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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스태그플레이션 이미 진행…노동시장 경직성으로 악화 우려"

중앙일보

입력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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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이미 경기는 침체되는데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진입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특히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이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어, 노동시장 유연화와 공급 비용 감소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 진단과 정책 방향' 세미나를 열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전형적인 공급 비용 상승의 충격이 유발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에너지 공급가격 상승이 비용 충격으로 강하게 작용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확대된 유동성이 물가상승 압박을 높였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현재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그 요인으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금리인상 등 긴축적 통화정책,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한 재정지출 확대를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경직적인 노동시장으로 인해 생산성이 약화되고, 잠재성장률이 저하되고 있다"며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통화 정책의 강화가 국내경제의 공급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물가상승과 한미금리 역전에 대응하기 위한 유동성 회수 및 금리인상 정책이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면서 "재정지출 확대도 추가적 물가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중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한국의 금리 인상은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성 교수는 분석했다. 미국은 코로나19 이전에 비교적 양호한 경기 환경이었기 때문에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회수되더라도 충격이 크지 않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한국은 최저임금 급등, 생산성 향상 없는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비용 상승의 충격으로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코로나19를 맞이했다"면서 "유동성이 회수될 경우 노동비용 충격에 노출됐던 코로나19 이전의 부진한 경기상황이 베이스라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성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세제 지원 등 기업의 공급 비용을 감소시키는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 주재로 열린 종합토론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김현석 부산대 교수는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및 자영업자의 부채에 대한 금융부담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대외적으로는 환율 상승에 의한 국제수지와 물가 악영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허준영 서강대 교수는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통화당국은 민간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안정시키고, 재정 당국은 효율적 재정집행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의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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