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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오징어' 진짜 억울하다…핵심은 잠적한 '양날의 칼' 넷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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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 포스트 코로나 앞둔 외국인 노동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흥행 여파가 여전히 기세등등합니다.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씨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전국 각지의 오징어 게임 촬영지엔 관광객이 몰립니다. 지난해 한류 관련 수출액이 15조 원에 달한 K-콘텐트의 간판 역할도 했답니다.

그런데 정작 게임의 소재인 오징어 관련 업계의 상황은 잔뜩 그늘이 진 모습입니다.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이른바 ‘오징어 밟아 펴기 영상’ 때문입니다. 포항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가 최근 마른오징어를 맨발로 밟아 펴는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게 발단입니다. 관련 업계로선 가뜩이나 오징어 어획량이 줄어드는 마당에 또다른 악재가 등장한 겁니다.

마른오징어 논란은 지난 11일 베트남 국적인 A씨가 틱톡에 오징어를 펴는 모습을 올리면서 불거집니다. 그는 자신의 계정에 ‘지난날을 추억하며’라는 글과 함께 1분가량의 마른오징어 가공작업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에는 남성 4명이 맨발로 오징어를 꾹꾹 밟아 누르거나 펴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억울한 포항 오징어…외국인 4명은 자취 감춰 

오징어 선별 작업을 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오징어 선별 작업을 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영상이 퍼지자 포항에서 마른오징어를 생산하는 업체 37곳에 비상이 걸립니다. “더러워서 절대 못 사 먹겠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 맞느냐”는 네티즌 반응이 들끓은 겁니다. 급기야 영상 공개 후 TV홈쇼핑에서 진행된 마른오징어 판매량은 평소의 절반 아래로 곤두박질칩니다.

고심 끝에 포항시와 마른오징어 생산업체들은 직접 생산시설을 공개해가며 해명에 나섭니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마른오징어를 가공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랍니다. 업체들은 시장에 유통되는 오징어 건조와 손질 작업은 모두 위생시설을 갖춘 공장에서만 한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오징어를 펴는 작업은 소형 프레스 기계를 사용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해당 영상에 등장하는 외국인 근로자 4명이 모두 잠적했다는 점입니다. 현재로선 이들의 신원은 물론이고 시중에 발로 밟은 오징어를 얼마나 판매했는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일각의 의혹처럼 이들이 오징어를 시장에 유통시켰더라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없는 겁니다.

일손 돕는 해결사 VS 이탈·범죄 노출 ‘양날의 칼’

 경북 포항의 한 수산물 시장 근무자로 추정되는 외국인노동자가 맨발(빨간원)로 마른오징어를 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틱톡 캡처]

경북 포항의 한 수산물 시장 근무자로 추정되는 외국인노동자가 맨발(빨간원)로 마른오징어를 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틱톡 캡처]

이쯤되면 이런 의문이 듭니다. 아무리 코로나19 상황이지만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겁니다. 포항시 등의 조사 결과 영상을 올린 A씨는 한국에서 1년 이상 체류한 것으로 추정된답니다. 이 추정 또한 그의 틱톡 계정에 지난해 1월부터 포항 시내 건설현장과 수산시장에서 근무한 영상이 게시된 점에서 나온 거랍니다.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는 국내 생산·건설현장의 일손 부족을 돕는 해결사 역할을 해왔습니다. 코로나19 사태 후 산업계와 농촌 등에서 외국인 출·입국 재개를 줄기차게 호소해온 이유입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작업장 이탈을 비롯한 부작용은 잠시 잊히기도 했습니다.

포항시는 지난 24일 “베트남 응에안성과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오징어·과메기 관련 어가의 일손부족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200명의 베트남 근로자를 도입하는 게 골자입니다. 계절근로자는 농번기에 외국인 노동자가 단기취업비자로 입국해 농가에서 일하도록 하는 법무부 프로그램입니다.

‘판매 반토막’ 오징어 업체들 눈물

16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한 수산물가공업체에서 작업자들이 마른오징어 포장을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16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한 수산물가공업체에서 작업자들이 마른오징어 포장을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포항시 안팎에선 업계의 환영 목소리와 시민 등의 우려가 엇갈립니다. A씨 사건처럼 또다시 비슷한 망신을 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섭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자칫 관리가 소홀해지면 범죄와 연관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현실입니다. “이번 마른오징어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노동자 관리의 고삐를 다시 조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법무부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은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됩니다. 단순히 마른오징어 사건으로만 여기지 말고 다시 외국인 근로자 관리 시스템을 점검해야할 때입니다.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출·입국이 코로나19 전처럼 돌아갈 포스트 코로나가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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