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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총격범, 제지없이 교실로..."경찰 늑장대응" 비판 고조

중앙일보

입력

26일 미국 텍사스주 우밸디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에서 한 여성이 슬픔에 잠겨 있다.[AP=연합뉴스]

26일 미국 텍사스주 우밸디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에서 한 여성이 슬픔에 잠겨 있다.[AP=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롭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 대한 조사 내용이 발표되면서 경찰의 부실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AP·로이터 통신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텍사주 공공안전부는 기자회견에서 "학교엔 보통 무장 경찰이 있지만, 총격범이 학교에 도착했을 땐 무장을 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경찰이 있지 않았다"며 "18세의 총격범은 방해를 받지 않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당시 학교 경찰은 차에 있었으며, 그는 911 신고 전화를 받고 나서야 학교로 달려갔다.

공안부에 따르면 24일 사건 당시 픽업트럭을 타고 초등학교에 도착한 샐버도어 라모스(18)는 길 건너편 행인 2명에게 여러 발의 총을 쏜 뒤 학교로 들어갔으며, 교문은 자물쇠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앞서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라모스와 학교 밖에서 총격전을 벌였다고 했지만, 당시 경찰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들은 4분 뒤 학교에 도착했지만, 라모스는 4학년 교실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몸을 숨긴 채 대치했다. 이후 미국 국경순찰대 소속 전술팀이 교실로 들어가 라모스를 사살하기까지 1시간이 걸렸다. 외신에 따르면 21명 희생자 중 대부분은 라모스가 학교에 도착한 지 몇분 만에 숨졌다.

총기를 든 범인이 제지없이 교실까지 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경찰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번 참사로 4학년 딸을 잃은 하비에르 카자레스는 AP에 "총격 소식을 듣고 달려갔을 때 경찰이 학교 바깥에 모여있었다"며 "경찰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목격자들도 일부 학부모가 경찰에게 서둘러 진입하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학교 맞은편 집에서 이를 지켜본 후안 카란자는 "경찰이 학교에 빨리 들어갔어야 했다"며 "(총격범은) 딱 한명 있었다. 경찰이 더 많았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왜 총격범을 더 빨리 막지 못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빅터 에스칼론 텍사스주 공공안전국장은 이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텍사스 경찰이 학교 총격범에 대한 대응 지침을 제대로 지켰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1999년 13명 목숨을 앗아간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교 총기 참사 이후 미국 경찰은 학교 총격범에 즉각 공격으로 대응하라는 지침을 마련했다.

보안 전문가 케네스 트럼프는 CNN에 "현장에서 처음으로 대응하는 무장 경찰은 1초가 중요하기 때문에 바로 사살하거나 체포해야 한다"며 "텍사스 경찰의 학교 진입이 지연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 총격 사건이 벌어진 유밸디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이날 백악관은 밝혔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목적이 "끔찍한 초등학교 총격 사건으로 21명의 목숨을 잃은 공동체와 슬픔을 나누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도대체 언제 총기 로비에 맞설 것인가"라며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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