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22학번 새내기인 김경주 더불어민주당 경주 시의원 후보는 2003년생(만 18세)으로 이번 지방선거 출마자 가운데 최연소다. 그는 지난 2014년, 그러니까 초등생 때 벌어진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줄곧 정치판에 몸담아 학생자치참여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쳐 지난 20대 대선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는 이낙연 캠프 청소년 본부의 정책 자문 대표와 경주시 공동선대위원장까지 맡았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 판에서 구른 경력으로 치면 아주 초보는 아니다.
그런 김 후보도 이번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공천 과정에서부터 마음고생을 크게 했다고 한다. 지난달 말 김 후보의 단수 공천이 확정됐지만, 바로 다음 날 경쟁상대였던 기성 정치인이 재심을 신청해 이의를 제기한 탓이다. 급기야 지난 2일 경북도당 재심위원회가 재심을 인용했다. 다행히 이틀 뒤 중앙당 비대위에서 기각하면서 김 후보는 지난 4일 정식 후보가 됐다. 이 과정에서 “갓 열여덟살 따위가”라는 조롱 섞인 말을 적잖이 들었다고 한다. ‘갓’을 ‘GOD(신)’로 바꾸겠다는 김 후보를 지난 11일 만났다.
- 공천 과정에서 경쟁상대가 기존 경주 시의원이었다.
- 현역 시의원을 상대로 만 18세 신인이 붙는다는 도전 자체가 어려웠다.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 분들이 전부 “이번엔 참아(출마하지 마)”라고 조언하셨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거로 봤다. 다만 상대의 공천 결정 불복은 예상하지 못했다. 재심 끝에 공천이 결정된 후에도 “지역위원장이 힘을 썼다” “돈 있는 부모가 중앙당에 금전적 지원을 했다”는 악의적 소문이 돌아서 상처받았다. 여기엔 18세는 현역 시의원을 이길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있는데 이 자체가 청년 폄훼다. 기성 정치인을 비롯한 어른들은 틈만 나면 청년 정치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지만 막상 청년이 경쟁자로 등장하기만 해도 무조건 질타하는구나 싶었다. 이중 잣대다. 당선 가능성과 별개로 어리다는 이유로 후보자를 존중하지 않는다.
- 악의적 소문이 왜 났을까.
-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경쟁상대 측이 퍼뜨린 게 아닐까. 본인과 경쟁하지 않을 땐 나쁜 이야기는커녕 격려를 하다가 막상 내가 유력한 후보자로 떠오르자 나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청년이 아니라 기성 정치인이었다면 그런 소문이 퍼질 일은 없었을 거다. '무조건 청년이라 안 된다'는 식의 악의적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입으로는 청년이 잘돼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기 자리를 빼앗긴다고 생각하니 ‘어디 어린 게 감히’ 이런 느낌으로 공격하는 거다. 비단 딱 한 사람의 문제는 아니고 어느 지역이든 똑같다. 청년이 결국 공천을 받은 다른 지역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성 정치인이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등 별일이 다 많더라.
- 정말 배경이나 돈과 무관한 공정한 공천이었나.
- 민주당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시스템 공천'을 겪었다. 정말 공정한 절차다. 내부 인사는 물론이고 외부 인사가 평가에 관여해 최고점과 최하점은 빼고 점수를 내기 때문에 특정한 한 사람이 점수를 몰아준다고 공천받을 수 없다. 소문처럼 누구 인맥 덕에 공천을 줄 바에야 그냥 전략공천을 때려버리면 된다.
- 선거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은.
- 뭐니 뭐니 해도 머니(돈)다. 솔직히 지역 사회에서 진짜로 봉사하거나 당 활동을 오래 한 청년은 돈 벌 데가 없다. 당은 물론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 비용은 예비 후보 당시 든 비용 1000만원을 포함해서 총 2000만원이 훌쩍 넘을 것 같다. (※선거비 제한 4000만원) 사무실 임대료에 200만원, 선거운동 도우미 3명 채용에 360만원, 여기에 현수막·명함·피켓·어깨띠·공보물 등을 다 제작해야 한다. 내 선거구의 경우, 벽보70장에 공보물 1240개를 제작해야 한다. 벽보랑 공보물은 일정 득표율 이상을 얻으면 선관위에서 선거 비용을 보전해준다. 문제는 우선 후보가 이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에, 당장은 부담이 된다는 거다. 예비 후보 때 쓰이는 비용부터 정식 후보 때 설치하는 선거 사무소와 사무소 유지 비용은 보전이 안 된다.
- 선거 비용을 어떻게 마련했나.
- 아르바이트로 번 돈 260만원과 국가장학금 120만원을 더해 380만원으로 시작했다. 삼촌한테 1000만원을 빌렸다. 부모님은 빌려주실 형편이 안 돼서 삼촌께 빌린 거다. 선거 끝나고 갚아야 한다. 후원금은 270만원 들어왔다. 사실 처음에 후원금 1000만원 정도는 예상했기에 쓴맛을 제대로 본 셈이다. 삼촌한테 빌린 돈은 어떻게 갚아야 할지 총체적 난국이다.
- 민주당에서 청년이라는 이유로 김 후보를 밀어주는 것 같나.
- 솔직히 모르겠다. 민주당은 청년 프리미엄 25%를 주는데 심지어 3040 역시 이걸 받아도 공천을 못 받는 경우가 더 많다. 나는 공천을 받았으니 그 자체가 도움을 받은 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역 시의원을 밀어냈다며 안 좋게 보는 시각도 많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이나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에 합류한 광주시당 남진희 공동선대위원장보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많아 (당의 도움을 받기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가끔은 (최연소보다) 더 특별한 정체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 경북이 험지라서 공천받았을까.
- 잘 모르겠지만 당선이 쉬운 지역을 쉽게 청년에 내주지는 않을 거 같다. 지금 지역구보다 더 힘든 곳으로 가라고 하는 어른들도 많다. 공천을 줬다고 생색은 내지만 실은 청년을 험지로 내모는 거다. 청년에게만 송곳 잣대를 들이대는 어른들이 이기적이다.
- 청년 정치인에 할 말이 있나.
- 서울에만 매달리는 '여의도 청년 정치'는 바뀌어야 한다. 여의도에서 정치인과 사진 찍는 걸 즐기는 게 기성 정치인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청년도 청년다운 사람이어야 한다. 지역에 아무 애정없이 오로지 출세에만 관심 있는 사람을 공천하는 건 기성 정치지 청년 정치가 아니다. 중앙당에 얼굴 비치는 사람보다 지역에서 진짜 열심히 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결국 투표는 지역 주민이 하지 않나.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내 나이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을 거다. 하도 ‘갓 18세’라는 말을 많이 들으니 처음엔 싫었는데 갓을 GOD(신)로 바꾸려고 한다. "네가 뭘 알아"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지난 대선 경선 동안 정책 자문 대표와 공동선대위원장을 하며 실질적으로 정책을 만들거나 제안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충분히 정치를 잘 실현할 수 있는 정책 전문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