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윤창호법, 음주운전·측정거부 2회 때 가중처벌도 위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음주 운전 혹은 음주 측정 거부 전력이 있는 사람이 또다시 범행을 저지를 경우 가중 처벌하도록 한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이른바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이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헌재가 반복된 음주운전에 대한 가중처벌에 대해 위헌으로 판단한 데 이어, 이날 재차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음주 운전 또는 음주 측정 거부를 두 차례 이상 저지른 사람에 대해 가중 처벌하도록 개정됐다. 지난해 11월 헌재는 음주 운전 금지규정을 위반한 사람이 재차 음주 운전을 한 경우 가중 처벌하는 것에 대해 위헌이라고 봤다.

지난해 헌재 결정이 나오자 음주 운전 사건을 심리하던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 등 일선 법원이 남은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 중에는 2007년에 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받았다가, 2021년에 음주 운전을 해 윤창호법으로 기소된 사례도 포함됐다. ‘음주 운전’에 대해서만 헌재 결정이 나오면서, ‘음주 측정 거부 재범 사건’과 ‘음주 운전과 음주 측정 거부가 결합한 사건’은 윤창호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날 헌재는 ①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또는 음주측정거부 전력이 1회 이상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를 한 경우 ②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전력이 1회 이상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측정거부행위를 한 경우에 대해서도 마저 판단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과거의 위반 행위가 상당히 오래전에 이뤄졌는데도 재범 자체로 처벌하는 점을 지적했다. “전범을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무제한 후범을 가중 처벌하는 예는 발견하기 어렵고,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재는 또 “반복적인 범행에 대한 강한 처벌이 국민 일반의 법감정에 부합할 수는 있다”면서도 “결국에는 중한 형벌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기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복적인 위반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서 형벌의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음주 치료나 음주운전 방지 장치 도입과 같은 비형벌적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비교적 가벼운 유형의 음주운전이나 측정 거부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가중 처벌하는 건 형벌 본래의 기능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반면 이선애 재판관과 문형배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과거 위반 전력이 상당히 오래전에 발생했다고 해도, ‘윤창호 사건’과 같이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면서다.

이들은 “해당 조항은 ‘윤창호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환기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총 발생 건수는 감소하지만 재범 사고는 오히려 증가하기도 하는 실태를 감안해 입법화한 규정”이라며 “불법성과 비난 가능성에 상응할 뿐만 아니라 시대 상황과 국민적 법 감정을 반영한 형사 정책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국회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재범을 초범과 동일하게 처벌하지 않도록 법을 개정했다면, 이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 윤창호법이 효력을 잃으면서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2020년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가 2021년 한 차례 더 범행을 저지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 장용준씨 사건에도 윤창호법이 적용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