟁부문 상을 동시에 받게 됐다. 박찬욱 감독은 “꼭 한국영화만이어서가 아니라, 여러 나라 인적 자원과 자본이 교류한 게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예전부터 유럽에선 많은 사람들이 힘 합쳐서 좋은 영화를 만든 게 부러웠는데, 한국이든 어디가 중심이 되건, 앞으로 범아시아 영화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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