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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대란, 100배 가격에 낙찰…'대통령 시계' 얽힌 별의별 일화

중앙일보

입력

대통령 기념시계는 대체로 소박하다. 시계 앞판엔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무궁화와 함께 수여하는 현직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기능도 시간과 날짜 확인 정도만 가능하다. 25일 공개된 윤석열 대통령 기념시계의 경우 대통령실이 제작 원가를 밝히지 않았지만, 전례에 비춰보면 4~5만원대일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국민희망대표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취임 후 최초로 제작한 대통령 기념시계를 선물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기념품 1호로 제작된 이번 손목시계 뒷면에는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국민희망대표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취임 후 최초로 제작한 대통령 기념시계를 선물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기념품 1호로 제작된 이번 손목시계 뒷면에는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뉴스1

하지만 대개의 경우 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치가 매겨진다. 최근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기념시계의 원가는 4만원가량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중고장터인 ‘당근마켓’ 시세는 20만원 전후로 형성돼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기증한 ‘1호 문재인 시계’ 남녀용 한 쌍은 2017년 중앙일보가 주최한 ‘위아자나눔장터’에서 42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기념시계를 수여한 대통령이 현직에 재임 중일 때면 '아! 대통령과 인연이 있나보다'라는 암시를 주변에 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도 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군사정부 시절엔 소량만 제작되는 대통령 기념시계가 절대권력의 하사품, 권력과의 친분을 상징하는 징표로 여겨졌다.

이 때문인지 김영삼ㆍ김대중 정부 때는 생산량을 대폭 늘려 사회 각계에 선물했다. 김영삼 정부 당시엔 “YS시계 하나 차지 못하면 팔불출”이란 말까지 돌았다고 한다. ‘김대중 시계’의 경우 10종류 이상 제작됐고,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시계는 아예 선물용과 판매용 두 가지 종류로 제작됐다.

2017년 당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위아자 나눔장터'에 기증한 '1호 문재인 시계'. 중앙포토

2017년 당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위아자 나눔장터'에 기증한 '1호 문재인 시계'. 중앙포토

과거엔 대통령 기념시계로 인한 해프닝도 많았다. 대표적인 게 ‘짝퉁’ 제작이다. 2008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가짜 ‘이명박 시계’ 1300여개가 청계천에서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당시 짝퉁을 제작, 판매한 상인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근혜 정부 당시엔 기념시계를 소량만 제작해 선물하는 바람에,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가짜 박근혜 시계’조차 인기를 끌었다. 당시 검찰이 재판에 넘긴 ‘박근혜 시계’ 짝퉁 유통업자가 과거 ‘가짜 이명박 시계’ 제작자로 드러난 사례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벽시계’가 논란이 됐다. 17대 총선을 3개월 앞둔 2004년 1월,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퀴즈를 맞히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인이 들어있는 벽시계를 주는 이벤트를 게시했다. 그러자 당시 야당은 “총선을 앞둔 불법 사전선거운동”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 기념시계를 찬 손목을 은연중에 내비치며 청와대 직원을 사칭해 사기 치는 일은 고전 중의 고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식에 참석했던 국민희망대표들에게 대통령 기념시계를 선물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이 한팔 보디빌더로 WBC 피트니스 월드바디 클래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김나윤씨에게 시계를 채워주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식에 참석했던 국민희망대표들에게 대통령 기념시계를 선물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이 한팔 보디빌더로 WBC 피트니스 월드바디 클래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김나윤씨에게 시계를 채워주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노무현·이명박 시계 만든 로렌스, ‘윤석열 시계’도 제작=최근 공개된 ‘윤석열 시계’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25일 오전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식에서 함께 연단에 오른 ‘국민희망대표’ 20인을 자신의 집무실로 초청해 ‘대통령 기념시계’를 선물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깐부 할아버지’로 유명한 배우 오영수씨, 장애 극복 후 피트니스 선수로 재기에 성공한 김나윤씨, 매년 익명으로 1억원씩 기부해온 박무근씨 등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대통령실이 밝힌 ‘공식 1호 윤석열 시계’를 받은 사람은 김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 본인은 물론이고 김대기 비서실장, 5명의 수석비서관 등 핵심 참모 중에서도 현재까지 ‘윤석열 시계’를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귀띔했다.

‘윤석열 시계’는 1950년 설립된 국내 시계제작 업체 ‘로렌스’가 만들었다. 로렌스는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념시계를 제작했던 업체다. 김대붕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 전무는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취임 직후에 선물할 소량의 시계 제작업체로 대통령 기념시계 제작 경험이 있는 로렌스가 이번엔 선정된 것으로 안다”며 “이후 배포할 기념시계 제작 업체는 제한경쟁 입찰을 통해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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