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서 ‘한국영화’ 지평 넓혔다…한인 입양아 실화 담은 프랑스 영화

중앙일보

입력 2022.05.26 18:00

업데이트 2022.05.26 18:15

캄보디아계 프랑스 감독 데비 슈의 '리턴 투 서울'은 프랑스 한국계 입양아가 한국에 와 친부모를 찾으며 겪는 방황과 성장을 그렸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사진 맑은시네마]

캄보디아계 프랑스 감독 데비 슈의 '리턴 투 서울'은 프랑스 한국계 입양아가 한국에 와 친부모를 찾으며 겪는 방황과 성장을 그렸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사진 맑은시네마]

“올해 칸영화제에선 가는 곳마다 한국영화가 있죠.”

‘리턴 투 서울’ 데비 슈 감독

지난 22일(현지 시간)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 초청작 ‘리턴 투 서울’은 영화제측의 이런 소개와 함께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한국계 프랑스 입양아 브누아(박지민)가 한국에서 친부모를 찾는 수년간의 여정을 서울‧전주 등을 무대로 그린다. 한국배우 오광록‧김선영 등이 출연하고 대사도 한국말로 진행된다. ‘한국영화’의 범주가 넓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 현지 제작사의 도움을 받았지만, 엄밀히 보면 프랑스‧독일‧벨기에 등 유럽자본이 들어간 프랑스 영화다. 각본‧연출을 맡은 데비 슈(38) 감독은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영화에 주제가처럼 내내 흐르는 신중현 대표곡 ‘꽃잎’ ‘봄비’ ‘아름다운 강산’에 대해 묻자 “2011년 한국에 처음 갔을 때 홍대앞 음악바(Bar)에서 이 놀라운 음악들을 듣고 좋아하게 됐다. 한국 올드송은 내 영혼을 건드린다”고 말할 만큼 한국문화 애호가다.
실제 한국계 프랑스인 입양아인 친구의 실화를 토대로 이번 영화를 만든 그를 24일 칸 현지에서 만났다.

-친구 입양 스토리를 어떻게 영화로 만들게 됐나.  

“2011년 내 연출 데뷔작 ‘달콤한 잠’(다큐멘터리)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한국에 처음 갔을 때 그 친구를 만나게 됐다. 친구가 어떤 문자를 받고 전주에 가야 하는데 같이 가겠느냐더라. 따라가서 친구의 친아버지, 할머니와 영화에서처럼 삼계탕을 먹었다. 우린 한국말을 거의 못 했고 너무 많은 감정이 북받쳤지만 표현하지 못했다. 6년 뒤 친구에게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몇 달뒤 친구가 수십 쪽 분량인 자신의 입양 스토리를 메일로 보내줬다. 그게 영화의 기반이 됐다.”

데비 슈 감독. [사진 칸국제영화제]

데비 슈 감독. [사진 칸국제영화제]

-영화에서 술‧섹스에 의존하는 브누아의 모습은 친부모와 단절로 인한 트라우마처럼 느껴진다.  

“브누아의 이야기는 브누아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는 매우 다른 입양아들도 만났다. 친부모를 보길 원치 않는 입양아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 한국에 가서 부모를 찾고 싶어 했고 잘 안 되면 트라우마를 겪었다. 한국에 집착하고 살고 싶어하다가도 갑자기 자신은 한국인이 아니라며 프랑스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런 극단적인 반응들은 일종의 폭력적 경험, 폭력적 관계로도 나타났다.”

-술을 끊고 안정을 찾은 듯했던 브누아가 오랜만에 친아버지와 단란한 시간을 보낸 뒤 자신을 제대로 배웅해주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갑자기 비뚤어지는 장면은 조금 극적인 설정처럼 느껴졌다.  

“실제 2017년 다시 친구와 친구의 친아버지를 보러 갔을 때 겪은 일이다. 아버지는 우리를 배웅하러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흥분하고 긴장해서 뛰어다녔다. 당황한 딸에게 악수를 청하고 버스에 태우더니 우리가 떠날 때까지 10분간 밖에서 기다리고만 있었다. 불과 조금전 저녁식사에서 아버지가 직접 딸을 위해 피아노곡을 쳤던 순간이 그리워졌다. 그게 삶이다. 그때 본 친구의 좌절감을 영화에 담았다.

슈 감독은 한국계도, 입양아도 아닌 자신이 친구의 삶에 깊숙이 공감한 이유를 “어쩌면 깨진 가족의 역사 때문일지 모른다”고 했다. “내 배경인 캄보디아도 망가진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 부모님은 크메르루주 정권의 대학살 기간(1975~1979년) 많은 가족을 잃고 캄보디아를 떠나야 했다”면서다. 그는 이 대학살 시기 캄보디아 영화계가 겪은 일을 첫 다큐멘터리 ‘달콤한 잠’에 담았다. ‘리턴 투 서울’에선 이런 정체성의 혼란과 여러 감정을 이해할 배우를 찾기 위해 실제 입양아부터 이민자까지 폭넓게 만난 끝에 현재 주연 박지민을 낙점했다. 박지민은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프랑스에서 자란 설치미술가로, 슈 감독의 연기 훈련을 거쳐 촬영했다.

한국 배우 오광록(오른쪽)이 극중 주인공 브누아(가운데, 박지민)의 친아버지 역할로 출연했다. [사진 맑은시네마]

한국 배우 오광록(오른쪽)이 극중 주인공 브누아(가운데, 박지민)의 친아버지 역할로 출연했다. [사진 맑은시네마]

‘리턴 투 서울’은 한국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한국 배급사와 일정을 논의 중이다. 슈 감독은 “그 친구가 칸영화제 첫 상영으로 영화를 봤다”면서 “지금과 다른 과거 모습을 보는 게 두려웠을 텐데 자신의 삶이 담긴 영화를 자랑스럽게 느꼈다. 이제 그녀는 술을 마시지 않고 다른 한인 입양아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영화를 한국 관객에게 보여드리는 의미가 크죠. 실제 입양아들의 이야기는 TV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만든 영화니까요. 프랑스 관점에서 만든 이야기를 어떻게 봐주실지, 다양한 반응을 듣고 싶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