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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모 찾아 떠난 한인 입양아, 내 친구의 실제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초청작 ‘리턴 투 서울’은 캄보디아계 프랑스 감독 데비 슈(아래 사진)가 한국계 입양아 이야기를 서울·전주 등 한국 무대로 다뤘다. [사진 칸국제영화제]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초청작 ‘리턴 투 서울’은 캄보디아계 프랑스 감독 데비 슈(아래 사진)가 한국계 입양아 이야기를 서울·전주 등 한국 무대로 다뤘다. [사진 칸국제영화제]

“올해 칸영화제는 가는 곳마다 한국영화가 있죠.”

지난 22일(현지시각)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 초청작 ‘리턴 투 서울’은 영화제 주최 측의 이런 소개와 함께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한국계 프랑스 입양아 브누아(박지민)가 한국에서 친부모를 찾는 수년간의 여정을 서울·전주 등을 무대로 그린다. 한국 배우 오광록·김선영 등이 출연하고, 대사도 한국말이다. ‘한국영화의 범주가 넓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 제작사 도움을 받았지만, 엄밀히 보면 프랑스·독일·벨기에 등 유럽 자본이 들어간 프랑스 영화다. 각본·연출을 맡은 데비 슈(38) 감독은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영화에 주제가처럼 흐르는 신중현의 ‘꽃잎’ ‘봄비’ ‘아름다운 강산’에 관해 묻자 “2011년 한국에 처음 갔을 때 홍대 앞 음악 바에서 이 놀라운 음악을 듣고 좋아하게 됐다. 한국 올드송은 내 영혼을 건드린다”고 할 만큼 한국문화 애호가다. 한국계 프랑스 입양아인 친구의 실화를 토대로 이번 영화를 만든 그를 24일 칸 현지에서 만났다.

캄보디아계 프랑스 감독 데비 슈. [사진 칸국제영화제]

캄보디아계 프랑스 감독 데비 슈. [사진 칸국제영화제]

친구 실화를 어떻게 영화로 만들게 됐나.
“2011년 연출 데뷔작인 다큐멘터리 ‘달콤한 잠’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처음 방한했을 때 그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전주에 가야 하는데 같이 가겠느냐고 했다. 친구를 따라가서 친구의 친부, 친할머니와 영화에서처럼 삼계탕을 먹었다. 우린 한국말을 거의 못해, 너무 많은 감정이 북받쳤지만 표현하지 못했다. 6년 뒤 친구에게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몇 달 뒤 친구가 자신의 입양 스토리 수십 쪽을 메일로 보내왔다. 그게 영화의 토대가 됐다.”
영화에서 술·섹스에 의존하는 브누아 모습은 친부모와 단절로 인한 트라우마 같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입양아도 만났다. 친부모 보는 걸 원치 않는 입양아도 있지만, 대개 한국에 가서 부모를 찾고 싶어 했다. 잘 안 되면 트라우마를 겪었다. 한국에 집착하고 살고 싶어하다가도, 갑자기 자신은 한국인이 아니라며 프랑스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런 극단적 반응은 일종의 폭력적 경험, 관계로도 나타났다.”

슈 감독은 한국계도, 입양아도 아닌 자신이 친구의 삶에 깊숙이 공감한 이유를 “어쩌면 깨진 가족의 역사 때문일지 모른다”며 “내 배경인 캄보디아도 망가진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 부모님은 크메르루주 정권의 대학살 기간(1975~79년) 가족을 잃고 캄보디아를 떠나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기 캄보디아 영화계가 겪은 일을 첫 다큐멘터리 ‘달콤한 잠’에 담았다.

‘리턴 투 서울’의 국내 개봉을 위해 일정을 논의 중이다. 슈 감독은 “그 친구가 칸영화제 첫 상영으로 영화를 봤다”며 “자신의 삶이 담긴 영화를 자랑스럽게 느꼈다. 이제 친구는 술을 마시지 않고 다른 한인 입양아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영화를 한국 관객에게 보여드리는 의미가 크죠. 실제 입양아 이야기는 TV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만든 영화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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