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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성장률 주춤해도 물가 위험 더 크다"…추가 인상 시사 [일문일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데뷔전을 금리 인상(연 1.5%→1.75%)으로 시작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도 시사했다. 통화정책의 중점을 물가에 두겠다고 밝히면서다. 이와 함께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의 3.1%에서 4.5%로 대폭 높였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의 3%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 총재는 낮아진 성장률에도 '물가'가 우선 순위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금통위 결정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물가 상방 위험과 성장 하방 위험이 상존하지만 물가의 부정적 파급 효과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책 대응에 실기해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가 확산하면 실질 임금이 낮아지는 등 취약계층이 중장기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금통위의 금리 인상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아래는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중립금리 수준 이상의 금리 인상은 필요치 않다는 입장이었다. 기존 입장에 변화가 있나.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많이 올라갔다. 현재 실질 이자율(물가 상승을 감안한 이자율)이 중립금리(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보다 낮다. 중립금리 이상으로 갈 거냐 보다 우선적인 일은 중립금리 수준으로 수렴할 수 있게 가는 것이다. 새로운 데이터를 보며 금리 올리는 과정에서 성장과 경제 여건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중립금리 이상으로 갈지 판단하겠다."
당분간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 운용하겠다고 했다. 7~8월 연속 인상 시사인가.  
"‘당분간’을 수개월로 해석하는 것은 저희 의도와 부합한다. 금리 조정 시기를 명시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7~8월에 어떻게 움직일지는 앞으로 나올 경제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 특정 방식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빅스텝 가능성도 열어두나.  
"일전에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언급한 것은 성장과 물가 지표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통화 정책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려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정한 시점의 빅스텝을 의미한 것이 아니다. 저도 커뮤니케이션에 조심하겠지만 소통하는 방식인 만큼 이해해 달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도 있다.
"5월 자료를 보면 4월에 비해 경제 성장률 둔화 추세가 명확해졌다. 중국 봉쇄 조치 등 해외 요인만 보면 여러모로 경기 하방 요인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임에 틀림없다. 다만 국내 요인을 보면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경제 성장에 상방 요인도 있다. 이 두 요인을 결합해서 예측하자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7%, 내년 2.4% 정도로 보고 있다. 이는 잠재 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물가가 앞으로 수개월 5% 이상 높아질 상방 위험에 비교해보면 경제 성장률이 다소 주춤해지더라도, 현재는 물가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된다." 

한국의 물가 정점은 언제인가.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5% 넘을 것이 확정적이다. 저희가 3월 예측할 때만 해도 '상고하저'라고 예측했다. 지금 추세 보면 정점이 상반기가 아니라 중반기 넘어서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가 등이 내려간다고 해도 국제 곡물 가격이 굉장히 올라가고 있어서 내년에도 물가 상승률이 4%대를 상당 기간 가져가다가 내려가지 않을까 본다."
시장은 연말 기준금리를 당초 2.0%에서 2.5% 정도로 높였다. 합리적 수준인가.
"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올랐으니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 수준이 올라간 것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2월보다 인플레이션 예상치가 1%(포인트) 이상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시장이 예상하는 기준금리가 2.25~2.5%로 올라간 것은 합리적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있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성장을 희생시키며 금리를 올릴 상황이라고 보나. 
"경기 둔화도 사실이지만 (올해) 2.7%와 (내년) 2.4% 성장률은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만큼 아직은 스태그플레이션보다 물가 상방을 더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생각한다."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둔화를 야기할 수 있고, 취약계층의 이자부담 증가로 이어질텐데.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라갈 때마다 가계 이자비용이 3조원 이상 늘고, 기업 부담도 2조7000억원 느는 거로 예상된다. 그중에서 영세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받는 피해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다양한 정책과 공조가 필요하다."
한·미간 금리차를 일정기간 용인할 수 있나.
"미국보다 한국의 금리가 높은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단기 금리로 볼 때 한·미 금리 차가 항상 역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금 미국 물가상승률이 8%를 넘는 높은 수준이고 경제성장률도 상대적으로 견고한 상황이다. 미국이 더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금리가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이나 환율은 한국의 상황으로 볼 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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