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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생리통 심하네" 그냥 뒀다간…난임 위험한 이병 키운다

중앙일보

입력

자궁내막증은 단순 생리통이라고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 고려대안산병원

자궁내막증은 단순 생리통이라고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 고려대안산병원

김모(45·여)씨는 최근 생리통과 부정출혈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출산 후 나아졌던 생리통이 다시 시작됐지만, '괜찮아지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참았다. 뒤늦게 병원을 찾은 그는 산부인과 검사에서 자궁내막증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후 수술과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최근 초경이 빨라지고 임신 시기가 늦어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월경하는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생리통의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심한 생리통이 이어질 경우엔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김씨 같은 '자궁내막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난소, 방광 등 다른 위치에 있어서 생기는 질환이다. 가임기 여성의 10~15%에서 연령층을 가리지 않고 흔하게 발생한다.

성삼의료재단 미즈메디병원(병원장 장영건)이 최근 10년 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 1713명이었던 자궁내막증 환자가 2021년 3527명으로 두 배가 됐다. 연령별로는 40대가 49.4%로 가장 많았고, 30대(27.6%)가 뒤를 이었다.

"갑작스러운 심한 생리통엔 병 의심해 봐야"

이 병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이화정 미즈메디병원 산부인과 진료과장은 "자궁내막증엔 생리혈 역류, 면역기능저하, 유전적 요인 등 여러 원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빨라지는 초경과 늦어지는 결혼·출산,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도 자궁내막증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생리통이 없었는데 갑자기 생긴 경우, 매달 생리통의 강도가 심해지는 경우 등에는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증상이 없더라도 1년 이상 임신 시도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는 상황일 땐, 자궁내막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장하균 고려대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내막증을 생리통으로 오인하고 방치할 시엔 난임 확률이 높아지고, 치료 후에도 재발할 우려가 크다"면서 "빠른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신 계획을 가진 여성이라면 자궁내막증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이 병으로 생긴 염증이 정자 운동과 나팔관 움직임을 방해해서 불임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수정했더라도 착상하는 과정을 어렵게 만들어 자연 유산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

증상 등에 따라 약물·수술 치료

자궁내막증 진단은 대부분 복강경 검사로 이뤄진다. 질식 초음파검사, 골반 MRI 검사, 혈액검사 등으로도 진단한다. 그 후 환자의 증상이나 병의 심각한 정도, 치료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약물치료나 수술이 이뤄진다.

이화정 과장은 "증상이 경미하고 크기가 크지 않은 자궁내막증은 자궁 내 장치를 삽입하거나 호르몬제, 진통제를 적절히 병용하면서 경과를 지켜볼 수 있다. 난임 원인이 되거나 호전되지 않는 골반통 등이 있다면 자궁내막증을 제거하는 수술로 증상의 빠른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궁내막증과 관련된 난임이 의심되는 경우, 수술 후 6개월 이내에 가임 확률이 가장 높을 수 있다. 그래서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은 수술 시기를 잘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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