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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 “선거가 우선”…박지현 ‘86용퇴론’ 수습 나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86세대 용퇴론’으로 파장을 일으킨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86 용퇴가 혁신이라고 말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일단 박 위원장이 당내 파문 수습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6·1 지방선거를 엿새 남기고 급한 불 끄기에 나선 모양새지만 당내에선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화 운동을 통해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가 민주주의 성과를 이룬 것을 진심으로 존경한다”며 “586세대 용퇴가 혁신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 용퇴해야 하는 게 아니라 시대에 발맞춰 나가는 게 어려운 분들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86세대 전체가 타깃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는 지난 24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을 만나 86 용퇴론 관련 질문을 받고는 “오늘내일 중에 당내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번 주 중 발표하겠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25일 당 선대위 회의에선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등 86세대 정치인들 면전에서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그 뒤 하루 만에 한 발짝 물러난 셈이다.

친이재명계 인사들은 공감과 비판을 곁들여가며 수습 모드에 나섰다. 조응천 의원(비대위원)은 “외부에서 온 박 위원장이 저보다 몇 배는 더 답답했을 것이다. 당을 향한 충정에서 발언한 것 같다”며 “다만 동의를 구하는 절차와 TPO(시간·장소·상황)가 안 맞는 게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친이재명계 중진 정성호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이 촛불을 들어 만들어준 정권을 5년 만에 검찰 정권에 넘겨준 민주당이 국민 앞에 반성과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적었다. 지난 3월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주도로 민주당에 복당한 김관영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는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 김영록 전남지사 후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박 위원장의 혁신과 반성에 공감한다. 당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친명계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박 위원장이 수습에 나섰고 이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취지에 수긍하면서 86 용퇴론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힌 것”이라며 “지금은 엿새 앞으로 다가온 선거가 중요하므로 단합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도 이날 인천에서 기자들과 만나 86 용퇴론에 대해 직접적 답변은 피한 채 “지금은 열심히 선거운동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잠재된 불만이 지방선거 이후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다툼이 특정 그룹 비토(거부) 움직임으로 활용될 가능성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86그룹 인사는 “선거 이후 자연스럽게 반성과 쇄신의 목소리가 나올 텐데 그때 다시 86 용퇴론이 일면 파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지방선거 열세 요인에 대한 이견도 표출됐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정당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차이 나기 때문에 우리 후보들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 위원장의 인천 계양을,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고전 요인으로 보는 친문재인계와는 다른 시각이다. 서울권 재선 의원은 “선거 직후 두 계파가 8월 전당대회까지 ‘네 탓 공방’을 격하게 벌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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