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겨야 '강원 전성시대' 열린다" 윤풍에 맞서는 이광재 [밀착마크]

중앙일보

입력 2022.05.27 05:00

업데이트 2022.05.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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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보수 판이라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결국 이광재가 될 거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가 26일 오전 강원 고성 아야진에서 어업인을 돕고 있다. [사진 이광재 캠프]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가 26일 오전 강원 고성 아야진에서 어업인을 돕고 있다. [사진 이광재 캠프]

26일 오후 3시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강릉최씨 대종회’ 모임에선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에 대한 격려가 쏟아졌다.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강한 지역이자,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이곳에서 예상 밖의 응원이 나왔다. 인사차 대종회를 찾은 이 후보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며 “도지사가 돼 강원도의 운명을 바꾸겠다”고 화답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가 25일 오후 강원 속초 먹자골목에서 유세하는 모습. 이광재 캠프 제공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가 25일 오후 강원 속초 먹자골목에서 유세하는 모습. 이광재 캠프 제공

윤석열 바람 거센 강원도인데…“바닥에서 바람이 바뀐다”

강원도에서 민선 5기 지사, 17ㆍ18ㆍ21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이 후보지만 이번 도지사 재선 도전은 녹록지 않다. 그는 “참모들 99%가 출마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석열 정부에서 강원도 출신 국민의힘 의원들(권성동ㆍ이철규ㆍ이양수 의원 등)은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집권여당 프리미엄’에 더해 ‘강원도 전성시대’라는 기대감을 국민의힘이 듬뿍 받는 상황이다. 각종 여론지표에서도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가 그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다.

하지만 25일부터 이틀간 동행한 그의 유세 현장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25일 저녁 이 후보가 속초 먹자골목에 들어서자 지나가던 시민들이 먼저 “이광재 화이팅”, “너무 잘생겼다”, “대통령 깜”이라는 말을 꺼냈다. 몰던 차에서 내려 악수를 청하는 사람이 여럿이었고, “강원의 구원자 이광재”라고 적힌 편지를 건네는 모녀도 있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가 25일 오후 강원 속초 먹자골목 유세를 하는 도중, 설악고 3학년 학생들이 찾아와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 김준영 기자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가 25일 오후 강원 속초 먹자골목 유세를 하는 도중, 설악고 3학년 학생들이 찾아와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 김준영 기자

올해 처음으로 지방선거 유권자가 된 고3 학생들이 이 후보를 둘러싸고 응원하는 모습도 있었다. 무리 중 한명인 박상우(19) 설악고 학생회장은 “이 후보를 잘 알진 못하지만, 인상이 너무 선하고 친근한 느낌이라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며 “강원도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 높긴 한데, 강원지사 선거는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고깃집 앞에서 이 후보를 보자 “이야 여기서 이광재를 볼 줄 몰랐네”라고 기뻐한 조성태(67)씨 역시 “내가 국민의힘 지지자이긴 한데, 도지사는 이광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도지사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며 “김진태 후보는 말을 너무 거칠게 해서 싫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고깃집 안으로 들어서자 회식 중이던 회사원들이 크게 놀라며 손뼉을 쳤다. 흥이 오른 이 후보는 이곳에서 노래 ‘해변으로 가요’를 완창했다. 이 후보에게 ‘생각보다 현장 반응이 좋다’고 말하자 그는 “바닥에서부터 바람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가 26일 오전 강원 고성 아야진에서 어부들의 자망 손질을 돕고 이동하는 모습. 이광재 캠프 제공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가 26일 오전 강원 고성 아야진에서 어부들의 자망 손질을 돕고 이동하는 모습. 이광재 캠프 제공

“김진태, 윤석열 공격하더니 윤심 마케팅…집안보단 실력이 중요”

그는 바람을 바꿀 무기로 공약과 정책 추진력을 꼽았다. 지난달 당의 출마 요구에 ‘강원특별자치도법 5월 내 통과’ 등 5가지 조건을 제시했는데, 자치도법은 실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를 통과하며 최종 법안 통과를 목전에 뒀다. 이날 차량에 동승해 소회를 물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가 26일 강원 유세 중 차량에서 동승 인터뷰를 하는 모습. 김준영 기자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가 26일 강원 유세 중 차량에서 동승 인터뷰를 하는 모습. 김준영 기자

정말로 강원특별자치도법이 최종 통과를 눈앞에 뒀다.
“처음에 제가 5월 내에 통과시킨다고 했을 때, 강원도민을 비롯해 아무도 안 믿었다. 김진태 후보도 5월 내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제 도민들이 ‘좋은 리더를 만나면 우리도 숙원사업을 이뤄낼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 것 같아 그게 가장 뜻깊다.”
김 후보는 최근 법안에 대해 ‘김진태가 완성하겠다’고 했다.
“상대 후보를 비난하긴 싫지만, 저라면 그렇게 말 못할 것 같다. 내가 일전에 법안 처리를 위해 여의도에 같이 가자고도 몇 번 말했는데 반응이 없더니…. 반대했으면 가만히나 있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가 26일 오전 강원 고성 거진항에서 어업을 돕고 있다. 이광재 캠프 제공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가 26일 오전 강원 고성 거진항에서 어업을 돕고 있다. 이광재 캠프 제공

이 후보는 공약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는 “여의도에 만연한 ‘정책이 표 되냐’라는 말을 제일 싫어한다”며 “정치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인데, 그게 없이 그저 권력만 잡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풍토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 후보는 ‘강원의 외손주 윤석열을 지켜달라’고 말하고 있다.
“나 같으면 미안해서 그렇게 못 할 것 같다. 지난해 경선에서 윤 대통령을 심하게 공격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 와서 윤 대통령과 찍은 사진으로 마케팅을 한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도 보면 실력 없는 학생들이 집안 자랑을 하지 않나.”
일부 도민들도 정부와 가까운 ‘힘 있는 여당 후보’를 뽑고 싶어하지 않나.
“여야 협치를 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민주당은 아직 167석이 있다. 여당 도지사든 야당 도지사든 결국 상대 당의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일 잘하고 당파성 없는 이광재가 당선돼야 진짜 ‘강원도 전성시대’가 열린다.”

실제 이 후보는 26일 오전 고성 대진항에서 우연히 고성군수 선거를 돕는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자 반갑게 웃으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의원도 “이 후보님이랑은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고 말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가 26일 오전 강원 고성 대진항에서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후보 왼쪽)을 우연히 만나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 김준영 기자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가 26일 오전 강원 고성 대진항에서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후보 왼쪽)을 우연히 만나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 김준영 기자

선거에 정신없는 이 후보지만, 최근 민주당의 화두인 86 용퇴론에 대해서도 물었다. “86 운동권 용퇴”를 주장한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 후보와도 가까운 사이다. 86세대인 그는 “저 역시 제가 낡은 정치인인지 아닌지 매일 자문하고 있다”며 “박 위원장은 충분히 할 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는 “아직은 86세대에게도 한 번의 기회는 남았을 것”이라며 그 마지막 기회를 “다음 대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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