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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인건비 급등, 답은 더 똑똑한 창고” 손정의가 투자한 '오토스토어'

중앙일보

입력 2022.05.27 06:00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이커머스 시장이 커질수록 뜨는 곳이 있다. 물류 센터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잘 확보해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재빠르게 찾아내 출고시키는 장소다. 창고에서 보관하고, 찾고, 내보내는 작업의 속도와 효율은 이커머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

20여년 전부터 물류센터 작업을 로봇이 해야 한다고 외친 회사가 있다. 노르웨이 기업 ‘오토스토어’다. 1996년 전자부품 유통회사 하텔란드 그룹이 만든 이 회사는 ‘창고 자동화’에 천착해 자동저장 및 출고시스템(ASRS·Automated Storage and Retrieval Systems)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한국과 독일 등 45개국, 900여 곳의 물류 창고에 오토스토어의 자동화 시설이 설치돼 있다. 인텔, DHL, 파나소닉, 화이자, 구찌, 이케아, 지멘스, 푸마 등 글로벌 기업들이 오토스토어의 고객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약 79.7% 증가한 3억 2760만 달러(약 4143억원). 손정의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지난해 4월 28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해 화제가 됐다.

지난 18일 팩플과 화상인터뷰 중인 칼 요한 리어 오토스토어 CEO. [이승호 기자]

지난 18일 팩플과 화상인터뷰 중인 칼 요한 리어 오토스토어 CEO. [이승호 기자]

지난 18일 팩플팀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칼 요한 리어(62) 오토스토어 최고경영자(CEO)는 “물류 자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이커머스의 미래는 스마트한(자동화된) 창고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한국도 이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오토스토어는 2020년 10월 오토스토어코리아를 세워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글로벌로는 여섯 번째, 아시아에선 일본 다음으로 두 번째 설립한 해외 지사다. 오토스토어는 한국에서 LG CNS, 삼성SDS, 두산로지스틱 솔루션 등과 물류 자동화 사업 관련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고, 롯데마트와 신라면세점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한국, 이커머스 앞서지만 물류는 초기 단계”  

한국에 진출한 지 1년 반이 넘었다. 시장을 평가한다면.
“한국은 이커머스 분야에서 굉장히 선진화돼 있다. 오프라인 대비 온라인의 비율이 매우 높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소비시장에서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인 온라인 침투율은 36%). 이커머스 시장 규모도 세계 4~5위다. 다만 물류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라 생각한다. 상당수 기업들이 이제서야 물류 자동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선 이커머스가 활성화된 이후 자동화 시스템이 유행된 지 오래다.”
왜 이커머스 발달이 물류 자동화로 이어지나.  
“이커머스의 핵심은 배송이다. 물류 노동력의 중요성이 클 수밖에 없다. 초기엔 사람으로 감당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폭증하면 한계가 있다. 늘어나는 물류량에 비례해 1인당 노동강도를 과도하게 늘릴 수 없기에 사람을 더 뽑아야 하지만 경쟁사가 많다. 물품 분류 등 업무에 숙련된 인력과 그렇지 않은 인력의 격차도 크다. 구인난이 벌어지고 인건비도 올라간다. 기업으로선 기계의 힘을 빌려 부족한 인력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히 갖게 된다.”
칼 요한 리어 오토스토어 CEO 약력.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칼 요한 리어 오토스토어 CEO 약력.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한국도 그렇게 될 것이란 건가.
“그렇다. 한국은 지금까지 이커머스 발달 상황에 비해 자동화 정도는 늦은 편이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사람으로 버텨왔기 때문이다. 인건비가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낮고, 1인당 물류 인력 생산성이 높았다. 하지만 물류 폭증으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건비도 급등하고 있다. 물류 자동화 수요가 급등할 조짐이 보인다.”
자동화 되면 기존 인력은 어떻게 되나.
“자동화와 일자리는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당분간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으로 배송·물류량이 늘어 인력 부족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노동강도가 세지면서 기존 물류 산업 노동자의 업무 환경과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물류 자동화 기술이 발달하면 기존 직원들이 보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가 있다. 자동화로 인해 물류 창고에 저장된 제품을 보다 빠르게 찾아서 배송해주는 피킹 시스템 등에서 사람이 보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커머스 물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비자와 보다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의 소비 트렌드는 급격하게 바뀐다. 변화에 즉각 대응하고, 빠른 배송을 유지하려면 소비자 사는 곳 부근에 물류센터가 있어야 한다. 많은 인구가 사는 도시 인근에 물류센터가 집중되는 이유다. 하지만 도시 부근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지을 곳은 한정돼 있다. 오토스토어 같은 모듈화 자동설비 시설을 통해 도심 속 좁은 공간에 물류 창고를 지으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물류대란은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향후 물류 산업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뭔가.
“인력과 땅값이다.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물류 인력과 물류 센터 부지에 대한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과거처럼 물류센터를 원하는 곳에 마음대로 지을 수 없다. 물류센터를 새로 지었다고 해도 인력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미 해당 지역에 있는 인력은 어디에선가 물류 관련 일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화에 대한 니즈는 더 커질 것이다. 전 세계 물류센터 중에서 15%만이 자동화가 돼 있다고 한다.”
오토스토어의 스마트 창고 운영 모습.[사진 오토스토어]

오토스토어의 스마트 창고 운영 모습.[사진 오토스토어]

버려지던 자투리 공간을 ‘큐브 스토리지’로   

전자 부품 유통회사가 창고 자동화 회사를 세웠다.
“하텔란드 그룹의 한 기술이사가 ‘우리 창고는 돈을 들여 공기를 보관한다’고 말한 게 계기다. 창고 내 복도와 층간 공간, 선반 간격 등 낭비된 공간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가 낸 아이디어와 기술을 사업모델로 키워 회사를 세웠다. 이름도 ‘창고 자동화’에 걸맞은 오토스토어로 지었다. 부품 유통 회사로서 물류의 특성을 이해했기에 가능했다.”
물류에서 오토스토어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군살 없이 깔끔하다. 고객을 만족하게 하는 강력한 기술이 핵심이다. 보관 물품을 ‘빈’이란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짠 큐브형 공간(그리드)에 보관한다. 넣고 꺼내는 건 그리드 상부에서 초속 3.1m의 속도로 이동하는 무선조종 로봇이 한다.”
이른바 ‘큐브 스토리지’ 기술인가.
“그렇다. 빈과 그리드, 로봇으로 구성이 간단하기 때문에 공간의 낭비를 없앴다. 같은 적재량일 경우 최대 4분의 1까지 창고 면적을 줄일 수 있다. 또 모듈·표준화돼 있어 어떤 구조에도 ‘맞춤형’ 설치가 가능하다. 새로 창고를 지을 필요 없이 있는 공간에 물류 시설을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오토스토어 회사 소개.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오토스토어 회사 소개.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LG CNS, 삼성SDS, 롯데마트 등 한국 업체들도 오토스토어와 협력(파트너사·고객사)하던데.  
“해외에 진출한 뒤엔 항상 현지 최고의 기업들과 협력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자동화 기술의 특성상 우리 서비스의 이점이 고객에 잘 전달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우리와 일하는 업체들은 한국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곳이라 생각한다.”

“물류 자동화, 중소업체에 더 필요”

해외 진출 시 중시하는 사업전략은?
“교육이다. 해외 진출뿐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만들 때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기업이든 중소 업체든 공장 자동화는 익숙해도 물류 자동화는 생소하게 여기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로서 물류 자동화가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시장에 알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파트너 기업을 위한 아카데미를 만들어 물류 자동화 분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이외에 현지 제도 등 시스템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도 있다.”
제조·유통기업들도 물류 자동화 시장을 넘본다. 오토스토어의 차별화 전략은.
“1996년 회사를 세워 창고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 때부터 경쟁사는 항상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오토스토어만의 강점을 넘어서기는 아직 힘들 것이라고 본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은 그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짐작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물류 수요와 양도 지금보다 더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물류 자동화 분야에서 이러한 급격한 수요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은 우리 회사뿐이라 자부한다.”
오토스토어의 창고 자동화 시스템 설비 구성품.[사진 오토스토어]

오토스토어의 창고 자동화 시스템 설비 구성품.[사진 오토스토어]

왜 그런가.
“앞서 말한 모듈화다. 표준화된 부품을 사용하는 데다, 구조가 간단해 빠른 설치가 가능하다. 여기에 자동화 로봇의 가장 중요한 점인 내구성도 자신 있다. 오토스토어 물류 자동화 시스템의 가동률은 99.7%다. 1000시간을 운영하면 고장 등으로 멈춘 건 3시간뿐이라는 얘기다. 이 정도면 거의 완벽한 자동화 시스템이다. 고장이 나도 로봇 시스템이 기계적으로 단순해 수리가 쉽다. 전문 엔지니어가 아니라도 수리할 수 있다. 만일 자동화 로봇 하나가 고장나도 워낙 많은 로봇이 작업을 수행하므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 줄 수 있다.”
오토스토어는 한국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고객 모집에 적극적이더라.  
“물류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건 대기업이든 중소 업체든 똑같다. 기업 규모가 작다고 그 어려움이나 고통이 작은 것도 아니다.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크기에 물류 자동화를 더 원할 수 있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설치를 주저하는 곳도 많다. 이런 고객을 위해 설비를 할부로 구입하거나. 매달 일정 비용을 내고 이용하는 구독형 모델 도입을 추진 중이다. 몇몇 업체와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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