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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정현이 고발한다

청년은 경험 더 쌓고 출마하라고요? 기회 줘야 경험 쌓죠

중앙일보

입력

정희윤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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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생인 최정현 국민의힘 경기도의원 후보는 소음과 교통 방해로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유세 차량을 선거운동에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배경은 유세 차량을 이용한 다른 지역의 선거 운동. 그래픽=전유진 기자

2002년생인 최정현 국민의힘 경기도의원 후보는 소음과 교통 방해로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유세 차량을 선거운동에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배경은 유세 차량을 이용한 다른 지역의 선거 운동. 그래픽=전유진 기자

최정현 국민의힘 경기도의원(남양주시 4선거구) 후보는 2002년생이다. 6·1 지방선거 최연소 후보 타이틀은 다른 지역의 2003년생 후보가 차지했지만 대학(강원대) 1학년 20세 청년이라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남양주시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았으나 당원협의회 제안에 따라 도의원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단독 후보여서 경선은 치르지 않았다.

최 후보는 박근혜 정부 말기의 이른바 '국정 농단' 사태를 보며 '보수는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는 줄 알았는데 우리 보수 정당은 무엇을 지켰던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었고, 이를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진짜 보수'를 찾다가 지난 2017년 바른정당 청소년특별위원회에 들어갔다. 중학교 3학년이라 나이 제한에 걸려 입당은 못하고 일단 위원회 활동으로 정치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새로운보수당까지 정치활동을 이어갔지만 나이 탓에 입당을 못하다 지난해 20대 대통령 후보 경선 때 국민의힘에 입당했다(※올해 정당법이 개정돼 입당 연령이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낮아졌다).

지난 대선 때 경기도 선거대책위원회 남양주을 청년본부 부본부장직을 맡았고, 그 무렵 동갑 친구 지유성씨와의 대화를 기록한 책 『스무살, 꼰대 정치에 이의 있습니다』를 출간했다. 최 후보는 "자기 의견만 옳다며 야당 시절 여당을 공격했던 행태를 여당이 되면 똑같이 반복하는 일명 '내로남불 정치'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만난 그는 “내가 청년이지만, 단지 청년이라는 이유로 표 달라고 호소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른들은 늘 우리 보고 경험 없다고 걱정하는데 청년에게 경험을 증명할 기회를 아예 주지 않으면 대체 그 경험을 어떻게 쌓느냐”며 청년들이 겪는 정치 입문의 어려움을 대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정현 국민의힘 경기도의원 후보가 지난 13일 남양주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최정현]

최정현 국민의힘 경기도의원 후보가 지난 13일 남양주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최정현]

대학 새내기다. 학기 중인데 선거운동은 어떻게 하나.
빡세다. 출근길 인사하고 학교에 갈 때도 있고, 학교 다녀와서 퇴근 인사를 하기도 한다. 남양주 집에서 춘천에 있는 학교까지 1시간 반쯤 걸린다. 
당의 요구로 남양주시의원이 아닌 경기도의원에 도전하게 됐다고 들었는데.
시의원 후보라서 축소하고 뺀 공약을 다시 넣을 수 있겠다 싶어서 큰 고민 없이 수락했다. 당에서는 ‘우리 지역의 보배’라며 자랑하고 격려해준다. 
민주당은 공천 때 청년 가산점을 준다. 국민의힘에도 청년 후보 지원 제도가 있나.
공천 심사비 50%를 깎아준다. 청년이라는 이유로 가산점을 받아 출마하는 게 오히려 당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당은 선거에서 이길 후보를 내야 하는데, 특혜를 받아야 공천을 받을 수 있다면 과연 경쟁력이 있는 후보일까. 
경제적 여유가 있어 지원이 필요없다는 건가.
아니다. 부모님 도움 없이 상금, 장학금, 용돈 모아둔 것과 후원금 200만원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무실 임대의 경우 월 40만원짜리 공유 오피스를 얻었다. 돈이 모자라면 지출을 줄일 계획이다.
선거가 아닌 발탁에 의해 좀 더 쉽게 청년들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당은 'N번방 추적' 활동가인 20대 박지현씨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는데.
여성·청년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해서 자리를 만들어 앉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여성·청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꼭 아이를 낳아봐야 육아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박지현 위원장 본인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뜻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하고 거취를 결정해야 하지 않나.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 비대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 비대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빚을 진 사람이 없다. 당에서 치르는 시험(PPAT·공직후보자기초자격평가)과 공정한 절차를 거쳐 공천을 받았다. 그리고 아직 머리가 말랑말랑하다. 융통성이 좋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역적 측면으로 보면 경기도의 교통 문제가 심각한데, 평소에 직접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 절박함이 있다.
당선 가능성이 낮은 이른바 '험지'로 내몰린다는 불만이 청년 후보들 사이에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떻게 생각하나.
거물급 정치인이 출마하는 것과 평범한 학교 생활이나 회사 생활을 했던 청년이 출마하는 건 확실히 다르다. 만약 당의 요청에 따라 험지로 갔다면 거기에 맞는 대우나 지원을 아낌없이 해야 하는데 당의 과거 행적을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2020년 총선 때 청년희망 벨트라고 해서 청년 후보들을 어려운 곳으로 보냈다. 그때 지원이 거의 없던 것으로 안다. 그냥 가서 죽으라고 보낸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런 식으로 하면 과연 누가 당에 헌신할까 의문이다.  
현실 정치에서 느끼는 어려운 점은.
청년에게는 기존 정치 문법 타파 요구가 쏟아진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가 어렵다. 임대료가 비싼 도로변 건물 대신에 컨테이너를 활용한 공간에 선거 사무실을 두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다. 그럴듯했다. 그런데 막상 알아보니 컨테이너 놓을 땅의 월세가 억대였다. 외진 곳의 사무실이나 공유 오피스를 빌리는 수밖에 없었다. 새롭게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최정현 경기도의원 국민의힘 후보가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뒤인 오후 7시쯤 남양주시 어내미 삼거리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최정현]

최정현 경기도의원 국민의힘 후보가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뒤인 오후 7시쯤 남양주시 어내미 삼거리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최정현]

그렇다면 '정치 문법'을 깨기 위해 하는 게 없나.
꼭 그렇지는 않다. 나름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유세 차량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후보는 유세 차량을 동원한 홍보 효과를 믿는다. 하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특히 소음이 문제다. 지난 재·보궐 선거 때 보니 유동 인구가 매우 많은 도로의 한쪽에 차를 세워놓고 있었다. 주민들이 경찰을 불러 교통 정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유세 차량을 빌리지 않고 직접 발로 뛰면서 주민 한 분 한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선거운동을 하기로 마음 먹고 실행에 옮겼다. 
20세 후보로서 무엇이 가장 어렵나.
풀(수영장)에 뛰어들 때는 문제가 없는데 막상 들어가면 이끼도 많고 끈적이는 것들도 많고 해서 사실 수영하기는 힘들다. 관념과 실제는 다르다는 뜻이다. 우리 정치판은 청년에게 몹시 박하다. '경험이 없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건 당선되고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나도 '경험 더 쌓고 나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기회를 얻어야 경험을 할 것 아닌가. 이 부분이 제일 힘들다. 
정치인이 되려는 다른 젊은이에게 하고 싶은 말은.
청년이라는 틀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청년에 한정된 정치를 하지 말자는 뜻이다. 나는 유세에서 '청년'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공약도 마찬가지다. 일자리·주거·취업 문제는 청년뿐 아니라 육아 휴직하고 경력이 끊기는 분들의 문제일 수도 있고, 재취업하려고 하는 어르신들의 문제일 수도 있다. 재정적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 방법이 있다. 명함을 재생 용지로 제작하거나, 전자 명함으로 대신하는 방법도 있다. 절박함만 있다면 최소 예산으로 할 수 있다. 이런 돈 안 쓰는 선거는 지금이 아니면 하기 어렵다. 청년이기 때문에 이상해 보이지 않고 응원과 격려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