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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人들] 테마파크의 꽃은 퍼레이드… '다시 봄' 꿈꾸는 유상근 공연기획 감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테마파크의 꽃은 퍼레이드입니다"
스물다섯, 180m, 270명... 유상근(30) 롯데월드 공연기획 감독을 수식하는 숫자들이다. 유 감독은 지난 2017년 테마파크 공연기획 감독에 최연소 입봉했다. 180m 길이의 메인 퍼레이드는 물론 시즌별 축제와 무대공연 연출도 하는 그가 총괄하는 스태프들의 숫자는 270여 명에 달한다.

유상근 감독이 퍼레이드 시작을 앞두고 테마파크 캐릭터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관객 동선과 겹치기 전에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촬영을 진행했다. 장진영 기자

유상근 감독이 퍼레이드 시작을 앞두고 테마파크 캐릭터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관객 동선과 겹치기 전에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촬영을 진행했다. 장진영 기자

어느 날 우연히 본 영상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청소하는 분이 바닥에 그린 그림을 보고 아이들이 무척 행복해 하더라고요. 모두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하다가 테마파크를 떠올렸어요”. 당시 진행된 블라인드 채용도 기회였다. 이력서에 남들 다하는 스펙을 적으면 감점이었다. 유 감독은 캐릭터의 입장에서 관객을 위해 그려낸 퍼레이드를 제안했고, 아이디어와 과제 수행능력만으로 선발됐다.

유 감독이 퍼레이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장진영 기자

유 감독이 퍼레이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장진영 기자

그는 30분간 진행되는 퍼레이드 행렬 곁에서 꼼꼼하게 동선을 체크했다. 장진영 기자

그는 30분간 진행되는 퍼레이드 행렬 곁에서 꼼꼼하게 동선을 체크했다. 장진영 기자

그는 자신을 ‘소심했던 아이’라고 표현했다. "소심한 당나귀 악사 캐릭터 '디거(digger)'와 성격이 비슷해요. 남들 앞에 나서길 부끄러워하지만, 할 일은 충실하게 하는. 그러곤 박수 소리에 힘을 얻죠" 타인이 전하는 ‘감사’에 진한 감동을 했고 콘텐트를 통해 남녀노소 구분 없이 행복한 감동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 이 길을 선택했다고 했다.

파리 디즈니랜드 퍼레이드 모습. 사진 유상근

파리 디즈니랜드 퍼레이드 모습. 사진 유상근

유 감독이 입사 당시 면접에서 발표한 아이디어 자료. 자료제공 유상근

유 감독이 입사 당시 면접에서 발표한 아이디어 자료. 자료제공 유상근

미국 LA 유니버셜 스튜디오(왼쪽 사진), 프랑스 파리 디즈니랜드. 사진 유상근

미국 LA 유니버셜 스튜디오(왼쪽 사진), 프랑스 파리 디즈니랜드. 사진 유상근

이를 위해 해외 테마파크를 미친 듯이 파고들었다. 미국 LA·프랑스 파리·일본 도쿄·중국 상해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오스트리아 프라터 공원 등 총 20여 개국의 테마파크를 방문했다. 틈만 나면 비행기에 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하늘길이 막히기 전까지 매달 경험치를 쌓아갔다.

테마파크의 퍼레이드는 신년, 봄, 여름, 가을, 크리스마스 등 5가지 컨셉을 번갈아가며 쉬지 않고 진행된다. 전체적으로는 1~2년 후를, 구체적으로는 두 계절을 미리 내다본다. 봄에 가을 퍼레이드를 준비하는 식이다. 현재 다가올 여름 축제의 디자인을 시원하게 마쳤고, 핼러윈 시즌에는 광장에서 관객들과 함께하는 한마당을 준비 중이다.

공연 중간 행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로 올라온 유 감독. 장진영 기자

공연 중간 행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로 올라온 유 감독. 장진영 기자

퍼레이드의 총 길이는 180m에 달한다. 장진영 기자

퍼레이드의 총 길이는 180m에 달한다. 장진영 기자

일상 회복을 시작한 봄날의 오후 두시. 테마파크에 퍼레이드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울려 퍼졌다. 유 감독이 육중한 철문을 열자 화려한 조명을 뽐내며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다시 봄'을 주제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어울리는 베네치아의 가면축제 행렬이 이어졌다. 그가 본격적으로 바빠지는 시간이다. 선두에 있는가 싶더니 어느새 연기자들의 동선에 방해되지 않게 후미로 움직였다. 이어 바쁜 걸음으로 테라스에서 전체 퍼레이드 행렬을 관찰하고 엔딩에 맞춰 조명 컨트롤 타워인 시계탑으로 이동했다.

유 감독이 안무 연습중인 연기자들을 지켜보고 있다. 장진영 기자

유 감독이 안무 연습중인 연기자들을 지켜보고 있다. 장진영 기자

퍼레이드 중간에서 행렬을 지켜보는 유 감독. 장진영 기자

퍼레이드 중간에서 행렬을 지켜보는 유 감독. 장진영 기자

마치 드론처럼 전지적 시점에서 퍼레이드를 관찰했다. 움직이는 내내 손에서 무전기를 놓지 않았다. “기계, 조명, 공연, 미술 등 여러 팀과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요. 무전만 들어도 상황과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죠” 꼼꼼한 성격 탓에 동료들은 그를 '유테일(유상근+디테일)'로 부른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 공간에서 모두가 함께 어울릴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그는 이 공간에서 모두가 함께 어울릴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낭만적이면서 현실적인 직업’ 유 감독이 내린 결론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전 두 해가 유난히 힘들었기 때문이다. “모이지 못하고, 즐기지 못하는 힘든 시기를 견뎌야 했잖아요. 행복을 주고 싶은데 아무것도 하지 못해 속상했어요. 전하고 싶은 감동을 쌓으며 버텼어요” 다시 열린 퍼레이드에서 그 감동을 목격했다. "엄마에게 안긴 아이가 대화하는 듯 캐릭터와 눈을 마주치는데 현실에서 잠시 빠져나와 온전히 축제 속에 있는 듯 보였어요. 테마파크로 들어서는 순간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죠. 그 기대를 채우는 게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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