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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국이 만든 규정 칼대는 한동훈 "형사사건 공개금지 개정"

중앙일보

입력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언론에 대한 검찰의 피의사실 및 수사 상황 공개를 대폭 제한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추진해 만든 이 규정은 법무부 훈령으로, 국회를 거치지 않고도 법무부 장관 의지에 따라 개정할 수 있다.

2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동훈 장관은 법무부 훈령(일부개정령 제1373호)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최근 내렸다고 한다. 이에 법무부는 대검찰청에 의견 수렴을 요청했고, 대검찰청은 각계 의견을 취합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당시인 2019년 도입 추진돼 그해 12월 최초 시행된 이 규정은 검찰이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 의결없이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을 언론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검찰의 공보 업무를 전문 공보관에게 전담하게 하고, 전문 공보관이 아닌 검사 및 검찰 수사관은 형사 사건과 관련해 언론과 개별적으로 접촉하지 못하게 했다.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당시인 2021년 8월에는 신설한 인권보호관에게 수사정보 유출 관련 진상 조사 및 내사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 등이 추가됐다.

법무부가 이 규정을 도입하려고 준비하던 시기는 당시 새로 취임한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활발히 진행된 시기였기 때문에, 조 전 장관이 자신의 의혹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법무부가 이 규정을 내세워 당시 여권 정치인이나 공직자 등에 대해서만 공소장 제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조 전 장관은 전임자인 박상기 전 장관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며, 새 규정은 가족 수사가 마무리되면 시행하겠다고 밝혔었다.

위헌 논란도 따랐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 이 규정에 대해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의 방패막이로 활용되고 있고 검찰은 깜깜이 수사를 통해 사건을 축소하고 있다""국민의 알권리,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가 반복될 위험이 있는 규정이 헌법 질서의 수호·유지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긴급히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성룡 기자

한 장관 역시 취임 전부터 이 규정을 개정할 필요성에 공감하는 뜻을 밝혔다. 한 장관은 인사청문회 서면 질의에서 "형사사건공개금지규정 실제 운영과정에서 공개범위 축소에 따른 국민의 알 권리 제한 등과 같은 비판적인 의견들도 있었다"며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게 되면 검찰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의 여러 의견을 경청해 합리적인 공개 범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밝혀 사실상의 개정 의지를 내보였다.

한 장관의 지시에 따라 추진되는 만큼, 이 규정은 상당 부분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검찰 내에서 "최소한 인권보호관에게 진상 조사를 개시할 수 있게 한 독소 규정만큼은 없애야 할 것(대검 간부)"이라는 등 실질적인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데다, 언론과 학계 등을 중심으로 폐지 요구도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규정이 사실상 폐지되는 수준으로 개정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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