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넘어 북방으로"...'안미경세' 속 '한반도-북방 문화전략포럼' 개최

중앙일보

입력 2022.05.25 16:12

"한국은 '비욘드(beyond) 4강 외교'를 통해 북방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5일 '제2회 한반도-북방 문화전략포럼'에서 "한국은 4강(미ㆍ중ㆍ일ㆍ러) 중심의 외교에서 벗어나 북방 지역 국가들과 호혜적 협력을 통해 정치ㆍ경제적 이익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포럼은 '북방과의 문화 접점 확인과 연대의 모색'을 주제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으며, 중앙일보가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 세계태권도연맹,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함께 주최했다.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개최된 '제2회 한반도-북방 문화전략포럼'.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 HK+ 국가전략사업단, 세계태권도연맹, 중앙일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김상선 기자.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개최된 '제2회 한반도-북방 문화전략포럼'.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 HK+ 국가전략사업단, 세계태권도연맹, 중앙일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김상선 기자.

"우크라 사태로 연대 더 절실" 

이날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전 세계가 직면한 공급망 위기와 식량난에 대처하기 위해선 한-북방 협력을 비롯한 국제적 연대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조연설에 나선 반 전 총장은 "러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에 걸친 강대국으로서 한국의 북방정책을 위한 핵심 협력 대상이지만, 주권 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유엔 헌장을 위반하고 인류의 문명사를 후퇴시켰다"고 말했다. 이는 '평화는 승리보다 귀하다'는 포럼의 슬로건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이어 "미국 대 러시아, 미국 대 중국의 갈등과 대결이 심화하는 가운데, 다자주의 회복과 국제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또 "지난 21일 한ㆍ미 정상회담에서도 부각됐던 공급망 이슈와 탄소 배출 감축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북방 간 정치ㆍ경제적 이익을 호혜적으로 연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개최된 '제2회 한반도-북방 문화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 이사장). 김상선 기자.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개최된 '제2회 한반도-북방 문화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 이사장). 김상선 기자.

'안미경세' 속 "협력 강화"

이날 포럼은 윤석열 정부가 기존의 '안미경중'(安美經中) 노선을 버리고 '안미경세'(安美經世)를 본격화하는가운데 열렸다. 안보는 한ㆍ미 동맹을 토대로 하되 경제는 중국을 넘어 세계와 협력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한국과 국교 수립 30년을 맞는 아제르바이잔ㆍ우즈베키스탄ㆍ조지아ㆍ카자흐스탄ㆍ키르기스스탄 등 북방 국가와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노태우 정부는 '북방 외교'의 기치 아래 1992년 한 해에만 총 18개 국가와 국교를 수립했다. 1962년(28개국 수교) 이래 최대 수교 실적이었는데, 탈냉전의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해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크게 넓힌 당시의 북방 외교 정신이 오늘날 다시 절실해졌다는 지적이다.

포럼 환영사에서 박정운 한국외대 총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6.23 선언으로 씨앗을 심고 노태우 대통령의 7.7선언으로 발아한 북방 정책은 한국 외교가 전 세계로 확장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장도 "냉전의 장벽이 무너지고 북방으로의 길이 열린 후 한국은 북방과 호혜적 관계를 유지했다"며 "새 정부에서도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문화 통해 협력에 결실"

포럼 참석자들은 한국과 북방을 잇는 '문화의 힘'에도 주목했다.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은 "'문화'(culture)의 영문 어원은 '경작하다'(cultivate)로, 온갖 유기물이 땅에 모이듯 다양한 존재가 서로 어울려 풍요로운 열매를 맺는 것이 문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가 대립할 때 문화를 통한 화합의 메시지는 더욱 빛난다"고 말했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는 "최근 북방 국가들과 터키가 중심이 돼 유라시아태권도대회를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은 태권도 종주국인 만큼 향후 정부와 민간의 대외 전략 수립에 태권도를 비롯한 우리 문화를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개최된 '제2회 한반도-북방 문화전략포럼'에서 패널들이 외교 분야 토론을 하는 모습. 앞 테이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이다 이스마일로바 주한 키르기즈 공화국 대사, 오타르 베르제니시빌리 주한 조지아 대사, 람지 테이무로브 주한 아제르바이잔 대사, 정기웅 NH 국가전략사업단 부단장, 바키트 듀센바예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 두르무르 에르씬 에르친 주한 터키 대사. 김상선 기자.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개최된 '제2회 한반도-북방 문화전략포럼'에서 패널들이 외교 분야 토론을 하는 모습. 앞 테이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이다 이스마일로바 주한 키르기즈 공화국 대사, 오타르 베르제니시빌리 주한 조지아 대사, 람지 테이무로브 주한 아제르바이잔 대사, 정기웅 NH 국가전략사업단 부단장, 바키트 듀센바예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 두르무르 에르씬 에르친 주한 터키 대사. 김상선 기자.

"경제 등 다방면 협력 희망"

한편 이날 포럼에는 7개국 주한 대사 및 관계자가 참석해 한국과 협력 구상을 밝혔다.

람지 테이무로브 주한 아제르바이잔 대사는 "탄소 중립 지역 구축, 스마트시티ㆍ스마트농업 관련 인프라 건설, 산업ㆍ물류 자유 구역 설립 등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타르 베르제니시빌리 주한 조지아 대사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과 조지아 간에 정부, 의회 차원의 공식 상호 방문과 학계, 언론 등 민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며 "향후 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한 통상 분야와 문화, 안보, 교육 등에서 협력의 새 역사를 쓰자"고 했다.

바키트 두센바예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는 "카자흐스탄은 과거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핵무기를 보유했지만, 1992년부터 핵을 폐기해 현재도 비확산에 앞장서는 나라 중 하나"라며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경험은 한반도 문제에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향후 관련 협력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다 이스마일로바 주한 키르키즈 공화국 대사는 "한국의 높은 교육 수준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하며, 향후 교환 학생 프로그램 확대 등 교육 분야 협력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개최된 '제2회 한반도-북방 문화전략포럼'. 참석자들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 이사장)의 기조 연설을 듣는 모습. 김상선 기자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개최된 '제2회 한반도-북방 문화전략포럼'. 참석자들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 이사장)의 기조 연설을 듣는 모습. 김상선 기자

유수프 샤리프조다 주한 타지키스탄 대사는 "2019년에 이낙연 당시 총리가, 지난해엔 박병석 국회의장과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이 타지키스탄을 찾았다"며 "인적 교류를 통해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향후 과학 기술, 문화 협력을 확대하자"고 말했다.

조키르 사이도프 주한 우즈베키스탄 공관 차석은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이 2024년~202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하려는 노력을 지지하며, 2030년 부산 월드엑스포 유치에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양국 대학 간 총장급 포럼 진행, 경협증진자금(EDPF)을 수도 타쉬켄트의 산업단지 조성에 활용, 고려인 역사 박물관 건립 등 다방면의 협력 방안을 한국 정부에 제안해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두르무스 에르씬 에르친 주한 터키 대사는 "터키는 한국전쟁 당시 (파병) 경험 등 한국과 수백 년간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다"며 "한국은 터키에게 역내에서 중국 다음으로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며 향후 한반도 통일이 될 경우 북측 지역과도 협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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