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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어 원숭이두창 습격…이게 '불길한 징조'인 이유[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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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원숭이두창(monkeypox)이 습격하면서 전 세계에 또 한 번 걱정을 안겼다. 코로나19 같은 대확산은 없을 것이라지만 첫 발생국인 영국을 비롯해 벌써 약 20개국에서 환자들이 보고됐다. 이런 유행 상황이라면 국내로 유입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 이야기다.

대륙을 넘나드는 바이러스의 역습은 더 잦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필오버(spillover)가 쉽게 일어날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스필오버는 특정 종(種)에 서식하던 바이러스가 여러 요인에 의해 종간 장벽을 넘어 다른 숙주로 전파되는 현상을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전자 현미경으로 본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전자 현미경으로 본 모습. 연합뉴스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한 신종 바이러스 전염병은 야생동물로부터 유래했다. 코로나19도, 원숭이두창도 동물과 사람 사이에 서로 전파되는 병원체로 인해 발생하는 인수(人獸)공통감염병이다. 코로나19는 박쥐에서 천산갑, 뱀 등의 중간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숭이두창의 경우 최초 동물이 쥐로 추정되며 중간 숙주인 원숭이를 통해 사람에게로 왔다고 추정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박쥐에서 시작해 종간 전파가 이뤄진 경우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멀리는 에이즈부터 홍콩 조류독감,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지카 바이러스까지 모두 야생동물에서 중간에 돼지 등 가축을 통해 사람으로 전파한 것”이라며 “통상 장벽이 있어 종간 전파는 잘 안 되지만, 바이러스가 변이를 통해 리셉터(수용체)와 결합하면서 끊임없이 인체감염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면역결핍바이러스(HIV)도 아프리카 원숭이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체 감염을 일으키도록 진화한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중간 매개체로 지목된 멸종위기종 천산갑. 사진 위키피디아.

코로나19 중간 매개체로 지목된 멸종위기종 천산갑. 사진 위키피디아.

김 교수는 “이런 인수공통감염병 유행은 더 자주, 규모가 크게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조지타운대 연구팀은 지난달 네이처지에 발표한 연구에서 기후변화로 50년간 동물 간 바이러스 전파가 1만5000건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온난화가 섭씨 2도 이내서 일어난다는 시나리오에서도 2070년까지 3139종의 서식지가 이동하면서 그만큼 감염 위험이 커진다고 봤다.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개발 등이 병원균을 가진 동물들의 서식지를 바꾸면서 지리적으로 격리됐던 동물 사이에서의 바이러스 공유 기회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뜻해지는 기후 탓에 모기 서식지가 확장하며, 너무 건조하거나 시원해서 발병할 수 없던 지역에서도 말라리아가 생기는 것과 같다.

뉴욕타임스의 과학 칼럼니스트 칼 지머는 “특히 사람에게 불길한 징조”라며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종으로 이동할수록 진화하고, 잠재적으로는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했다.

원숭이두창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원숭이두창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네이처지는 지난 12일 “팬데믹을 예방하길 원하나? 스필오버 바이러스를 막아라”란 제목의 기사에서 “스필오버는 20세기 초기 이후로 발생한 모든 바이러스 대유행을 촉발했다”며 “지난 4세기간 발생한 질병에 대해 분석(2021년 8월)한 걸 보면 환경 변화 때문에 유행병의 연간 확률이 향후 수십 년 동안 몇 배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건강과 생물 다양성에 관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각 국가 지도층이 스필오버를 막을 수 있는 지침에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열대, 아열대 숲을 보존하는 것이다. 이런 지역에서 땅이 사용되는 방식의 변화는 동물에서 기원하는 감염병의 가장 큰 원천이 된다고 한다. 방글라데시에서의 니파바이러스를 예로 들었다. 치사율이 40~75%에 달하는 니파바이러스를 옮기는 박쥐들이 숲 서식지가 사라진 탓에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이동하며 감염자를 양산했다. 숲이 사라지는 건 그 자체로 기후 변화로 이어져 동물이 원래 서식지에서 살지 못하고 사람이 사는 지역으로 이동,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릴 위험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살아있는 야생동물의 교역, 판매를 금지하거나 엄격히 규제하는 것이다. 2021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관련 기구들이 각 국가에 살아있는 야생동물의 판매를 일시 중단하라고 요청했고 여러 국가가 따르고 있다.

종간 장벽을 넘는 '스필오버'로 동물에서 인간에 전파된 병원체와 그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 규모. 발견된 대륙이 많을수록 주황색 동그라미 크기가 큼. 사진 네이처지 캡처

종간 장벽을 넘는 '스필오버'로 동물에서 인간에 전파된 병원체와 그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 규모. 발견된 대륙이 많을수록 주황색 동그라미 크기가 큼. 사진 네이처지 캡처

셋째로는 동물을 사육할 때 생물 다양성 보존을 고려해 질병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육 동물의 건강이 나빠지면 병균 감염과 전파 확산 위험이 커져서다. 마지막으로는 감염병 진앙 지역의 주민 건강과 경제활동을 보호하란 것이다. 이미 건강이 나쁜 사람들은 동물원성 감염병에 특히 취약해서다. 면역력이 떨어진 이들에게서의 병균은 돌연변이를 잘 일으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매체는 “바이러스의 스필오버 자체를 막을 수 있다면 전염병이 창궐할 때 감시, 접촉자 추적, 봉쇄, 예방접종, 치료로 이어지는 각종 정책이 불필요하게 된다”며 “팬데믹 발생 후 봉쇄를 하는 것에 비하면 바이러스의 스필오버를 예방하는 것이 사람이나 가축, 야생동물 모두에게 합리적이고 공정한 것"이라고 했다.

김우주 교수는 “어차피 만병통치약은 없지만 리스크(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라며 “감염병을 조기 발견, 조기 치료할 감시체계를 갖추고 백신, 치료제 확보 노력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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