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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하청업체 휴일근무 파업 ‘업무방해죄 처벌’은 합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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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노동자의 파업을 경우에 따라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현재 형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심리 10년 만이다. 헌법에 단체행동권이 보장돼 있긴 하지만, “사용자의 재산권 등을 현저히 침해하는 등 일정한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한 제한은 가능하다”는 취지다.

헌재는 형법 314조 1항 중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부분이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4대 5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5명으로 다수였지만, 위헌 정족수인 6명을 채우지 못해 합헌으로 결론 났다.

합헌 의견을 낸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단체행동권은 집단적 실력 행사로서 위력의 요소를 가지고 있으므로 단체행동권 행사라는 이유로 무조건 형사책임, 민사책임이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며 “사용자(회사)의 재산권 등을 현저히 침해하고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정한 단체행동권 행사 제한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집단적 노무 제공 거부는 사용자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실력행사 개념에 포섭될 수 있다”면서 “심판 대상이 된 조항은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 집단적 노무 제공 거부에 한해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우에 따라 파업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재판관 5명(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이 낸 위헌 의견은 “단순 파업 자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근로자의 노무제공 의무를 형벌 위협으로 강제하는 것”이라며 “단체행동권의 헌법상 보장을 형해화할 위험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2010년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18명이 정리해고 되면서 시작됐다.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은 해고 소식을 접한 뒤, 3회에 걸쳐 조합원들에게 휴일근무를 집단 거부하게 했다. 휴일근무가 통상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이 파업으로 인해 공장 생산 계획이 차질을 빚었고, 검찰은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심과 항소심, 대법원은 노조 간부들에 대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며 일관되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에 노조 간부들은 2012년 2월 “현행 법률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청구를 냈다. 하지만 헌재는 10년이 되도록 결론을 내리지 않았고, 이 사건은 헌재 출범 후 최장기 계류 사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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