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경북에서는 보수 정당의 공천이 당선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진보 정당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3~4배 득표율 차이로 승리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애초에 상대 후보가 등판하지 않아 무투표 당선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보수 진영 선거 출마자들이 본 선거보다 정당 경선에 더욱 사활을 거는 이유다.
하지만 보수 정당 소속의 현직 단체장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비록 공천을 받지 못했더라도 보수 정당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권영세 당시 안동시장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경선 후보에 들지 못하자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해 당선된 게 대표적이다.
이번 6·1 지방선거에도 현직 단체장이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한 지역이 있다. 경북 영천시와 군위군, 의성군 등 3곳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무소속 현직’ 후보들은 공천을 받은 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영천의 경우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박영환 후보와 무소속으로 나온 이정호·최기문 후보 등 3명이 시장직을 놓고 대결을 벌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로는 현직 영천시장인 최기문 후보와 박영환 후보가 박빙이다. 모노리서치가 지난 19~20일 영천 거주 성인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박 후보가 41%, 최 후보가 43.8%를 기록했다. 이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군위군은 김진열 국민의힘 후보와 무소속으로 3선에 도전하는 김영만 군위군수가 맞대결을 펼친다. 앞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2일 김 군수에 대한 컷오프를 결정했다. 이후 중앙당이 교체지수 여론조사 재실시를 결정했다가 같은 달 28일 김 군수를 경선에 포함할 것을 경북도당에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 군수는 무소속 출마를 선택했다.
군위군수 선거 역시 두 후보의 지지율이 여론조사마다 엎치락뒤치락할 정도로 초접전 양상이다. 에브리미디어가 지난 14일 군위 거주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지도 조사에서는 김진열 후보가 51%, 김영만 후보가 43.9%로 집계됐다. 에이스리서치가 22~23일 조사한 결과에서는 김진열 후보 33.1%, 김영만 후보 53.3%로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의성군수 선거는 법원의 경선 배제 결정으로 김주수 의성군수가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 못하게 돼 무소속 출마를 하게 된 경우다. 대구지법 민사20부(박세진 부장판사)는 지난 4일 국민의힘 의성군수 경선에 진출한 김 군수의 경선 배제를 결정했다.
김 군수는 법원 결정 다음날 지역 주민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의성군수 공천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무소속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며 “힘들고 외로운 여정이겠지만, ‘행복 의성·행복 군민’을 위해 힘차게 달리고자 한다”고 했다. 의성군수 선거에는 김 군수와 국민의힘 이영훈 후보 등 2명이 출마했다.
김 군수 무소속 출마 선언 이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김 군수의 지지율이 상대 후보보다 높게 나왔지만 판세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22~23일 의성 거주 성인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김 군수가 59.4%, 이 후보가 20.2%의 지지율을 보였지만 ‘없다’ ‘모른다’ 또는 무응답을 한 경우가 20.4%에 달했다.
현직 단체장이 무소속 출마한 지역들에선 박빙의 승부 만큼이나 잡음도 속출하고 있다. 영천에서는 일부 선거구에서 금품이 살포됐다는 소문이 확산돼 관계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군위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불법 위장전입이 대거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또 군위군수 후보의 친척이 특정인에게 수십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넸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군위 주민 200여 명이 25일 군위군선관위 앞에서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