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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때마다 반전의 반전…역대급 난타전, 대전 두 동갑내기 [6·1 현장 이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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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허태정 '성과론' VS 이장우 '무능론'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와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가 지난 21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시협회장기 배드민턴대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와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가 지난 21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시협회장기 배드민턴대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현 시장이 능력을 보여준 게 없어 다른 후보를 찍을 생각이다.” 

“4년 동안 특별한 문제가 없었으니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

지난 23일 오후 대전시 동구 중앙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반응이다. 대전역 앞에 있는 중앙시장은 하루 5만여명이 이용하는 중부권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건어물 가게 주인 이모(33)씨는 “허태정 후보가 지난 4년간 시장으로 일하면서 보여준 게 없었다”며 “이번에는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떡을 파는 임모(77·여)씨는 “그동안 선거 때마다 민주당 후보에게만 표를 던졌다”며 “허태정 후보가 크게 실수한 게 없는 거 같으니 이번에도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6·1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충청권에서도 대전시장 선거는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두 후보는 갈라진 여론을 의식한 듯 '무능론'과 '성과론'을 강조하고 있다. 공약을 놓고 갑론을박을 하는가 하면 서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난타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국민의 힘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오른쪽)가 지난 25일 대전 둔산동에서 이준석 대표(가운데), 서철모 서구청장 후보 등과 함께 유세하고 있다. 사진 이장우 후보 캠프

국민의 힘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오른쪽)가 지난 25일 대전 둔산동에서 이준석 대표(가운데), 서철모 서구청장 후보 등과 함께 유세하고 있다. 사진 이장우 후보 캠프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가 지난 22일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함께 대전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 허태정 후보 캠프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가 지난 22일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함께 대전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 허태정 후보 캠프

이장우 "윤 대통령과 가까운 내가 적임자" 

대전시장 선거는 재선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 허태정(57) 후보와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이장우(57) 후보간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두 후보 모두 충남 출신이며, 대전에서 고교와 대학을 졸업했다. 허 후보는 충남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대전시 유성구청장과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등을 지냈다. 이 후보는 대전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20대 국회의원과 대전 동구청장 등으로 일했다.

이 후보는 26일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경기장 등을 돌며 유권자를 만났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는 무능한 대전시정을 심판하는 것”이라며 “대전은 인구가 줄고, 청년과 중소벤처기업부 등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이 떠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전화통화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며 “힘 있고 능력 있는 여당 후보가 대통령과 함께 대전을 일류 경제도시로 재도약 시킬 수 있다”고 했다.

한국노총 대전지역 택시노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이장우 지지를 선언했다. 사진 이장우 후보 캠프

한국노총 대전지역 택시노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이장우 지지를 선언했다. 사진 이장우 후보 캠프

허태정 "시장 연임해야 시정 발전" 

반면 허태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2차례나 열며 공약 홍보에 주력했다. 이날 오전 대전 5개 구청장 후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오후에는 민주당 대전 지역 국회의원들과 합동 회견을 했다.

허 후보는 “대전은 최근 20년 동안 연임한 시장이 한 명도 없다 보니 시정의 연속성이 떨어졌다”며 “내가 시장에 당선돼야 그동안 쌓아 올린 수많은 성과를 바탕으로 행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역대 대전시장 중 연임에 성공한 것은 민선 1·2기(1995~2002) 홍선기 시장 1명뿐이다.

그는 “구청장과 시장을 지낸 경험을 살려 더 나은 대전을 만들겠다”며 “원동기 면허를 가진 사람에게 자동차 운전을 맡기면 안 된다”고 했다.

대전지역 미술인들이 허태정 시장 지지를 선언했다. 사진 허태정 후보 캠프

대전지역 미술인들이 허태정 시장 지지를 선언했다. 사진 허태정 후보 캠프

'논의 19년' 도시철도 2호선 놓고 입장차

두 후보는 주요 공약을 놓고도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 후보는 “(허태정 후보가) 도시철도 2호선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정치 리더십 부재로 대전시민의 불신과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며 “국가철도망 구축과 충청권 광역철도(대전~청주공항 등) 계획 등과 연계해 3~5호선 노선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허 후보는 "3∼5호선 동시 추진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현재 추진 중인 2호선이 마무리되면 3호선을 단계적으로 착공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은 논의가 시작된 지 19년이 됐지만, 아직 착공조차 못 한 상태다.

국민의힘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가 전통시장에서 마늘 줄기를 자르고 있다. 사진 이장우 후보 캠프

국민의힘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가 전통시장에서 마늘 줄기를 자르고 있다. 사진 이장우 후보 캠프

이장우 "발가락 절단 사유 해명해야" 

서로 약점을 공격하는 데도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허 후보가 장애인 등록증을 발급받았다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납했는데, 발가락 장애와 관련이 있냐”며 “발가락이 절단된 이유는 무엇인지, 군 면제도 발가락 장애 때문인지 속 시원하게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허 후보는 “이 후보가 동구청장 재직시절 구청 재정을 파탄 내고, 허위공문서를 작성해 업무 추진비 1억6000만 원 정도를 사용했다”며 “시장 자격이 의심스럽다”고 반격했다.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가 전통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허태정 후보 캠프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가 전통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허태정 후보 캠프

허태정 "허위공문서 작성, 업무 추진비 사용" 

이번 대전시장 선거는 '충청 대망론'을 현실화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컨벤션 효과와 허 후보에 대한 지난 4년 평가 등이 표심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 측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민주당이 시장과 5개 구청장을 휩쓴 것에 대해 “이번 선거에서는 정 반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허 후보 측은 "행정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25일 대전 동구 역전시장에서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의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25일 대전 동구 역전시장에서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의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여론도 엎치락뒤치락…역대급 접전 

여론조사 결과는 두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그동안 실시한 3차례 여론조사에서 허 후보 지지율은 39.6%→43.6%→42.2%, 이 후보는 43.4%→42%→43.2%였다.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는 오차범위(±3.5%포인트) 내 접전이다. 우세를 점한 후보도 매번 조사 때마다 ‘이장우→허태정→이장우’로 계속 달라졌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21~22일 조사한 결과 허 후보 지지율은 42.2%, 이 후보 지지율은 43.2%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18세 이상 남녀 80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같은 기간 '뉴스1'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8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이 후보가 50.3%, 허 후보가 40.0%를 얻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5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거리에서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와 김경훈 중구청장 후보의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5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거리에서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와 김경훈 중구청장 후보의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고민정·배현진·이준석 지원 유세

박빙의 승부만큼이나 중앙당의 지원 유세전도 뜨겁다. 민주당 고민정 국회의원 등은 지난 25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 거리에서 허 후보와 김경훈 중구청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고민정 의원은 “대전의 연속성 있는 발전을 위해 허태정 재선 시장을 탄생시켜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이날 대전 둔산동 갤러리아타임월드 일대를 찾아 이 후보와 서철모 서구청장 후보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이장우 후보는 당내에서 열정적인 인재로 유명하고, 누구나 이 후보를 도와주고 싶어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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