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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대통령 전용열차' 비밀…객실엔 유사시 대비 '이것'도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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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명의 대통령이 이용한 특별동차. 앞에 봉황무늬의 명패가 보인다. [강갑생 기자]

6명의 대통령이 이용한 특별동차. 앞에 봉황무늬의 명패가 보인다. [강갑생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서울역에서 KTX-산천 특별열차 편으로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으로 향했습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8년 2월 퇴임 뒤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로 가기 위해 KTX 특별열차를 이용했는데요.

 두 전직 대통령이 탄 KTX 특별열차는 특정 열차의 두세칸을 대통령 전용으로 지정하고 개조해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평상시에는 해당 칸을 제외한 나머지 객실에 승객을 받아서 운행하는데요.

 전철화가 안 된 구간을 갈 때는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전용열차인 '경복호'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2001년 제작돼 새마을호와 비슷한 외형을 가진 4량 열차로 최고 시속은 160㎞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철도 역사 품은 철도박물관  

 그렇다면 KTX가 없던 시절 역대 대통령들은 어떤 전용열차를 이용했을까요? 그 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경기도 의왕에 자리한 '철도박물관' 인데요. 철도 역사를 제대로 보여주는 국내 유일·최대 박물관입니다.

경기도 의왕에 있는 철도박물관 정문. [강갑생 기자]

경기도 의왕에 있는 철도박물관 정문. [강갑생 기자]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도박물관은 1988년 문을 열었으며 총면적 2만 8000여㎡에 실내 전시관과 야외 전시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1만 2000점이 넘는 소장품을 보유 중이며 국가등록문화재도 13점이나 됩니다.

 박물관 매표소를 통과해 들어가면 바로 왼편에 거대한 쌍둥이 열차 두 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2량짜리 특수차량으로 박정희 대통령부터 김대중 대통령까지 6명의 역대 정상을 모신 대통령 특별동차로 국가등록문화재이기도 한데요.

 쌍둥이처럼 빼닮은 두 열차는 대통령 전용열차와 경호용 열차로 나뉩니다. 대통령 전용열차는 1969년 일본에서 제작됐으며 경호용 열차는 1985년 당시 대우중공업이 만들었습니다. 만일의 공격 등을 대비해 구분이 안 되게 외양을 똑같이 했다고 하는데요.

대통령 특별동차와 경호용 열차는 겉모습이 똑같다. [강갑생 기자]

대통령 특별동차와 경호용 열차는 겉모습이 똑같다. [강갑생 기자]

 쌍둥이처럼 만든 대통령 전용열차

 박물관에 전시된 전용열차의 정면에는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무늬 명패가 붙어있지만 실제로 운행할 때는 보안상 문제로 이를 떼었다고 합니다.

 현재 이들 열차의 내부는 개방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관람객들은 전용열차 옆에 만들어진 관람대를 통해 집무실과 침실 등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 특별동차 집무실. [강갑생 기자]

대통령 특별동차 집무실. [강갑생 기자]

 국내 철도사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인 배은선 철도박물관장의 협조를 얻어 전용열차 내부에 들어가 봤는데요. 배 관장은 "특별열차는 디젤 연료로 엔진을 돌려서 전기를 생산한 뒤 이를 이용해 모터를 움직여서 달리는, 국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디젤전기동차(DEC)"라고 설명합니다.

유사시를 대비해서 대통령 특별동차 곳곳에 설치한 총구. [강갑생 기자]

유사시를 대비해서 대통령 특별동차 곳곳에 설치한 총구. [강갑생 기자]

 6개의 좌석이 있는 운전석은 앞뒤 양쪽에 다 설치돼있으며 양방향 모두 운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열차 내부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침실, 그리고 식당과 조리실, 욕실 등이 갖춰져 있는데요.

대통령 특별동차 침실. [강갑생 기자]

대통령 특별동차 침실. [강갑생 기자]

 식사는 서울역 그릴 주방장이 준비  

 커튼과 창문 모두 이중으로 되어 있으며, 객실 곳곳에는 유사시 대응이 가능하도록 총구도 만들어져 있습니다. 배 관장은 "음식 조리는 철도청 시절에는 서울역 그릴의 주방장이 직접 탑승해서 담당했었다"고 설명합니다.

대통령 특별동차 주방. [강갑생 기자]

대통령 특별동차 주방. [강갑생 기자]

 대통령 전용열차 이전에는 전용객차가 있었습니다. 역시 박물관 야외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데요. 1927년 일본에서 제작하고 경성공장에서 조립한 객차로 일제 강점기에는 1등 전망차로 사용했습니다.

 이후 1955년 대통령 전용으로 개조돼 이승만 대통령부터 박정희 대통령까지 썼다고 하는데요. 마치 테라스를 연상케 하는 전망공간이 인상적입니다. 역시 내부에는 집무실과 침실, 식당, 주방과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이 사용한 전용객차. [강갑생 기자]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이 사용한 전용객차. [강갑생 기자]

 대통령 전용객차 옆에는 특이한 객차가 하나 있는데요. 주한유엔군사령관 전용객차로 1936년 일본이 제작했으며 1958년에 개조해 운행됐다고 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1966년 11월 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에도 이 객차가 동원됐다고 하네요.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탄 전용객차

대통령 전용객차 화장실. [강갑생 기자]

대통령 전용객차 화장실. [강갑생 기자]

 내부에는 집무실과 침실, 주방, 욕실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집무실에 걸려 있는 한반도 지도에 한문 표기가 많은 점이 특이한데요. 배 관장은 "평소 우리 대통령이나 고위 인사도 같이 사용한 게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합니다.

 이 밖에도 야외전시장에는 우리 철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품이 많은데요. 우선 웬만한 어른 키보다 큰 대형 바퀴를 달고 달리던, 국내에서 운행된 증기기관차 중 가장 큰 기종인 파시 5형 증기기관차가 있습니다. 1942년 제작됐습니다.

주한유엔군사령관 전용객차. [강갑생 기자]

주한유엔군사령관 전용객차. [강갑생 기자]

 석탄과 물을 싣는 탄수차가 따로 달린 미카3형 증기기관차(1940년 일본 제작), 레일 간격이 762㎜인 협궤(표준궤는 1435㎜)를 달리는 혀기 11형 증기기관차(1937년 일본 제작)도 볼만합니다.

 디젤 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서 발생한 전기를 동력원으로 이용하는 디젤전기기관차도 전시돼 있는데요. 비교적 소형 기관차로 1966년 미국에서 만들었습니다.

 파시형 증기기관차의 바퀴는 웬만한 어른보다 크다. [강갑생 기자]

파시형 증기기관차의 바퀴는 웬만한 어른보다 크다. [강갑생 기자]

 어른 키보다 큰 바퀴, 증기기관차  

 1974년 수도권 전철 개통과 동시에 일본에서 완성차량 형태로 도입돼 운영한 수도권 전동차 1001호도 있는데요. 국내 전철 역사의 시작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2000년 말까지 운행했다고 하네요.

 수도권전철 1호선 개통 당시 전동차. [강갑생 기자]

수도권전철 1호선 개통 당시 전동차. [강갑생 기자]

 객실 하부에 디젤엔진장치가 달려있어 별도의 기관차 없이도 주행이 가능한 협궤 디젤동차도 전시 중인데요. 1965년 철도청 인천공작창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협궤 열차는 그 이름만큼이나 내부가 좁은 편인데요. 성인 남자 둘이 마주 앉으면 통로가 거의 틈이 없어 보일 정도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비둘기호 객차는 의자 하나당 세 개의 좌석번호가 붙어 있는 게 눈에 띄는데요. 셋이 앉기엔 확실히 비좁을 듯합니다.

미국에서 제작된 증기기중기. [강갑생 기자]

미국에서 제작된 증기기중기. [강갑생 기자]

 철로를 보수하는 데 사용했던 옛 유지보수 장비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철로의 자갈을 다지고 선형을 잡아주는 멀티플 타이탬퍼, 증기를 이용해 물체를 들어 올리는 증기기중기 등이 대표적입니다. 전시 중인 증기기중기는 1927년 미국에서 제작된 장비입니다.

 1912년 일본서 만들어진 철도 레일  

안춘천교 교량 상판. [강갑생 기자]

안춘천교 교량 상판. [강갑생 기자]

 박물관에서 빼놓아서는 안 되는 전시품이 있는데요. 바로 제작된 지 100년을 훌쩍 넘은 레일입니다. 최근 전시된 안춘천교(경인선) 교량 상판을 보면 1906년 당시 미국회사의 명판이 그대로 붙어있습니다. 안춘천교는 1899년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철도교량으로 당시엔 나무였으나 1906년에 강철교량으로 교체했다고 합니다.

안춘천교 상판에 붙어있는 미국철도 회사 명판. [강갑생 기자]

안춘천교 상판에 붙어있는 미국철도 회사 명판. [강갑생 기자]

 또 레일 한켠에는 '1912'이라는 글자가 선명한데요. 110년 전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레일이라는 의미입니다. 주변에 전시된 레일 중에는 일본 남만주철도(만철) 회사의 표식이 찍힌 것도 있습니다.

1912년에 제작된 레일. [강갑생 기자]

1912년에 제작된 레일. [강갑생 기자]

 야외전시장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건 준고속열차인 KTX-이음의 목업(실제 크기의 모형)이라고 하는데요. 실제와 똑같은 구조로 된 운전실에 앉아서 기관사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대형 유물이 많은 야외전시장과 달리 실내 전시장에는 우리나라 철도 역사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문서와 장비, 유니폼 등이 놓여 있는데요. 특히 실내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마주치게 되는 모형 열차가 인상적입니다.

KTX-이음의 목업. [강갑생 기자]

KTX-이음의 목업. [강갑생 기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증기기관차  

 1930년 5월 우리나라 지형조건에 맞게 만들어진 파시 1형 증기기관차의 제작을 기념해 당시 경성공장에서 동일 기관차를 5분 1로 축소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하얀 증기도 내뿜고 실제로 움직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파시형 증기기관차의 축소 모형. [강갑생 기자]

파시형 증기기관차의 축소 모형. [강갑생 기자]

 실내엔 체험시설도 있는데요. 특히 아이들이 모니터를 보고 각종 기기를 조작하면서 실제로 열차를 운전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운전체험실'이 인기 만점이라고 합니다. 국내 최초의 경양식 식당으로 알려진 옛 서울역 그릴의 별실도 그대로 재현돼 있습니다.

옛 서울역 그릴의 별실 모습. [강갑생 기자]

옛 서울역 그릴의 별실 모습. [강갑생 기자]

 철도박물관 관람객을 위한 한가지 꿀팁이 있습니다. 철도박물관 옆 코레일 인재개발원에는 아주 특이한 증기기관차 한 대가 전시돼 있는데요. 미국에서 제작된 터우5형 증기기관차로 1935년 일제의 경성공장에서 한쪽을 잘라서 속이 다 들여다 보이게 만든 겁니다.

 한편에서 보면 멀쩡한 기관차이지만 반대쪽으로 가면 속이 다 보여서 증기기관차의 작동원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건데요. 일본이 증기기관차 교육용으로 이렇게 개조했다는 게 배 관장의 설명입니다.

정면에서 오른편이 절개된 타우형 증기기관차. [강갑생 기자]

정면에서 오른편이 절개된 타우형 증기기관차. [강갑생 기자]

 예산 부족 탓 유물 복원과 정비 어려워 

 이처럼 우리나라 철도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철도박물관이지만 애로사항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인데요. 야외에 전시된 차량의 도장비 등 명목으로 연간 2억 5000여만원 정도가 지원되는 게 고작입니다.

박물관 실내 전시관에 설치된 운전체험실. [강갑생 기자]

박물관 실내 전시관에 설치된 운전체험실. [강갑생 기자]

 대통령 특별동차와 대통령 전용객차 등 주요 전시물의 내부를 일반에게 공개하지 못하는 것도 아직 제대로 정비나 복원이 안 됐기 때문입니다. 커튼이나 의자 커버 복원만 해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나마 특정 유물의 복원사업을 위해 국가와 해당 지자체가 지원하는 예산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철도박물관을 의미에 걸맞게 재단장하기에는 역부족인 듯합니다. 이제라도 철도 유물의 보존과 정비에 보다 큰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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