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애플 뛰쳐나온 AI천재, 구글 갔다…이직자 줄 세운 '강력한 유인책'

중앙일보

입력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인공지능(AI) 전문가인 이안 굿펠로우 전 애플 임원의 이직이 화제다. AI 머신러닝 분야의 최고 인재로 손꼽히는 굿펠로우는 애플의 머신러닝 개발 디렉터로 일했다. 애플의 야심작이라 할 수 있는 '애플카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애플에 사직서를 던지고 구글의 AI 계열사인 딥마인드로 이직했다. 구글에서 일하다 애플로 스카우트 된 지 3년 만에 다시 구글로 돌아간 것이다. 딥마인드는 이세돌 9단과 겨룬 '알파고'를 개발한 회사로 유명하다.

애플을 떠나 구글 딥마인드로 이직한 이안 굿펠로우. 머신러닝 분야 최고의 인재로 꼽히는 '스타 개발자'다. [사진 위키피디아]

애플을 떠나 구글 딥마인드로 이직한 이안 굿펠로우. 머신러닝 분야 최고의 인재로 꼽히는 '스타 개발자'다. [사진 위키피디아]

주 3회 출근 싫어 이직한 '최고 인재'   

이직의 결정적 계기가 된 건 '출근'이었다. 애플은 최근 재택근무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주 3회 출근으로 근무 체계를 변경했다. 굿펠로우는 동료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더 큰 유연성이 이 팀에 최선이었을 것으로 믿는다"는 말을 남겼다. 블룸버그는 "굿펠로우는 회사 복귀 정책으로 인해 퇴사하는 최고위직이지만, (애플의 출근) 규정이 시행되면 퇴사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유튜브에 공개돼 있는 애플카 컨셉 이미지. [사진 유튜브 AutoEvolution 계정]

유튜브에 공개돼 있는 애플카 컨셉 이미지. [사진 유튜브 AutoEvolution 계정]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개발자 인력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재택근무'가 개발자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유인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선 "근무 조건이 마음에 안 들면 다니던 회사에서 걸어 나와 바로 옆 회사로 들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영구 재택' 했더니 개발자 이직 줄이어     

국내 ICT 업계도 개발자 모시기의 일환으로 '재택근무'를 내세우고 있다. 4월 초 출범한 NHN클라우드는 경력직 공채를 모집하면서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기본 주 4일 재택근무'를 내걸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IT 업계 내 인력 전쟁이 뜨거워지면서 인재 유치를 위한 복지 제도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AI 전문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직원이 제주도에서 풀리모트(완전원격근무)를 하고 있는 장면. [사진 업스테이지]

AI 전문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직원이 제주도에서 풀리모트(완전원격근무)를 하고 있는 장면. [사진 업스테이지]

AI 전문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는 2020년 10월 창업 당시부터 풀리모트(완전 원격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근속 연수에 따라 재택근무 지원비도 500만~1000만원씩 현금 지원한다. 그 결과 이 회사에는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는 물론 메타(옛 페이스북)·아마존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 출신의 개발자가 모이고 있다.

하이브리드 근무·거점 오피스 확산 

하이브리드(혼합) 근무도 확산하고 있다. 네이버는 직원이 자유롭게 근무 시간과 장소를 정할 수 있는 근무제인 '커넥티드 워크'를 올해 7월부터 도입한다. 네이버 직원은 상·하반기 한 번씩 개인 사정이나 조직 여건, 프로젝트 등의 상황을 고려해 주 3일 이상 사무실로 출근하는 '타입 O'와 원격 근무를 기반으로 하는 '타입 R' 중 근무 형태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네이버가 지난달 공개한 제2 사옥 '1784' 전경. 네이버는 사옥을 확장했지만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해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인 '커넥티드 워크'를 7월부터 도입키로 했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가 지난달 공개한 제2 사옥 '1784' 전경. 네이버는 사옥을 확장했지만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해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인 '커넥티드 워크'를 7월부터 도입키로 했다. [사진 네이버]

이른바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민)'로 불리는 기업뿐 아니라 '당토직야(당근·토스·직방·야놀자)'로 불리는 유니콘 역시 하이브리드 근무를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현재 전사 재택근무 중인 배민은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주 2회 재택근무를 상시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근마켓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에도 사무실 출근과 재택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출근 형태도 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7일부터 서울 신도림과 경기도 일산·분당 3곳에 거점형 업무공간인 ‘스피어’를 오픈했다. 앱을 통해 좌석을 예약한 뒤 책상에 있는 태블릿에 얼굴을 인식하면 ‘가상 데스크톱 환경(VDI)’과 연동돼 평소 쓰던 PC와 동일한 환경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

포스코센터 스마트오피스 전경. [사진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센터 스마트오피스 전경. [사진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아묻따 데이(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날)'을 시행한다. 일주일에 하루는 직원이 원하는 장소에서 눈치 보지 않고 근무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송도 본사와는 별도로 5개의 스마트 오피스를 운영한다. 포스코타워 선릉·역삼, 서울역 그랜드센트럴빌딩 내 스마트오피스를 마련했고, 여의도 파크원과 을지로 금세기빌딩에도 공용 거점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워크센터 확대와 아묻따 데이 시행이 창의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 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