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처럼 목소리만 들어도 어, 정홍일! 하는 가수 되고 싶어”

중앙일보

입력 2022.05.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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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코로나19에 걸리고 나서) 이렇게까지 소리가 안 날 줄 몰랐는데, 막상 녹음하고 보니 애절한 게 담겼더라고요.”

가수 정홍일(47)이 지난 22일 신곡 ‘그늘’을 냈다. ‘무명’ 가수였던 정홍일이 2020년 ‘싱어게인’으로 이름을 알린 뒤 두 번째 발표한 곡이다. 원래 14곡을 수록한 정규 앨범을 계획하고 곡도 준비했지만, 코로나19가 덮쳐 정규 앨범 계획은 미뤄졌다. 지난 4월 코로나19 확진 뒤 회복한 정홍일은 “(코로나19 회복 이후) 목소리 컨디션이 평상시의 절반도 안 될 정도로 떨어졌었다”며 “이렇게까지 소리가 안 날 줄은 몰랐는데, 태어나서 처음 녹음에 실패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몸무게가 3㎏이나 빠졌다는 그는 지난해 ‘싱어게인’이 끝난 뒤 인터뷰 당시보다 해쓱해진 모습이었다.

스물 셋에 우연히 록밴드를 시작하고, 40대에 우연히 ‘무명가수’를 벗어난 가수 정홍일 이 신곡 ‘그늘’을 발표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스물 셋에 우연히 록밴드를 시작하고, 40대에 우연히 ‘무명가수’를 벗어난 가수 정홍일 이 신곡 ‘그늘’을 발표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앨범을 위해 모아둔 14곡은 목 상태에 따라 한 곡씩 녹음해 공개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다행히 지금은 원래 목소리의 80% 정도 컨디션을 회복했다고 했다. 정홍일은 “막상 녹음하고 보니 소리내기가 힘들어선지 목소리가 애절하게 담겨서, 가사와 오히려 더 잘 어우러지고 대중에게 감정 전달도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홍일은 “힘들었던 저의 29세를 떠올리며 녹음한 곡”이라며 “요즘 청춘들은 더 힘들 것 같은데, 그 사람들에게 그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새 노래를 소개했다. 뮤직비디오에도 취업 준비, 아르바이트 등으로 고군분투하는 2030의 모습을 담았다.

그는 ‘29’라는 숫자를 유독 많이 언급했다. 스물아홉 당시 3년 정도 다니던 직장 생활도 힘겨웠고, 여자 친구(현 아내)와도 헤어진 상태에서 서른을 맞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정홍일은 “그땐 ‘남자 30 달면 인생 무너지는 거 아냐?’ 싶던 때였다”며 “(근데 막상 서른이 되니) 별거 없더라”며 웃었다.

‘싱어게인’에서 ‘29번 가수’였던 정홍일은 “29번을 뽑았을 때 ‘이건 운명이다’ 생각했다”며 “29살이 정말 힘들었는데, 45살 정홍일이 새 도전을 하며 29번을 다는 게 드라마 같았다”고 했다. 그는 “번호판을 떼서 상자에 넣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나의 29세 고통은 여기서 끝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싱어게인’에서 돋보였던 선 굵은 목소리와 파워풀한 가창력은 10년 넘는 록밴드 활동으로 다져졌다. 하지만 정홍일은 “20대의 원래 목소리는 미성이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소풍 가서 ‘노래 부를 사람’을 찾으면 옆에서 친구들이 쿡쿡 찔러 일으켜 세우던” 아이였고, “숫기가 없었지만 노래는 다 불렀던” 정홍일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축제에서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을 부르며 첫 무대를 경험했다.

그러나 20대 초반까지도 본격적인 음악 활동은 해본 적이 없었다. 여러 일을 거치며 돈을 벌던 중 한 광고기획사에서 “좋은 오디오로 음악을 많이 접하면서 매료된” 게 음악인 정홍일의 시작이었다. 그 회사에서 CM송을 부르거나, 성우가 녹음하는 빈자리를 메꾸기도 하던 정홍일은 그러다 만난 사람들과 1998년 록밴드 바크하우스 생활을 시작했다. 스물셋부터 10년 넘게, 직장이 있는 창원에서 부산 사상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오가며 밴드 활동을 했다.

‘싱어게인’이 첫 방송 출연이었던 그는 그 전까지 카메라와 접점이 없었다. 40대에 갑자기 카메라 앞에 서면서 긴장하지 않기 위해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고 자신을 세뇌했다고 했다. 정홍일은 “‘플래시 터지는 일도 삶의 일부분이다’라고 계속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홍일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긴 머리는 서른 중반부터 기르기 시작했다. 가장 길 땐 허리까지 닿을 정도였다. ‘긴 머리 로커’ 김종서와는 만난 적이 없고, 김경호와는 JTBC ‘유명가수전’에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 “경호 형님도 (긴 머리를) 똑같이 관리하고 계시더라”고 했다.

“임재범 선배와 듀엣으로 비상 부르고 싶어” 

정홍일은 “신곡 ‘그늘’은 100% 대중적인 코드의 곡”이라며 “‘가수 정홍일’로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오는 28일 팬 미팅도 앞두고 있다. 원래 여름 공연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이후 목소리 회복을 위해 미뤄두고 팬 미팅을 우선 연다. 정홍일은 “팬들을 실제로는 처음 만나는 거라, 신고식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록음악을 좋아한다는 정홍일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영국의 조용필 격”이라며 록밴드 배드컴퍼니를 꼽았다. 앞으로 보컬리스트로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임재범 선배님과 듀엣을 꼭 하고 싶다”며 “공연은 간 적 있지만, 바로 옆에서 목소리를 들으며 같이 ‘비상’을 부르고 싶다”고 밝혔다. 사인할 때 ‘싱어게인 정홍일’을 썼다는 정홍일은 이제는 사인할 때 ‘싱어게인’을 쓰지 않고 이름 석 자만 쓴다. 그는 “목소리만 딱 들으면 ‘어 이 목소리? 정홍일!’ 하는, 임재범 선배처럼 ‘이 노래는 무조건 홍일이지’ 꼽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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