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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탑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한국영화의 선전도 돋보이지만 올해 칸영화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영화를 꼽으라면 ‘탑건: 매버릭’을 빼놓을 수 없다. 36년 만의 속편이라는 점에서도 화제지만, 전편에서 20대 청춘의 파일럿이었던 톰 크루즈가 이젠 완연한 중년의 교관으로 돌아온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끈다. 그를 결정적 스타덤에 올려 놓은 ‘탑건’(1986)은, 지금은 고인이 된 토니 스콧 감독의 대표작이자 이른바 ‘하이 컨셉트’(high concept) 영화의 전형이다. 간단히 말하면 ‘쉽고 간결하게 전달될 수 있는 이야기를 지닌 영화’를 의미하는데, 이 세계에선 기승전결에 의한 서사나 잘 구축된 캐릭터나 빌드업에 의한 감정보다는 ‘스타일’이 중요했다.

탑건

탑건

그런 점에서 ‘탑건’은 장편영화라기보다 러닝타임 110분의 뮤직비디오에 가까웠다. 가장 대표적인 신은 비치 발리볼이다. 구릿빛의 매끈한 근육질 남성들이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몸을 날리고, 그 스펙터클은 빠른 편집과 슬로 모션으로 포착된다. 그리고 갑자기 혼성밴드 베를린의 ‘Take My Breath Away’가 흐르는 가운데, 톰 크루즈는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한다.

개연성 없는 연결이지만, 당대 관객들은 이 장면의 ‘멋’에 환호했다. 제리 브룩하이머와 돈 심슨이 만든 ‘하이 컨셉트’의 명장면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으며, 스피드와 음악과 스타가 결합된 이 장면의 아우라는 지금도 회자하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