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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재명 꺾길" 당구여신 계양을 떴다…'풀 스케줄' 차유람 [스팟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는데, 윤형선 후보님이 또 지원 요청을 하셔서….”

당구선수 차유람씨(가운데)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앞서 이준석 대표(왼쪽)와 권성동 원내대표와 입당원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5.13/뉴스1

당구선수 차유람씨(가운데)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앞서 이준석 대표(왼쪽)와 권성동 원내대표와 입당원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5.13/뉴스1

‘당구여신’의 5월이 유세 일정으로 가득찼다. 13일 국민의힘에 입당해 선거대책위원회 문화체육특보로 임명된 프로 당구선수 출신의 차유람씨는 26일에 이어 27일에도 선거 최대 격전지인 인천 계양을을 방문할 예정이다. 26일 윤형선 후보 선거 사무실에서 열린 현장 원내대책회의에서 차씨가 “꼭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되시라. 윤 후보가 요청하시면 언제든 달려와 돕겠다”고 했는데, 윤 후보가 바로 다음날 지원유세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차씨는 입당 2주차 초보 정당인이다. 당구대 앞에선 무서울게 없는 차씨도 선거에 대해선 “매일 이슈가 터지고, 그 이슈에 맞춰서 대처해야하는, 정말 총칼없는 전쟁터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정치에 뛰어든 차씨와 26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격 입당했다. 결정적 계기가 뭐였나.
“사실 입당 제안은 작년 말쯤 (여자프로당구) 시즌 중에 받았다. 남편(이지성 작가)을 통해서 저한테 인재영입 제안이 왔는데, 시즌이 끝난 이후에도 혼자 많이 고민하다가 결심했다. 굳이 이 타이밍이었던 건 순수하게 지방선거에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였다.”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 많았나.
“관심은 있었는데 개인적인 의견을 표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나서 남편이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 계속 발언을 해와서 저도 자연스레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작가 이지성씨.

작가 이지성씨.

차씨의 남편은『꿈꾸는 다락방』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이지성씨다. 이씨는 보수성향 유튜버로도 활동 중인데, 지난해 “운동권이 간첩에게 교육받은 건 팩트”라고 발언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해온 이씨는 최근 유튜브에서 차씨의 입당 이유에 대해 “남편이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주민 인권 활동을 하다가 핍박받는 걸 보고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많이 내왔다. 입당에 영향을 미쳤나.
“(남편이) 옆에서 지켜봤을 때 말이 안되는 상황에도 많이 처했다. 자유롭게 의견을 냈다고 유튜브 경고를 받기도 했다. 북한 인권 활동을 열심히 한 남편이 핍박을 받는 것 같아서 이해가 안됐다. 다만 입당결정은 오직 저의 결정이었다.”

한편 차씨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실내체육산업을 하는 소상공인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현실을 보면서 정치인들의 잘못된 판단이 국민에게 고통이 될 수 있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이 입당에도 영향을 미쳤나.
“(거리두기가) 체육 종목별로 특성에 맞는 구분이 되지 못했다. 당구장 같은 경우는 땀을 흘리거나 서로 대화하는 종목이 아니어서 전혀 방역 문제가 없는데 다른 종목들과 묶여 과한 규제를 받았다. 제가 오랫동안 엘리트 선수로 활동했는데, 구장이나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저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끼게 됐다. 소위 ‘샤이보수’였는데 목소리를 낼 필요성을 지난 정부에서 많이 느꼈다.”
입당 후 실제 역할이 뭔가.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가 저를 경기 문화체육특보로 임명하셔서, 지금은 경기 유세에 많이 동행하고 있다. 내일(27일)은 인천에 다시 갈 것 같다. 정권이 바뀌면서 같이 화합해서 일을 하기 위해선 특히 수도권에서 (정부와) 뜻이 맞는 분들이 일하는 게 좋을 거 같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시장 앞에서 후보 출정식을 열고 차유람 선수, 수원시장 김용남 후보와 만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시장 앞에서 후보 출정식을 열고 차유람 선수, 수원시장 김용남 후보와 만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총선 등에 출마를 직접 할 생각도 있나.
“입당 전에도 출마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다. 워낙 보수층에 여성의 목소리가 적다보니 조금이라도 이번 선거에 힘을 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아직 출마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공부할 것도 많다.”
여성 보수층 목소리가 적다고 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도 여성 발탁이 적다는 지적이 있다.
“실력으로 검증해서 뽑았더니 남성이 많았던 거라고 생각한다. 일부러 여성을 배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 개인적으로도 여성할당제를 반대한다. 비판이 무서워서 제 생각을 말을 안 하고 싶지는 않다. 저도 스포츠선수로 정정당당하게 오랫동안 경쟁을 해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만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9년 차유람

2019년 차유람

현역선수가 입당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워낙 오랫동안 고민하다보니 자세하게 설명을 못 드린 부분은 있다. 그러나 저의 의견을 표현하는 건 저의 자유다. 그에 대해 비판하는 건 옳은 비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포츠는 진보나 보수를 가리지 않고 많은 분들이 모여있는 곳인데, 그런 것(입당) 때문에 선수 생활을 못 하게 하는 규정이 생겨서도 안 된다. 저와 생각이 다른 분들도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만 팬분들을 생각하면 많이 아쉽다. 앞으로 당구계를 위해 어떻게 도울지도 많이 고민하겠다.”

차씨의 입당은 체육계에서도 이례적인 경우였다. 차씨가 프로구단에 속한 현역 선수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입당 소식이 전해지자 차씨가 속했던 웰뱅피닉스팀은 “(입당을) 전날에야 통보받았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프로당구협회(PBA)는 “차기 이사회에서 선수의 정치적 행보와 관련한 규정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차씨는 본지 인터뷰 직후 결국 은퇴를 택했다. 그는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프로선수 은퇴에 관한 입장문’을 게시하고 “개인적인 소신으로 정당에 입당하게 되면서 프로선수를 그만두게 됐다. 프로당구협회와 구단 관계자, 동료 선수들에게 혼란을 드려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젠 선수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당구인과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차유람이 되겠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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