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새 대북제재’ 안보리 표결…부결돼도 중·러 이중성 부각

중앙일보

입력 2022.05.27 00:02

업데이트 2022.05.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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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6일 오후(현지시간) 표결에 부치는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의 핵심은 ‘북한에 들어가는 원유와 정제유를 더욱 줄이고 담배 수입도 막는다’는 것이다. 설사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부결되더라도 표결 자체가 중·러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게 한국과 미국의 판단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안보리 이사국은 원칙대로 표결 24시간 전인 25일 신규 결의안 최종본을 회람했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의 연간 원유 수입량을 400만 배럴에서 300만 배럴로 줄이고, 정제유 수입량을 50만 배럴에서 37만5000배럴로 축소하는 조치 등을 담았다. 담뱃잎과 담배 제품의 대북 수출 금지도 포함했다.

문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의 비토(거부권 행사)다. 표결이 통과되려면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하고, 동시에 비토권이 있는 상임이사국 5개국 중 어느 한 곳도 반대해선 안 된다. 중·러는 2019·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코로나19로 인한 민생고를 이유로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추진했으며, 지금도 제재가 북핵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한다.

안보리가 이미 합의한 조항도 비토권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2017년 12월 채택한 결의 2397호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쏠 경우 대북 원유·정유 반입을 더욱 제한하도록 결정한다”는 ‘트리거(방아쇠)’ 조항을 뒀다. 이 역시 별도의 결의가 필요해 중·러가 반대하면 활용할 수 없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1월 미국은 자국의 신규 대북 독자 제재를 유엔 안보리 차원으로 확대하려 했지만, 중·러가 보류를 요청하면서 관련 논의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다만 한·미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치는 것 자체가 압박 신호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북한이 2017년과 마찬가지로 ICBM급 도발을 거듭하는데, 당시엔 제재에 찬성하다가 지금은 딴 소리를 하는 중·러의 ‘말 바꾸기’ 행태를 부각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이중적 행보로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리더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인식을 확산하려는 의도도 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결의안이 부결되더라도 표결에 부친 이상 공식적인 안보리 문서로 남아 향후 중·러를 압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중·러가 사실상 ‘자기 부정’을 하며 유엔 안보리 체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보리 이사국은 표결 전후로 자국 입장과 선택 이유를 밝히곤 한다. 지난달 미국 주도로 채택된 결의에 따라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열흘 안에 총회에서 회원국을 상대로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안건 토론’ 제도도 마련됐다. 중국과 러시아로선 거부권 행사에 따른 외교적 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한국과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러도 책임 있는 약속을 계속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재 실패는 안보리의 무기력한 구조를 드러난다는 지적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어찌 됐든 안보리가 신규 대북 제재를 가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으며, 이는 한·미가 함께 고민해야 할 리스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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