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성탁의 시선

민주당이 직면한 더 큰 위기

중앙일보

입력 2022.05.27 00:24

업데이트 2022.05.27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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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성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성탁 논설위원

김성탁 논설위원

 6·1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예상 판세는 국민의힘 우세다. 12년간 지방권력을 장악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여론조사대로라면 호남과 제주 외에 경기도와 충남·세종 등에서 승리를 기대할 정도다. 하지만 민주당에 닥칠 더 큰 위기는 훨씬 심각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내포하고 있는 변화의 조짐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당선 후 행보는 대선 때와 다른 점이 많다. 국민의힘 후보 시절엔 보수 극렬 지지층에 부합하는 언행을 자주 보였다. ‘문재인 정부 심판’을 주야장천 외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취임 후 5·18 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장관·의원 100명을 데리고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도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갔다. 광주와 봉화는 민주당의 무대였는데, 올해는 달랐다.

윤호중,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보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호중,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보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공직과 로펌을 오간 행보로 비판을 받았지만, 한 총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다. 호남(전북 전주) 출신인 그를 윤 대통령이 가장 상징적인 자리에 지명했다. 국민의힘도 과거 모습에서 탈피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30대 이준석 대표를 뽑은 것부터 ‘친이’‘친박’의 틀과 ‘꼴통 보수’라는 한계를 벗겠다는 신호였다.

5·18서 보듯 윤 대통령 진영 허물기 시동
여권 실책만 찾다간 중도층 민심 못 얻어
과반 야당으로 현안 해법 내고 경쟁해야

 민주당에 묻는다. 선거는 텃밭과 적극 지지층만으로 이길 수 없고 중도·부동층이 승부를 가른다. 김종인 비대위 시절부터 국민의힘이 호남에 공을 들인 것처럼 민주당은 대구·경북(TK)에 얼마나 정성을 쏟았나. ‘노무현의 부산 도전’ 이래 이어지던 영남 껴안기는 시들해진 게 아닌가. 대선에서 승리했다면 과거 보수 정부 총리를 영입할 구상을 했겠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DJP 연합’을 하고 TK 출신 김중권 비서실장을 발탁한 게 25년 전인데, 민주당의 확장성과 유연성은 후퇴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상대 진영 공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대표를 지낸 김한길 위원장과 새시대위원회를 만들었다. 출범식에서 당시 윤 후보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를 다 포함할 것"이라며 “국민의힘도 실사구시 실용주의 정당으로 확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새시대위는 인수위 국민통합위로 이어졌고, 윤 대통령이 첫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국민통합위를 만든다는 소식이 어제 전해졌다. 민주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원심력은 커질 것이고, 새 정부 지지율 추이에 따라선 2024년 총선 전 정계 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대선 이후 비판 여론에도 ‘검수 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에 매달렸다. 이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 공격에 주력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전 정부 인사들에 대해 검찰 수사를 동원할 것이란 공포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전 정부에 대한 수사를 여러 번 봤다. 여론의 키를 쥔 중도층은 '인위적 보복 수사’인지 판단할 것이다. 국민은 ‘측근 정치’의 폐해도 잘 알고 있다. 인사검증 권한까지 쥔 한 장관이 무리수를 쓰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민주당이 여권 실책을 찾아내 공격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미래가 불투명하다. 여성 차별 논란이 일자 내각의 추가 인선 세 자리를 모두 여성으로 채우는 등 윤 대통령의 대응은 빠르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스스로 현안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여당과 논의해 처리할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이 실패였음을 대선 때 인정했으면서 왜 대안 입법화에 먼저 나서지 않는가. 당 싱크탱크를 강화하고, 의원내각제의 ‘섀도 내각’처럼 상임위별 조직을 꾸려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으로 여권과 경쟁하는 야당이어야 등 돌린 이들이 눈길을 줄 것이다.

 인적 쇄신도 중요하다. 여권에 민주당 계열 인사들이 꽤 가 있다. 민주당은 폄훼할지 모르나 대부분 팬덤 정치에 질리고 민주당의 확장성 부족을 비판하던 이들이다. 이념과 세대의 폭을 넓혀 실력 있는 전문가를 정당에 접목하려 노력해야 할 텐데, 이번 선거 공천에서 청년층이 벽에 부딪혔다는 한탄이 들린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20대 남성이 왜 떠났는지 분석하고 어떻게 공감할지 논의하고는 있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가 극렬 지지층과 당 지도부의 반발을 산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마저 떠나면 민주당엔 재앙이 될 것이다. 당 대표를 뽑는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친명·친문계의 신경전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랬다가는 초상 치르고 제사 지내게 생겼는데, 누가 지방 쓸지를 놓고 싸우는 꼴이 될 것이다. 진영을 허물고 갈등 현안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치 세력만이 표를 얻는 시대가 됐음을 민주당은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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