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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역 내렸더니 1.8km 걸었다...이젠 진짜 '서울대역' 생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제 정말 ‘서울대 입구’ 역이 생기는 거죠.”
2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앞. 서울대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한 학생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1983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서울대입구역 구간 개통 이래 40년간 ‘서울대와 가장 가까운 역’이었던 서울대입구역은 오는 28일 문을 여는 신림선 ‘관악산(서울대)역’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됐다. 관악산역과 서울대 정문 사이의 거리는 350m. 서울대입구역(약 1.8㎞)의 1/5 수준이다.

25일 오전 서울 관악구 2호선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앞. 서울대로 가는 지선버스 정류장 앞에 시민들이 줄지어 있다. 이병준 기자

25일 오전 서울 관악구 2호선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앞. 서울대로 가는 지선버스 정류장 앞에 시민들이 줄지어 있다. 이병준 기자

서울대에서 1.8㎞…‘서울대 없는 서울대입구역’

서울대입구역은 “서울대입구역엔 서울대가 없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서울대에 처음 오는 학생이 서울대입구역에 내려 ‘겁도 없이’ 대학 쪽으로 걸어갔다가 등산을 하게 됐다는 얘기는 전설처럼 이어져 온 실화다. 실제로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에 가려면 30분 이상 걷거나, 버스나 택시를 타야 한다. 평일 아침마다 서울대로 가는 지선버스와 통학 셔틀이 서는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앞이 서울대 학생들로 긴 줄이 만들어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젠 서울대입구역이 붐비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서울대에서 여의도 샛강역까지 총 7.8㎞를 16분 만에 오가는 신림선은 1·2·7·9호선으로 환승이 가능하고, 배차 간격도 3분 30초(출퇴근 시간 기준)로 2호선에 못지않은 편이다. 열차는 10편, 편당 세량이 운행된다.

통학생들 환호…"어차피 버스타야" 반응도

서울 서남권에서 통학하는 서울대생들은 환호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통학한다는 학생 A씨(18)는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들쭉날쭉한데, 아무래도 지하철은 시간도 딱딱 맞고 갈아탈 필요도 없어서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양천구에서 통학을 하고 있다는 B씨(21)는 “오전 9~10시에 버스에 사람이 특히 많다. 통학하는 데 지금 40~50분 정도 걸리는데, 경전철을 타면 좀 더 빨리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서울대 정문 전경. '샤' 모양의 서울대 정문 구조물은 25일 기준 공사 중이다. 이병준 기자.

지난 2월 서울대 정문 전경. '샤' 모양의 서울대 정문 구조물은 25일 기준 공사 중이다. 이병준 기자.

다만 소속 단과대가 정문과 먼 학생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범대생 C씨(19)는 “어차피 신림선이 생겨도 버스를 타야 한다. 정문 앞에서 타도 걸리는 시간은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김모씨(19)도 “관악산역에서 버스를 타려면 만차가 많아 오히려 버스 타기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새 역 개통으로 통학 인구가 분산될 수 있다. 통학 시간 혼잡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상인들은 손님 줄까 '불안'

서울대입구역을 지키던 상인들은 손님들이 줄까 불안해하고 있다.관악산역과 연결된 신림역이나 여의도 등지로 유동인구가 유출될 수 있다면서다. 서울대입구역 인근에서 노점을 하는 이모(59)씨는 “이 부근은 집값이 싸고 강남이 가까워 직장인들이 많이 산다. 지금도 유동인구가 많은 편인데, 서울대입구역으로 오는 사람들이 더 줄어들 것”이라며 “닥쳐봐야 알겠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30년 넘게 관악구에서 음식점을 했다는 A씨(56)도 “우리는 관악산 때문에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그나마 (등산하고) 여기 내려서 먹고 가는 등산객들이 있는데, 이제 여기 내리는 사람이 없어지지 않겠냐. 여의도로 사람들이 더 갈 것”이라며 “교통이 좋아지는 건 좋지만, 더 베드타운(bed town)이 되지 않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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