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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 고백 알리 "극복한 줄 알았는데"…오은영 "PTSD"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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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채널A 캡처]

[사진 채널A 캡처]

가수 알리가 과거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고백하며 일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알리는 27일 오후 방송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출연해 오은영 박사에게 고민 상담을 했다. 자주 악몽을 꾸는 등 불안함이 극도로 심했던 그는 오래 전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고백했고, 오은영 박사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 진단했다.

이날 알리는 “건강한 엄마가 되고 싶은데 요즘 자꾸 멍을 잘 때린다”며 “머릿속이 백지장 같이 된다. 사실 지금 녹화 중에도 그렇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오 박사는 ‘브레인 포그’ 상태를 의심했고 실제 알리는 브레인 포그 증후군 체크리스트 7개 항목에 모두 해당됐다.

알리가 아들과 노는 영상을 유심히 지켜본 오 박사는 “반복적으로 쓰는 말이 있다. 도와줘, 구해줘, 위험해 이 말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며 “이런 말들이 어쩌면 알리의 불안함을 그대로 반영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알리는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는 등 일상에서 크게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잘 때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어 체계를 만든다. 개연성 없이 자꾸 (불안한 마음이) 와서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그에게 오 박사는 ‘경각심 최고조 상태’라는 진단을 내렸다.

[사진 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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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는 잠을 자면 다음날이 되는 게 싫어서 게임을 하며 밤을 샌 적이 많다고 했다. 또 악몽도 자주 꾼다고 했다. 그러자 오 박사는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악몽을 자주 꾸는 건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약간 불안한 정도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죽을 수도 있다는 원초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인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아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냐”라고 묻자, 알리는 눈시울을 붉혔다. 패널로 출연한 이윤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알리는 2020년 세상을 떠난 개그우먼 고(故) 박지선을 언급하며 “참 많이 아끼는 친구가 제게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고백했다.

오 박사는 안타까워하면서도 “너무 충격이고 (알리의 불안함에) 영향은 있지만 이걸로 다 설명하긴 어렵다”며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낄 정도면 그만한 사건이 있을 경험이 크다, 무엇이 대체 큰 공포감을 줬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알리는 오래 전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이걸 제가 많이 극복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20대 중반에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 객원 보컬로 활동하고 솔로 앨범 준비 중에 일어난 일이라 그때 많이 좀 상실감을 느꼈던 것 같다. 제 삶의 모든 것들이 송두리째 없어질 것 같았다”라고 해 충격을 안겼다. 오 박사는 마음이 많이 아프다며 “이 얘기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겠냐”라면서 안타까워했다. 이에 알리는 “사실 기억하고 싶지가 않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가해자는 어떤 처벌을 받았냐”라는 말에 알리는 “받긴 받았다. 근데 어떻게라는 게 기억이 안 난다. 그냥 잘 살았으면 좋겠다, 잘 뉘우치고 그런 마음이 더 생긴다”며 “제가 미디어에 노출된 사람이다 보니까 제 입장을 얘기했을 때 뉘우치고 살았던 그 사람이 갑자기 다르게 살 수도 있지 않냐”라고 말했다. 오 박사는 “이것도 굉장한 두려움이다”라며 “마음껏 미워하지도 못하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고 했다.

[사진 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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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는 “제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마음껏 미워했을 것 같은데, 제 행동에 의해 우리 가족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 마음의 용서가 필요했다, 용서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겠더라. 그리고 용서가 필요한 이유 중에는 음악도 있다. (살아남아서) 음악을 오래오래 하고 싶으니까”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오 박사는 ‘PTSD’ 증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다. (성폭행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맞다. 이런 분들이 사건과 연관된 걸 떠올리기만 해도 공포스럽고 고통스러워한다. 관련한 걸 피하려 하기 때문에 그 일 이후에 기억력이 안 좋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PTSD가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본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치료와 회복을 해야 한다”라며 “증상이 있을 때는 약물 치료를 권장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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