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말 아침 모닝콜이 유세송이라니”…시민들 짜증 유발하는 ‘선거 공해’

중앙일보

입력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A씨(29)는 토요일인 지난 21일 휴대전화 알람 대신 선거 유세 차량 소리에 잠에서 깼다. 오전 8시부터 한 서울시장 후보의 로고 송이 동네에 요란하게 울려 퍼져 주말 단잠을 설쳤다는 게 그의 말이다. A씨는 “홍보는커녕 역효과만 내는 유세를 왜 계속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6·1 지방선거 본 투표일이 다가오자 선거 유세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후보들의 유세가 활발해질수록 소음과 쓰레기로 인한 ‘선거 공해’에 시달린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을 사흘 앞둔 16일 충남 금산에 위치한 차량광고업체에서 관계자들이 각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유세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을 사흘 앞둔 16일 충남 금산에 위치한 차량광고업체에서 관계자들이 각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유세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소음 신고에 현수막 안전사고까지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공식선거 운동이 시작된 이후 일평균 100건 이상의 소음 관련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유세 차량 대부분이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소음규제 기준인 127㏈(데시벨)을 넘지 않아 단속이 어렵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전투기 이착륙 시 소음이 120㏈인 점을 고려해 소음 상한선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세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시간대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앰프 등 확성기를 이용한 차량 유세는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가능하다. 평일 출근 시간대를 고려해 설정한 기준이지만, 주말 아침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는 게 맹점이다. 서울 마포구 주민 백모(31)씨는 “토요일 아침 7시부터 유세 차들이 연달아 집 앞을 지나가 강제 기상했다. 주말엔 시간대를 늦추는 식으로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6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한 거리에 경기도지사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6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한 거리에 경기도지사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선거 현수막으로 인한 안전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경기 수원에선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중학생이 선거현수막을 묶어둔 줄에 목이 걸리면서 낙상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선거용 현수막은 신호등이나 표지판을 가리거나 도로를 가로지르는 위치에 설치할 수 없다. 그러나 현수막이 통행에 제약을 주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안전에 대한 세부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에게 불편을 유발하는 유세가 실제 선거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고려를 (후보들이) 하지 않는 게 문제다. 유권자들이 유세 과정에서 큰 불편을 초래한 후보를 투표로 심판하는 게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전화, 하루에 네 번 걸려왔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6일 오후 충남 논산 연무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선관위 직원과 사무원들이 투표 최종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6일 오후 충남 논산 연무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선관위 직원과 사무원들이 투표 최종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시시각각 걸려오는 여론조사 전화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직장인 신모(30)씨는 “쉬는 날 아침에 걸려온 여론조사 전화를 거절했더니 밤 9시까지 같은 번호로 세 번 더 전화가 왔다. 선거를 여러 번 겪었는데 이 정도로 전화가 많이 오는 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신규 등록된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전국 합산 848건에 달한다. 2018년 6월에 치러진 지난 지방선거에서 같은 기간 등록된 여론조사는 655건이었다. 직전 선거 때보다 약 30% 늘어난 셈이다.

온라인에선 선거 여론조사 전화를 거부하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정당이나 여론조사기관은 법에 따라 이동통신사에서 무작위로 추출된 전화번호를 받는데, 가입자가 통신사에 번호 제공 거부 의사를 밝히면 더는 여론조사 전화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이통사에서 받은 번호들로 여론조사 공표 기준에 맞는 표본을 추리다 보면 한 번 거절한 번호로 여러 번 연락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