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사전투표율 10.2%, 4년 전 넘었다…여야 투표장 총출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1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7일 투표율이 10.2%를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450만8869명(전체 유권자 4430만3449명)이 투표를 마쳤다.

이는 2018년 지방선거(8.8%)와 사전투표가 처음 치러진 2014년 지방선거의 첫날 투표율(4.8%)을 웃도는 수치다. 역대 선거 중 첫날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올해 대선(17.6%)이나, 2020년 총선(12.1%)보다는 낮지만, 최근 세 차례 지방선거 중에선 가장 높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7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대학생 유권자들이 투표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뉴스1

다만 토요일인 28일 사전투표율이 낮을 가능성이 있고, 본투표율도 안갯속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최종 투표율은 두고 봐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올해 대선의 이틀간 사전 투표율은 36.9%로 역대 최고치였지만, 본투표를 합친 전체 투표율은 77.1%로 2017년 대선(77.2%)보다 외려 0.1%포인트 낮았다.

지역별로는 전남(17.3%)이 가장 높았고 강원(13.3%), 전북(13.3%)이 뒤를 이었다. 대구(7.02%), 광주(8.6%), 경기(9.0%)는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외에도 서울 10.1%, 인천 9.6%, 충남은 10.4%를 기록했다.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의 사전투표율은 12.0%, 성남 분당갑은 10.2%였다.

이재명 “여론조사 아니라 투표해야 이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7일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여야 주요 후보들은 직접 사전투표를 하며 지지층을 독려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 계양을 후보는 이날 오전 정장에 남색 넥타이를 매고 계양구 계산4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이 후보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이렇게 투표를 많이 하는 측이 이긴다”며 “새로운 세상을 위해서 꼭 투표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도 부인 남영신씨 등 가족들과 함께 서울 용산의 이촌 제1동 주민센터를 찾아 사전투표를 했다. 서울 송파구가 주소지인 송 후보는 용산에서 투표한 이유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적 집무실 이전에 대한 해결책을 찾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도 수원 영통구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당 지도부도 투표장에 총출동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충북도청, 박지현 위원장은 경기 광주의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폭주와 독선, 오만과 불통을 막기 위해서는 민주당 일꾼이 꼭 필요하다. 투표로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오기형 선대위 대변인도 “대한민국이 검찰공화국 시대로 질주할 것이냐, 민주주의 균형을 지킬 것인지가 이번 선거에서 결정된다”며 투표를 독려했다.

윤형선은 이재명 겨냥, 이준석과 28일 함께 투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6일 오후 인천 계양구 계양구청 인근 먹자골목을 찾아 시민들에게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윤형선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후보들도 대부분 사전투표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부인 송현옥 세종대 교수와 함께 서울 광진구 자양3동 주민센터에서 투표했다. 오 시장은 “서울의 변화 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일할 기회를 달라”며 “이번 선거에서는 부정선거 걱정을 마시고 사전투표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도 분당구 운중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사전투표를 마쳤다.

윤형선 계양을 후보는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28일 오전 10시 인천 계양3동에서 이준석 대표와 함께 투표한다. 당 관계자는 “윤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당히 선전하며 기세를 탔기 때문에 이 대표가 인천을 찾아 독려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강릉이 지역구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강원 원주문화원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와 함께 투표했다. 권 원내대표는 “본투표보다 사전투표일에 투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본투표 전에 사전투표부터 적극 참여해달라”고 투표를 호소했다.
‘부정선거 의혹’으로 사전투표를 꺼리는 지지층도 설득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지난 대선에서 공분을 산 ‘소쿠리 사전투표’ 같은 부실을 철저히 점검해 개선했다”며 “이송부터 개표까지 감시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투표를 독려했다.

지방선거가 결집 효과 더 부각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민주당 홈페이지 캡쳐]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국민의힘 홈페이지. [국민의힘 홈페이지 캡쳐]

여야 모두 사전투표를 권장하고 나선 것은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인 만큼 지지층 결집의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세 여론이 형성되고 투표율도 높은 대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지방선거는 한표의 영향력이 더 강하고, 지지층 결집이 판세에 미칠 파괴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은 2010년 54.5%, 2014년 56.8%, 2018년 60.2%로 대체로 60%를 밑돌았다.

이날 사전투표율을 두고 여야는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새 정부에 대한 국정 견제 여론이 오늘 높은 사전 투표율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상승세인 당 지지율과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도가 투표율에 반영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