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싹 빠졌는데…헌재 “로톡 가입 막은 변협규정 위헌”

중앙일보

입력 2022.05.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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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변호사가 로톡 등 민간 법률 광고 플랫폼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막은 대한변협의 내부 규정은 위헌이란 헌법재판소 결정이 26일 나왔다. 로톡 운영사(로앤컴퍼니) 김본환 대표(가운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호사가 로톡 등 민간 법률 광고 플랫폼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막은 대한변협의 내부 규정은 위헌이란 헌법재판소 결정이 26일 나왔다. 로톡 운영사(로앤컴퍼니) 김본환 대표(가운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솔직히 기쁜 마음은 없다.”

헌법재판소는 26일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가 로톡 등 온라인 법률 플랫폼에 회원들이 가입해 광고하는 것을 막은 변협 광고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했다. 변호사 광고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이 규정이 변호사들의 표현·직업의 자유를 제한했다는 취지. 헌재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술의 발전에 따라 등장하는 새로운 매체에 대해서도 광고 표현의 기본권적 성질을 고려해 규율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 창업자 김본환 대표는 이날 “지난 1년간 스타트업으로선 견디기 힘든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났다”고 말했다. 소감을 묻자 “간신히 버텨는 냈지만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손해가 막심해 그 고민하느라 기뻐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법률 서비스 시장은 전형적인 정보 비대칭 시장이다. 일반인들이 어느 변호사가 내 사건을 위해 열심히 뛰어 줄 변호사인지 알기 어렵다. 지난 십수년간 변호사단체 주도로 여러 ‘변호사 찾기’ 서비스가 나왔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유사 사건에서 얼마나 많은 승소 경험을 쌓았는지, 수임료는 어느 정도인지, 하다못해 변호사가 친절한지 등 소비자가 진짜 궁금해하는 정보는 내부자들만 알 뿐이었다. 때문에 법조계에선 승소를 보장하며 고액을 갈취하는 불법 법조 브로커, 전관예우 등의 문제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졌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난 20년간 IT기술로 무장한 여러 플랫폼이 법률 서비스 시장에 도전했다. 하지만 번번이 변호사 단체 반발에 밀려 실패했다. 2005년 등장한 로마켓이 대표적이다.

로마켓은 3500만여 건의 소송 결과를 변호사별로 재가공해 지수화(index)한 ‘변호사 전문성 지수’를 유료로 서비스했다. 하지만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자의적 통계로 변호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로마켓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011년 승소율 공개는 문제없다고 판결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른 법률 위반 소지가 있어 로마켓은 관련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

로앤컴퍼니는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10년을 버틴 스타트업이다. 2012년 창업했고 2014년 로톡을 출시했다. 변호사는 자기 전문 분야를 광고해 사건을 찾고, 이용자들은 리뷰와 상담 사례를 통해 적합한 변호사를 찾을 수 있게 연결해주는 플랫폼이었다. 출발은 미미했다. 첫해 가입한 변호사는 50명. 허나 리뷰와 상담사례 콘텐트가 누적되자 정보에 목마른 이용자들이 몰렸다. 2018년 이후 제이커브(급성장)를 그리기 시작했고 지난해 3월에는 변호사 회원이 3966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변협이 ‘로톡 퇴출’을 기치로 내걸면서 10년 사업이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광고 규정을 고쳐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겠다고 나서자 회원 수는 1706명(2021년 11월 기준)으로 급감했다. 로톡의 성장 곡선은 그렇게 꺾였다. 이번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회생 기회를 잡게 됐지만, 예전 같은 성장세를 다시 그릴 수 있을진 알 수 없는 일이다.

김 대표는 “법률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려는 우리의 의지는 꺾일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계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전문가 집단과 플랫폼 간 소모적인 갈등이 일단락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의료, 세무, 회계, 부동산 중개 등 다양한 직역에서 로톡과 같은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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