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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돌아왔는데 "우울해요"…대학가 '코로나 블랙'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달 초부터 대면 수업을 시작한 '코로나 학번'이 낯선 캠퍼스 생활에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각 대학 학생상담센터에서는 학생들의 대학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2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에서 새학기를 맞아 개강한 학생들이 교정으로 향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에서 새학기를 맞아 개강한 학생들이 교정으로 향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연합뉴스]

'사이버 학번' 고립감에 취약해

삼육대 학생상담센터는 지난 9일부터 찾아가는 상담프로그램 '아웃리치'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 광장에 상담 부스를 차리고 MBTI 검사, 또래 상담 등을 진행했는데 사흘간 300명 넘는 학생이 참여했다. 센터 측은 "코로나로 우울감 느끼면서도 도움받을 방법을 알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상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다른 학생들과 관계 맺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텅 빈 대학 강의실. [연합뉴스]

텅 빈 대학 강의실. [연합뉴스]

센터에 따르면 학생들의 개인 상담 신청 건수는 2019년 1094건, 2020년 1600건, 2021년 1800건으로 코로나 거리 두기 이후 급증했다. 센터 관계자는 "2020학번 이후로는 속칭 '사이버학번'이라고 부를 정도로 온라인 수업만 들어왔다 보니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사회적 관계망이 없다 보니 심적 어려움을 느낄 때 도움받을 곳도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사회적 관계망이 있는 학생들에 비해서 좌절을 겪을 때 훨씬 취약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적 자원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다양하게 만들어줄 방법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삼육대 학생상담센터는 학생들의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부스를 운영했다. 아웃리치 행사 사진. 삼육대 제공

삼육대 학생상담센터는 학생들의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부스를 운영했다. 아웃리치 행사 사진. 삼육대 제공

이 학교 또래상담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최유진 (22) 씨는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고민을 털어놓아서 놀랐다"면서 "아직은 1교시 수업에 자주 늦는 등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 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센터의 장성훈 전임상담사는 "코로나로 인한 우울함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와 분노를 뜻하는 '코로나 레드'를 넘어서 무기력을 뜻하는 '코로나 블랙'으로 넘어온 상황"이라면서 "상담을 하다 보면 코로나로 답답하다, 힘들다는 호소보다는 무력감이 느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20대 우울증 증가율 전 연령대 최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 같은 20대의 우울증 현상은 진단 자료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20년 1월 기준으로 20대 우울증 환자(질병 분류 F32 '우울증 에피소드')는 모두 4만 1208명이다. 이후로도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점진적으로 증가해 2021년 9월 기준으로 6만 772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많은 수다.

20대는 전체 우울증 환자 연령 중에서 17%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았다. 또 환자 증가율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양상을 보였다. 2020년 1월 대비 2021년 9월 환자 수를 비교했을 때 20대 환자 수는 27.4% 증가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0~9세는 46.1%, 10~19세는 42.8% 증가했으며 30~39세는 39.2%, 40~49세는 23.49% 증가율을 보였다.

모닝콜부터 일정관리까지…'일상 회복'이 관건

최근 대면 수업 이후 상담 건수가 늘어나는 현상은 상당수 대학 상담센터에서 발견됐다. 건양대 심리센터 오은경 조교수는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로 우울감과 불안함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더 많아졌다. 주로 학교생활 적응이 어렵다는 고민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자율성이 주어진 상황에서 영상만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몰아서 수강하거나 낮에 자고 밤에 깨어있는 등 생활 패턴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센터에서는 교육된 '또래 상담자'를 붙여 고위험군 학생들을 밀착 관리하고 있다. 대면 수업이 재개된 이후에는 아침에 일어나기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깨워주거나 수업 알림을 해주고 과제를 상기시키는 등 학교생활에 최대한 빨리 복기할 수 있게 돕는다.

오 조교수는 "'코로나 학번'들에게는 자기관리와 대인관계 역량 키우기가 최대 과제"라면서 "특히 자기관리가 안 되는 학생들에게는 비대면이 꽤 취약한 상황이었던 걸로 판단된다. 일상 회복에 초점을 둔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덕성여대 심리상담센터 측도 "코로나 거리두기가 풀린 이후 상담 문의가 더 늘었다"면서 "정신건강 특강, 집단상담을 전 학생들 대상으로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센터 측은 "비대면일 때는 만나서 뭔가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막상 대면 상황에서는 내향적인 친구들이 협동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서 "온라인일 때는 막연하게 캠퍼스 활동이 없어서 아쉬워했다면, 이제는 현실적인 두려움 외로움이 생기는 거 같다"고 전했다.

"힘들어하는 친구에 관심 가져야"

계명대 학생상담센터도 이달 4일부터 18일까지 '대면대면해서 고민인데요'라는 주제로 집단 상담을 진행했다. 1회당 10명까지 참여를 받는데 평소에는 미달이었던 프로그램이 올해는 15~16명으로 정원을 넘겼다. 센터 측은 "거의 2년 만에 대면 활동을 시작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대인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담은 집단 상담을 준비했는데 수요가 맞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경희대 심리상담센터도 오는 31일 교내에 상담 부스를 차리고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센터 측은 "대면 수업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익숙하지 않은 학교 환경에 원활히 복귀하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자 열린 상담실 부스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백종우 경희대 의과대학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대면 수업이 시작되면서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이 빨리 발견되다 보니 상담 건수가 늘어난 것일 수도 있다"면서 "이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간 코로나로 인해 큰 우울과 불안을 느껴오다가 새로운 대면 관계에 적응하려다 보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면서 "대면 활동이 시작된 것에 대해 대체로 기뻐하는 분위기이지만, 동시에 힘들어하는 친구도 있을 수 있으니 관심을 갖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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