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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속 마이크의 재발견...수면무호흡증, 집에서도 진단 가능하다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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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리포트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정훈·조성우 교수팀

스마트폰 녹음만으로도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로써 개인도 스마트폰을 활용해 보다 간편하게 수면 중 호흡음을 측정,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기존에는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하려면 병원에서 하룻밤 머물며 수면 중 호흡, 심장 상태, 산소 농도와 같은 다양한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표준수면다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의 정도는 그날의 피로도, 식습관, 깊은 수면의 비율 등에 영향을 많이 받아 매일 달라진다. 특히 낯선 환경에서 각종 장비를 부착하기 때문에 수면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환자의 시간 부담과 건강보험 적용 제한의 이유로 표준수면다원검사를 1회 이상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회성 검사의 한계로, 환자의 당일 컨디션에 따른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정훈·조성우 교수팀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수면무호흡증의 증상을 진단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마련하고자 연구를 진행, 표준수면다원검사를 수행하는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환자의 수면 중 호흡음을 녹음해 수면무호흡증을 예측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수면센터에서 검사받은 42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 결과 연구팀은 스마트폰으로 녹음한 소리 데이터를 가공하는 최적의 설정을 찾아내 정확도 82% 수준의 알고리즘을 고안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스마트폰 내장 마이크는 대부분 ‘적응형 잡음제거’로 소리 데이터의 특징적 요소를 추출하기 때문에 수면 중 호흡음 녹음에 적합하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기술이 고도화되면 표준수면다원검사에 준하는 수면무호흡증 진단검사를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추가적인 장비 없이도 자신의 수면 환경에서 수면 패턴과 증상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으며, 나아가 환자가 일정 기간 녹음한 수면 중 호흡음을 기초자료로 활용해 표준수면다원검사 결과와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더욱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지게 된다. 조성우 교수(제1 저자)는 “수면무호흡증은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 심뇌혈관 합병증의 위험이 높아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한 질환”이라며 “과거보다 수면다원검사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이나 시간 부담으로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았는데, 이번 진단 기술의 개발을 통해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연구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발표된 연구결과는 최근 세계적 학술지인 ‘미국의학협회 이비인후-두경부외과학지(JAMA Otolaryngology Head & Neck Surger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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