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전용

"어린이집 싫다는 아이, 억지로 보내면 불안장애 올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5.26 06:00

업데이트 2022.06.10 09:35

어린이집 싫어하더니 이젠 외출까지 꺼려요
생후 36개월 된 건호(가명) 엄마입니다. 어린이집 가길 거부하던 건호가 이제는 외출마저 꺼립니다.
건호가 처음 어린이집을 간 건 22개월 때였어요. 적응을 위해 일주일 동안은 저와 함께 어린이집에 들어갔어요. 1시간 정도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고요. 아이가 좋아하면서 잘 놀길래 본격적으로 다녀보기로 했죠. 그런데 그 다음주 혼자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시작하자 울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어요. 3일간 등원을 시도하다 결국 가정 보육을 했습니다.
어린이집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아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얘기를 평소에 많이 해줬어요. 어린이집에 관한 책도 읽어주고요. 제 노력이 먹혔는지 30개월이 됐을 때 아이가 갑자기 “혼자 어린이집에 가고 싶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에 갔던 어린이집에 한 주 정도 같이 등원하다 이후부턴 혼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이틀은 울지 않고 잘 갔어요. 그런데 3일째부터 안 가겠다고 온몸으로 거부하더라고요. 발버둥 치면서 옷도 안 입으려 했습니다. 하도 난리 치니 마트 가자고 속여 차에 태운 적도 있었죠. 그 후론 아예 외출 자체를 거부하더라고요. 일주일에 2~3일씩, 두 달 정도 보내다 결국 다니지 않기로 했어요.
아이에게 “왜 어린이집이 싫어?”라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선생님은 좋은데 친구들이 낯설다”고 하더라고요. “한 친구가 내 머리를 콩 때렸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속상했겠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이 얘기를 아직도 해요. 원래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른 아이들이 있으면 집에 가자고 합니다.
어린이집이 아닌 문화센터나 학원 같은 기관을 알아보고 있어요. 하지만 아이가 이런 기관도 가기 싫다고 울고불고 합니다. 그러다가도 막상 가면 잘 놀아요. 갔다 오는 길엔 재미있었다고 좋아하고요. 문화센터나 학원에 가기 전 극도로 거부할 땐 보내지 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 정서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막상 잘 놀고 나오는 걸 보면 계속 시도를 해봐야 하나 싶어져요. 집에만 있으면 사회성이 떨어지진 않을까 걱정되거든요. 대체 뭐가 맞는 걸까요?
일러스트=변소라 디자이너

일러스트=변소라 디자이너

아이의 불안을 낮추는 게 우선입니다. 건호는 불안 장애로 넘어가는 경계에 있는 것 같아요. 아이 상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검사와 치료를 받으세요.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유지나(가명)씨의 고민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증세가 심해지기 전에 병원을 가는 게 문제 행동을 바로잡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신의진 교수는 “건호의 불안이 높아진 건 ‘남들도 다 하니까’ ‘때가 됐으니까’라는 생각으로 양육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아이의 기질과 특성에 맞게 양육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신 교수는 “36개월 전까지는 기질에 따라 커가는 양상이 천차만별”이라며 “아이의 기질에 맞게 양육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건호는 예민한 편이었어요. 또래 아이들은 돌 이전에 끝낼 잠투정을 20개월 넘을 때까지 할 정도였거든요. 그런 아이가 엄마와 떨어져 어린이집이라는 낯선 환경에 놓였을 때 매우 두려웠을 거라는 게 신 교수의 의견입니다. 낯선 세상에 홀로 던져진 느낌을 받았을 거라고요.

유지나씨(이하 유)와 신의진 교수(이하 신)의 상담은 지난달 18일 줌을 통해 30분간 진행됐습니다.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는 유지나씨의 동의를 얻어 상담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아이가 건호처럼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떼쓴다고요? 이럴 때 양육자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이번 상담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세요.

일러스트=변소라 디자이너

일러스트=변소라 디자이너

아이는 왜 어린이집 가기 전 자지러졌을까 

신) 보내주신 사연을 읽어봤는데요, 어떤 게 가장 궁금하신가요?

유) 아이를 언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적절한 건지요. 22개월 때 처음 어린이집을 시도했다가 열흘 정도 만에 그만뒀거든요. 30개월에 다시 갔는데 또 얼마 못 가 퇴소했고요. 지금은 36개월인데 어린이집을 갈 준비가 아직도 안 된 것 같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다 잘 다니는데, 왜 유독 우리 아이는 힘들어할까요?

신) 아이가 거부하는 게 정확히 어떤 순간인가요? 어린이집에서 특정 활동을 할 때인가요, 아니면 아침에 엄마랑 헤어질 때인가요?

유) 등원할 때요. 건호가 아침에 저에게 “오늘은 우리 집에서 뭐해?” 이렇게 물어요. 그럼 전 “어린이집 가야지”라고 해요. 그때부터 가기 싫다고 오열합니다. 발버둥 치다 옷도 겨우 입고요. 차에 타지 않으려고 도망가요.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막상 또 보채지 않고 잘 들어가긴 해요.

신) 어린이집 선생님은 뭐라고 하세요?

유) 건호가 엄청 잘 지낸대요. 건호도 하원할 때는 “나 어린이집 좋아, 내일도 또 갈 거야”라면서 뿌듯해해요. 하지만 다음 날이 되면 또 아침부터 울고불고 난리를 칩니다.

신) 아이가 가기 싫어하는 곳이 어린이집 말고 또 있나요?

유) 어린이집을 가기 전에도 가끔 어떤 장소를 가기 싫다고 운 적이 있긴 합니다. 그래도 대체로 잘 따라다닌 편이에요. 쇼핑몰이나 식물원, 박물관 이런 공간은 잘 가고 정말 좋아해요. 그런 아이가 30개월 땐 어린이집 가기 싫어서 외출을 거부하기도 했어요.

신) 아이가 어린이집 말고 다른 데도 안 간다 그래요?

유) 네, 나가기 싫대요. 제가 마트 들르는 척하면서 어린이집으로 가기도 했거든요. 이런 게 아이에게 안 좋은 기억을 자리 잡았나 봐요.

신) 처음 어린이집에 가서 일주일 동안은 어머니랑 함께 어린이집에 들어간 거죠?

유) 적응 기간이라 저도 어린이집에 들어갔어요. 전 앉아 있고 건호는 혼자 놀았습니다. 일주일 후부턴 제가 문 앞에서 인사를 하고 건호 혼자 들여보냈고요.

신) 아이가 엄마와 분리돼 혼자 들어갈 때부터 싫어했다는 말씀이시군요?

유) 네, 그렇습니다.

신) 초반에 아이랑 함께 어린이집에 들어갔을 때 아이에게 별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았나요?

유) 잘 적응하는 거 같았어요. 선생님이 규칙을 가르쳐주면 잘 따르기도 했고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신) 머물렀던 시간이 얼마였죠?

유) 1시간이요.

신) 그 정도 짧은 시간이라면 어린이집을 제대로 경험했다기보단 엄마가 있는 데서 아이 혼자 놀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어쨌든 혼자 들여보내니 놀라서 자지러진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 기억으로 어린이집을 안 가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하는 거고요. 그러다 왜 30개월쯤엔 아이가 스스로 어린이집을 가겠다고 했을까요?

유) 어린이집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줬어요. 어린이집에 관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요.

신) 어머니가 어린이집에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이끌었다고 보면 되겠네요?

유) 그렇죠. 친구들도 다 다니는 거 아니까 이제 자기도 가야 하지 않나 했던 것 같아요.

신) 30개월 때 다시 가서도 1시간씩 있었단 거죠?

유) 건호가 다녔던 어린이집은 2주 동안은 1시간 정도만 머무르면서 적응기를 갖게 했어요.

신) 그 1시간 동안 아이는 어땠다고 하던가요?

유) 선생님들 말로는 잘 지낸대요. 처음에는 중간중간 “엄마 언제 와요?” 물어보긴 했다더라고요.

일러스트=변소라 디자이너

일러스트=변소라 디자이너

예민한 아이, 이런 기질을 몰랐던 양육자

신)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는 것에 겁을 먹고 있는 거 같아요. 건호는 원래 어떤 기질의 아이인가요?

유) 책을 보면 자기가 읽고 싶은 것만 읽어요. 뭔가 새로운 것을 도전하거나 덤벼들거나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신) 밥 잘 먹고, 잠도 잘 자고요?

유) 어릴 때는 잠투정이 정말 심했어요. 지금은 대체로 잘 자는데요, 피곤할 땐 가끔 잠투정합니다.

신) 몇 개월까지 잠투정이 심했나요?

유) 20개월 정도요.

신) 건호가 잠투정을 길게 했네요. 어머니가 아주 힘드셨겠어요. 보통 아이들은 돌 이전에 잠투정이 끝나거든요. 긴장도가 아주 높은 아이네요.

유) 그런가요? 까다로운 편이긴 해요.

신) 평소에 엄마 아빠와는 어떻게 지내요?

유)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요. 저나 아이 아빠와 상호작용하는 걸 정말 좋아하고요. 요즘엔 제가 일부러 밖에 많이 데리고 나가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문화센터 같은 데는 또 가기 싫어해요.

신) 아이들이 어릴 땐 기질에 따라 자라는 스타일이 정말 제각각이에요. 그래서 아이 입장을 맞추려는 어머니들은 우리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분석해요. 화려한 색깔이 있는 걸 좋아하는지,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지 같은 것들을 세세하게 살피는 거죠. 아이 취향과 특성에 맞게 환경도 꾸며주고요. ‘이 시기엔 이걸 해야 한다’는 일반적 관점을 따르기보단 아이의 눈에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고민하는 거예요.

유) 전 그렇게까지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아이가 어렸을 땐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갑자기 변한 것 같아 당황스러웠죠. 아이가 크면서 뭔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정도가 강해진 건 줄 알았어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했고요.

신) 어머니는 아이를 분석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약하신 것 같아요. 이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려움이 생겼을 때 해결을 하려면 어머니의 시각도 바뀌어야겠죠?

유) 그래야죠.

신) 제가 봤을 때 건호는 민감한 아이예요. 단순히 어린이집을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엄마와 떨어져야 하는 곳을 갈 때마다 아이의 불안이 엄청 높아지잖아요. 그렇다면 아이 입장에서 엄마와 떨어지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고민하셔야 해요.

유) 그동안 제가 너무 안일했던 것 같네요.

관련기사

‘무리한 시도’, 어떤 아이에겐 공포 

신) 소아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보면, 건호는 지금 상당히 불안 수준이 높아졌어요. 그래서 이젠 다른 차원의 조치가 필요해 보여요. 예전엔 어린이집 가는 것만 싫어했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다른 장소도 꺼리고 친구들 봐도 겁을 내요. 불안 장애 전 단계까지 왔다고 볼 수 있어요. 특정 상황에 대한 불안 증상이 다른 상황으로 확대돼 하나의 패턴으로 고착되면 불안 장애라고 부르거든요.

유) 제가 어떻게 해야 했나요?

신) 제가 만약 어머니였다면 22개월 때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을 것 같아요. 만약 어린이집을 보냈더라도 일주일 만에 분리하지 않았을 거고요. 한동안 같이 들어갔을 거예요. 다만 계속 머무는 건 아니고요. 초반 10~15분 정도만 엄마와 선생님이 건호와 함께 놀아줘요.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엄마는 잠깐 집안일 할 게 있거든. 선생님이랑 놀고 있을래? 엄마는 시계가 여기를 가리킬 때 올게”라면서 나가는 겁니다. 이런 게 인지행동 치료 접근법이에요. 그런데 어머니는 일반론적으로 보셨죠. 우리 아이도 잘 적응했으면 좋겠다 싶으니 아이를 한 번씩 떨어뜨려 놓아 보기도 하고요.

유) 맞아요, 그렇게 했어요.

신) 아이고 어른이고 긴장도가 높지 않아야 잘 자거든요. 잠투정이 심한 아이는 신경학적으로 보면 자는 동안에도 긴장의 끈을 못 놓을 정도로 예민한 체질인 거예요. 이런 아이들은 새로운 자극이나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보통 아이들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훨씬 많이 올라가요. 그럼 뇌에서 거부감을 느끼고요.

유) 제가 잘못 대처했던 거군요.

신) 자신을 탓하진 마세요. 어머니 말대로 “마트 가자”는 식으로 살살 꼬드기다 보면 결국 따라가는 아이들도 많아요. 그런데 건호는 아니었던 거죠. 건호는 아마 ‘엄마가 날 속였구나’라면서 좌절과 공포를 느꼈을 겁니다.

유) 이제 제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신) 소아정신과 진료를 받아보세요. 병원은 병나기 전에 가는 게 제일 좋아요. 불안 장애로 갔는지, 아직 그 단계는 아닌지 검사를 받아보시고요. 아이가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잖아요. 아이의 불안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야 해요. 어린이집을 비롯한 전반적인 불안 수준을 낮추는 치료를 받은 후에 안정이 되면 어린이집을 보내는 훈련을 다시 해보는 겁니다.

유) 지금 어린이집을 안 보내고 있는데, 불안이 확대될 수 있나요?

신) 이미 문화센터부터 시작해 외출 자체를 꺼리고 있잖아요. 불안 장애 수준으로 가면 이런 상황은 훨씬 심해질 거예요. 어린이집이나 문화센터만 거부하는 게 아니라 다른 장소들까지 거부하는 거죠. 증세가 악화하면 유아기 분리불안 장애로 갈 수 있어요. 엄마와 10m도 안 떨어지는 아이로 자랄 수 있어요.

유) 교수님 말씀을 들으니 갑자기 겁이 납니다.

신) 제가 ‘장애’라고 말한 건 스스로 회복이 안 되는 걸 의미합니다. 어머니가 아무리 꼬드기고 해도 아이가 스스로 그 벽을 넘지 못할 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런 상태를 장애로 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유) 교수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아이가 수학 학원이나 미술 학원을 가면 처음에는 안 떨어지려고 해요. 그러다가도 또 재미있게 있다가 나오거든요. 이런 곳은 다녀도 되는 걸까요?

신) 어머니는 ‘아이가 어린이집 못 가면 어떡하나’ 걱정돼 자꾸 떨어뜨리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저는 바로 그런 걸 하지 말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아이의 불안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게 우선이에요. 그런 다음에 어린이집에 가서 인지행동 치료 접근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해요. 이게 확실한 순서입니다. 아이는 다 똑같지 않아요. 특히 36개월 전까진 정말 다릅니다. 제가 오늘 어머니께 솔루션을 드렸으니 꼭 실천해보시기 바랍니다.

신의진 교수의 총평 및 솔루션
① 아이의 기질은 천차만별입니다. 일반적인 기준에 아이를 맞추려 하지 마세요. 아이의 눈에 세상이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는 게 먼저입니다.
② 어린아이가 부모와 떨어지는 걸 두려워한다면 섣불리 분리하지 마세요. 무리하게 시도했다간 아이의 불안감만 높일 수 있어요. 시간을 갖고 천천히 익숙해지게 하세요.
③ 병원은 병나기 전에 가는 게 좋습니다. 증세가 심각해지면 정상 범주로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거든요. 어려움을 겪는 아이라면 빨리 병원을 찾아 검사·치료를 받으세요.

☞이번 상담을 끝으로 ‘괜찮아, 부모상담소’ 두번째 시즌을 마칩니다. 이번 시즌엔 아이의 발달 문제로 고민하는 양육자 14명을 만났는데요, 문제 행동의 원인을 찾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괜찮아, 부모상담소’는 한 달여 간의 정비 기간을 갖고, 오는 7월 세번째 시즌으로 돌아옵니다. 다음 시즌에는 양육자가 흔히 걱정하는 ‘아이 교육’에 대한 상담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 드립니다.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