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서영의 별별영어] 유에프오(UFO)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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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호 31면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비행접시 보신 적 있으세요? 지난 17일 미국 의회가 관련 청문회를 열었죠. 그런데 ‘미확인 비행 물체(UFO, unidentified flying object)’ 대신 ‘미확인 공중 현상(UAP, 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쓰더군요.

최근 머리글자를 딴 새 단어들이 자꾸 생겨납니다. 이들은 읽는 방법에 따라 ‘이니셜리즘(initialism)’과 ‘애크로님(acronym)’ 두 가지로 나뉘죠.

이니셜리즘은 알파벳을 하나씩 읽습니다. 현금자동입출금기 에이티엠(ATM, automated teller machine)이 대표적이네요. 다양한 용어들이 요약되는데 한때 우리 정치인들(DJ, JP, YS)의 약칭에 썼고 본래 무엇인지 알쏭달쏭한 뮤직 그룹 이름(SES, HOT, BTS)에도 많지요.

반면 애크로님은 알파벳을 보통 단어처럼 읽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와 중증호흡기증후군을 일컫는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처럼요. 심지어 레이저(laser,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and radiation)처럼 소문자로도 쓰니 축약어란 걸 잊기도 해요. 스파이더맨의 특수 안경 EDITH는 여자 이름 같지만 ‘Even Dead I’m The Hero(난 죽어서도 영웅)’라는 토니 스타크의 유언이라죠. 우리도 이 방식으로 몰카(몰래 카메라)나 깜놀(깜짝 놀람)같은 신조어를 만듭니다.

두 가지가 다 될 경우도 있어요. 즉, aka(also known as, 또한 ~로 알려진)는 ‘에이케이에이’와 ‘아카’, lol(laugh out loud, 큰 소리로 웃다)은 ‘엘오엘’과 ‘롤’을 다 씁니다. 원조 아이돌 그룹 god를 ‘지오디’로 읽는지 ‘갓’으로 읽는지에 따라 세대구별이 된다는 농담도 있죠.

축약어가 늘어나는 것은 줄임말의 언어적 실용성이 높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개딸(개혁의 딸)’ 같은 결과물은 조금 불편하기도 합니다. 물론 새 축약어 중에 ‘베프(베스트 프렌드)’처럼 멋진 말도 있지만요.

UFO, 아니 UAP는 스코틀랜드 호수에 산다는 공룡 같은 ‘네씨(Nessie)’와 네바다 사막에 추락했다는 머리 큰 외계인과 더불어 어린 시절 저의 최애 미스터리였어요. 이들이 자연 현상이나 착시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일까요? 참, 우리가 쏘아 올릴 달 탐사선 ‘다누리’는 어떤 신기한 소식을 전해와 아름다운 새 단어를 만들게 할까요. 여러분도 궁금하시죠?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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