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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국회 NEW 리더 시대전환 조정훈에 묻다, 왜 검수완박에 반대했나?

중앙일보

입력

“검사 출신이 대통령 되면 세상이 망하나? 586 운동권들의 시대적 유효기간은 끝났다”
172석 민주당, 진영 논리에 갇혀 중차대한 검찰개혁 의제 쪼그라트려
‘검수완박’이 아니라 검찰 권력 견제할 수사·기소 정보 투명성이 해답

5월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민주주의라는 건 다수의 결정과 소수에 대한 지독하리만큼의 배려와 존중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5월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민주주의라는 건 다수의 결정과 소수에 대한 지독하리만큼의 배려와 존중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21대 국회 개원 이후 조정훈(50) 의원은 정치권에서 줄곧 범여권으로 분류돼왔다. 조 의원의 시대전환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위성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조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지금도 “국회의원 되고 싶어서 민주당 위성정당에 합류한 주제에”라는 식의 댓글 테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조 의원은 국회 본회의 전부터 ‘검수완박’ 법안에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검수완박, 개혁이 아니라 분열입니다.”(4월 19일, 조정훈 페이스북), “(민주당이) 172석의 힘을 바탕으로 압박정치를 하고 있습니다.”(4월 21일, 조정훈 페이스북) 조 의원은 왜 검수완박에 반대했던 것일까. 그리고 대안은 무엇일까. 월간중앙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5월 3일 조정훈 의원실을 찾았다.

“민주주의 아닌 ‘힘의 논리’로 통과시켜”

4월 25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시대전환 조정훈TV]를 통해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586세대 정치인 용퇴론을 펼쳤다. / 사진:유튜브 [시대전환 조정훈TV] 캡처

4월 25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시대전환 조정훈TV]를 통해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586세대 정치인 용퇴론을 펼쳤다. / 사진:유튜브 [시대전환 조정훈TV] 캡처

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거대 양당의 행태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민주주의 국가의 의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민주주의라는 건 다수의 결정과 소수에 대한 지독하리만큼의 배려와 존중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검수완박을 놓고 우리 국회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힘의 논리’ 그 자체였다.”

민주당이 검수완박법을 밀어붙인 이유가 무엇일까?

“이 모든 과정이 민주당의 조급함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 ‘세상이 망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조급했던 거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의 기저에는 진영 논리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우리 진영이 집권하는 시대는 ‘태평성세(太平聖歲)’고 상대 진영이 집권한 시대는 어둠의 시대라도 되는 건가? 자신들의 집권 여당으로서의 권력은 끝나겠지만,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았으면 한다.”

검수완박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검찰 수사의 질과 형평성이 떨어질 것이고, 그로 인해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더 악화될 수 있다. 그런데 검수완박으로 정치 검찰이 완전히 사라질 것 같지도 않다. 결국 민주당의 조급함 때문에 검찰개혁이라는 큰 의제가 진영 논리로 쪼그라들어버렸다. 검수완박은 검찰에게 ‘정치권의 공격을 받는 공무원’이라는 약자 프레임을 씌워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이 어젠다 싸움에서 패배한 거다.”

미국처럼 검찰 기소 후 공소장 공개가 바람직

2020년 2월 23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시대전환’ 창당대회에 참석한 시대전환 조정훈(왼쪽)·이원재 공동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20년 2월 23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시대전환’ 창당대회에 참석한 시대전환 조정훈(왼쪽)·이원재 공동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어떻게 검찰개혁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 즉 검수완박이 핵심이 아니라 검찰 권력을 견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야 한다. 검찰 권력이 막강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검찰의 권력은 적절히 관리·견제돼야 한다. 그렇다면 견제의 목적은 무엇이냐? 바로 형평성과 적법성에 맞게 수사·기소하게 하는 것이다. 돈과 권력이 있든 없든 기소될 사람은 모두 기소되고, 무고한 사람은 기소돼서는 안 된다는 상식이 지켜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검찰을 견제해야 하는가?

“검찰이 어떤 과정과 이유로 기소했는지를 보여주는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대륙법 체계라서 기소에 대한 정보 공개가 매우 취약하다. 이 부분은 검사들도 인정한다. 반면 영미법 체계에서는 수사에서 기소까지의 과정이 대중에게 비교적 잘 공개된다. 이처럼 정보 공개가 용이하다면 검사 입장에서는 조심하지 않겠나? 만약 기소의 일관성이 없다면 국민의 질책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는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뺏는 것은 검찰개혁이 아니라고 본다.”

미국은 검찰의 기소 후 곧바로 공소장을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법원이 예외적으로 비공개를 결정하지 않는 이상 공소장이 법원에 제출된 시점부터 모두에게 공개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법령에 따라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소장을 열람하거나 사본을 교부하는 식으로 공소장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법이 문재인·이재명 방탄법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저를 포함한 정치인 전체에 대한 방탄법이라고 생각한다. 검수완박법의 최대 수혜자는 우리 정치인이다. 검수완박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정치인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조직을 꼽으라면 바로 검찰일 것이다. 왜냐하면 선출된 권력을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으니까. 하지만 검수완박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치인이 더는 검찰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토대가 마련됐다. 저는 검수완박법이 정치인 방탄법이라는 데 정치인 그 누구도 변명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정치인 방탄법 입법을 막지 못해 국민께 죄송할 따름이다.”

검수완박법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6대 범죄(대형참사·방위사업·공직자·선거·부패·경제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수완박에 반대한 뒤 지지도 있었지만 비난도 있었다.

“‘다음 국회 때 볼 일 없을 거다’, ‘밤길 조심해라’는 문자를 받았다. 많은 분이 검수완박의 내용을 보는 게 아니라 진영 간의 힘겨루기로 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정치의 폐해 중의 하나가 이러한 팬덤 정치다. 정당 지지자들이 정치인을 마치 아이돌로 우상화한다. 정치인들은 자신을 영웅시해주고 후원금을 많이 보내주는 일부 지지자의 얘기만 듣고 정치를 한다. 그러면 둘 사이에 건전한 비판이 사라진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역사를 봤을 때, 전체주의가 이러한 팬덤 정치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파시즘을 주도한 이탈리아의 정치가 베니토 무솔리니도 팬덤이 어마어마했다.”

“역사를 보라, 전체주의는 팬덤 정치에서 시작됐다”

5월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누구나 하는 반대 말고 아무나 못하는 해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5월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누구나 하는 반대 말고 아무나 못하는 해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검수완박이 진영 간 힘겨루기로 전락한 원인이 무엇이라고 진단하나.

“양당 체제 때문이다. 저는 대한민국 정치가 스포츠 같다고 본다. 야구 경기에서 홈팀과 원정팀만 있듯, 거대 양당은 제3지대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야구장 입장객 중에 중립이 없듯, 양당 체제에서는 아군 아니면 적으로 간주한다.”

조국 사태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진영 간 갈등이 더욱 심해졌다고 말한다.

“조국 사태가 불을 지폈다고 본다. 억울하게 당했다고 믿는 사람들과 내로남불이라고 공격한 사람들 사이에서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은 증발해버렸다. 저는 이런 극단의 정치를 활용하는 정치 세력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 의원은 지난 4월 21일 ‘586 선배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선배들은 국회와 정치를 선악 대결의 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단일대오만이 살길이라 외쳤고, 이탈자는 배신자라고 낙인찍고 있다”고 주장했다. 4월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시대전환 조정훈TV]를 통해서는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586세대 정치인 용퇴론을 펼쳤다.

586세대 정치인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586 운동권의 업적은 반독재를 이뤄내는 데 앞장선 것이다. 하지만 반독재가 곧 민주주의의 쟁취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586 운동권은 당시 단일 대오를 이뤄 최루탄을 맞으며 군부 독재 세력에 맞섰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방과의 협상은 반역자·변절자를 의미했다. 하지만 이는 독재 세력과의 대결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민주주의 행태라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저는 정치권의 586 운동권이 더는 우리 사회의 리더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더 유연해지고 더 다양해져야 한다. 반대하는 목소리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 의원 172명 전원이 동의해 검수완박법을 발의하는 일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정치권 586 운동권들의 시대적 유효기간은 끝났다. 저는 586 운동권 선배들의 과거 업적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과거의 성공이 미래로 가는 길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싶다.”

“아무나 못하는 것 해결하는 정치인 될 것”

그래도 검수완박을 찬성하는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연락 가운데 공감 가는 사유는 없었나?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심한 인격적 모욕을 느꼈다고 밝힌 사람이 있었다. 그분은 제게 ‘검찰이 얼마나 무례하고 독선적인지 조 의원이 몰라서 검수완박을 반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거 사례만 봐도 검찰의 강압 수사가 문제로 지적된 적이 있지 않나.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검찰개혁에 접근하는 건 동의한다.”

검수완박법은 5월 9일 관보 게재로 정식 공포됐다. 검수완박법은 부칙에서 시행일을 ‘공포 후 4개월이 경과한 날’로 정했다. 따라서 오는 9월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검찰이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준비 중이며, 법조인·시민단체는 검수완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에 나서고 있어 실제 검수완박이 실행될지는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검찰개혁과 관련해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나갈 계획인가?

“제 명함에는 ‘누구나 하는 반대 말고 아무나 못하는 해결을 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저는 검찰 권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견제하느냐가 검찰개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해답은 정보의 투명성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영미법 체계 국가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기소 정보를 얼마나 공개하는가, 그리고 기소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놨는가를 알아볼 계획이다. 비록 제 전공이 경제이지만, 검찰 권력 또는 수사권·기소권을 깊이 공부해 그 해답을 찾아내겠다. 국회의원으로서 제게 주어진 책무를 회피하지 않겠다.”

1972년생인 조 의원은 세계은행에서 15년간 일한 경제 전문가다. 이후 정치권에 뛰어든 그는 2020년 시대전환을 창당, 민주당 중심의 비례연합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합류해 21대 국회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현재 시대전환의 당대표 겸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정준희 기자 jeong.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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