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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중 국제질서 훼손” vs 환구시보 “미 편들기 강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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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호 05면

미국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16개월 만에 내놓은 대중국 전략에서 중국을 가장 큰 위협으로 적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에 중국 관영 매체와 전문가들도 “미국 규칙을 따르라는 것”이라며 일제히 반박하고 나섰다.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한 미국과 ‘낙인 찍기’라며 반발하는 중국 사이의 간극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조지워싱턴대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과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조지워싱턴대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과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조지워싱턴대에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과 관련해 연설하는 자리에서 “중국의 공격적 행동을 막기 위한 ‘전략적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이 계속되더라도 장기적으로 국제질서에 가장 심각한 도전은 중국으로, 중국이 야기하는 문제에 향후 외교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면서다. 그는 “중국은 국제질서 재편 의지와 이를 위한 경제·외교·군사·기술적 힘을 모두 가진 국가로, 이는 국제질서가 주는 안정성과 기회 덕분이었다”며 “그런데도 중국은 법과 합의를 계승하기보다는 오히려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감한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변한 게 없다. 오히려 변한 것은 대만에 점점 강압적인 중국”이라며 “대만이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는 걸 막고 국제기구의 참여도 봉쇄하며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행동에 나서면서 이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인 신장·티베트·홍콩의 인권 문제도 건드렸다. “중국은 내정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틀렸다. 이는 중국이 언급해 온 유엔 헌장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면서다.

시 주석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비판 강도를 높이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시 주석하에서 중국 공산당은 국내에선 더 억압적으로, 해외에선 더 공격적으로 바뀌었다”며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의 우정을 강조한 점,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때 전략폭격기를 띄운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더는 중국이 궤도를 바꿀 것이란 기대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자유롭고 포용적인 국제 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해 중국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을 바꿔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가 26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에 손을 들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유엔]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가 26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에 손을 들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유엔]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환구시보는 27일 사설을 통해 “세계는 미국의 아름다운 말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다”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과 ‘쿼드(Quad)’ 성명에서 보듯 도처에서 이념으로 진영을 쪼개고 거만하게 다른 나라들에 줄서기를 요구하는 게 미국의 실체”라고 비판했다. 협력은 외교적 수사일 뿐 실제 행동은 다르다는 주장이다. 사설은 이어 “미국은 다원주의 국가를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로 거칠게 나눈 뒤 편들기를 강요하고 있는데 이게 신냉전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중국 전문가들도 블링컨 장관의 연설이 중국에 대한 낙인 찍기를 강화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독단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혹평했다. 댜오다밍 인민대 교수는 “미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을 ‘악마화’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대중국 정책의 본질은 모든 면에서 중국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의 수사는 미국의 위선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며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도발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향후 미·중 관계가 훨씬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도 적잖았다. 장톈쥔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글로벌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가 계속 나락으로 빠지도록 내버려 둘 것”이라며 “대중 관계 악화가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럼에도 바이든 정부는 정치적 목표를 위해 중국을 계속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 연구원은 그러면서 “이 같은 미국의 시도는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중국 문제로 계속 눈을 돌리려 하겠지만 미국은 현재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코로나 전염병, 거대한 경제적 도전 등에 직면해 있다”며 “이는 중국을 공격해선 해결할 수 없으며, 불을 끄지 못하면 더욱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부결=그런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6일 북한의 유류 수입 상한선을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15개 이사국 중 13개국이 찬성하며 가결 조건(찬성 9표)을 충족했지만 상임이사국으로서 비토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이 표결을 통해 부결된 건 처음이다.

표결 후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안보리의 침묵은 북한의 위협을 없애지도, 줄이지도 못했고 세계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명백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실망스러운 날”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북·미 대화 이후 북한의 긍정적이고 선제적인 조처에 미국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지금 같은 정세가 이어진 것”이라며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대북 추가 제재는 더 많은 부정적 효과를 낳고 대립만 키울 뿐”이라고 주장했다. 바실리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도 “새로운 제재를 가하는 것은 막다른 골목으로 가는 것이며, 평양을 더 압박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비인간적”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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