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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로 "감독님"…칸 찬사받은 탕웨이, 박찬욱에 전한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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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탕웨이가 24일 오전(현지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경쟁부문 진출작 ’헤어질 결심’ 포토콜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배우 탕웨이가 24일 오전(현지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경쟁부문 진출작 ’헤어질 결심’ 포토콜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이 작품을 하겠다고 결정하고 아직 아무도 모를 때부터 매일매일 한국어 공부를 했습니다. 마지막 촬영이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변사한 한국 남자의 중국인 아내 ‘서래’가 된 중화권 스타 배우 탕웨이(湯唯‧43)가 24일(현지 시간)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 영화가 전날 월드프리미어로 공식 상영 뒤 탕웨이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잇따른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영화로는 4번째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지금껏 이 부문(총 21편) 최고 평점 3.2점(만점은 4점)을 받았다. 특히 탕웨이의 연기 호평이 많다. 남편 사망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과 금기시된 관계를 넘나드는 서래는 존재 자체가 미제사건 같은 인물이다. 미국 매체 슬래시필름은 “탕웨이는 ‘서래’ 캐릭터에 수수께끼 같은, 일종의 할리우드 고전 스타의 매력을 부여한다”고 평가했다. 고혹적인 연기를 펼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색, 계’(2007), 남편 김태용 감독과 처음 만난 작품이자, 백상예술대상 외국인 최초 여우주연상을 받은 한국 멜로 ‘만추’(2011) 등에 이어서다.

"박찬욱 감독님이 내 삶의 한 부분 완성"

박찬욱 감독(왼쪽 두 번째)과 배우 탕웨이, 박해일, 각본의 정서경 작가가 24일 오전(현지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 기자회견장(SALL DE CONFERENCE DE PRESSE)에서 경쟁부문 진출작 ’헤어질 결심’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

박찬욱 감독(왼쪽 두 번째)과 배우 탕웨이, 박해일, 각본의 정서경 작가가 24일 오전(현지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 기자회견장(SALL DE CONFERENCE DE PRESSE)에서 경쟁부문 진출작 ’헤어질 결심’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

24일 한국 취재진과 만남에 앞서 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탕웨이는 “박찬욱 ‘감독님’과 함께하며 유일한 어려움은 너무나 즐거웠다는 것”이라며 “땡큐 ‘감독님’, 당신이 내 삶의 한 부분을 완성해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영어‧중국어를 섞어 쓰면서도 그는 ‘감독님’ 호칭만은 한국말로 했다.
서래는 탕웨이로부터 출발한 캐릭터다. 박찬욱 감독이 공동 각본을 쓴 정서경 작가와 아이디어를 나누던 단계부터 탕웨이를 캐스팅하기 위해 배역 자체를 중국인으로 만들었다. 22일 한국 취재진과 티타임에서 박 감독은 “(아이디어 단계부터) 탕웨이로 정해놓고 각본을 완성하다 보니 배우 본인의 모습이 영화에 들어오게 됐다”면서 “가령 탕웨이는 고집스러운 면이 있다. 자기가 믿는 바를 굽히지 않는다”고 했다. 24일 인터뷰에서 탕웨이는 “아마 제가 한국어 공부를 너무 파고드는 걸 보고 ‘고집스럽다’고 하셨을 것 같다”며 웃었다.

박찬욱 "탕웨이 믿는 바 굽히지 않는다" 

서툴지만 적확한 단어로 구사하는 한국말 대사는 비밀이 많은 서래의 진심을 들여다볼 유일한 열쇠다. 그런 만큼 사소한 뉘앙스도 중요하다. 탕웨이가 한국어 기초 문법부터 고지식하게 익혀나간 이유다. 촬영 때마다 한국어‧중국어‧영어버전 3가지 대본과 메모한 노트, 상대역 박해일의 목소리로 녹음한 한국어판 대본을 반복해서 보고 들으며 공부하듯 찍었다. 곁에서 본 박해일은 “현기증 날 정도로 준비했다”고 증언했다. 정작 탕웨이 자신은 “한국어 대사는 감독님의 설명이 충분해 다 이해됐다”면서 “중국어 대사가 고민이었다. 감독님이 한국어의 방식으로 대사를 만들었을 텐데 그걸 중국어로 번역한 게 과연 하고 싶으셨던 말과 맞을까, 그런 면에서 뉘앙스 찾기가 더 어려웠다”고 했다.
서래의 몸은 남편의 소유물인 것처럼 남편의 이니셜이 낙인찍혀 있다. 가정폭력의 희생자고 노인 돌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다. 중국 이민자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박찬욱식 파격으로 뒤집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만약 박찬욱 영화가 아니었어도 이런 캐릭터를 맡았겠느냐고 묻자 탕웨이는 “감독님이 아니면 (이런 캐릭터는) 안 나온다.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영화감독 박찬욱과(왼쪽부터) 배우 탕웨이, 박해일이 22일 오후(현지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의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매체 대상 ’헤어질 결심' 라운드 인터뷰를 위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뉴스1]

영화감독 박찬욱과(왼쪽부터) 배우 탕웨이, 박해일이 22일 오후(현지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의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매체 대상 ’헤어질 결심' 라운드 인터뷰를 위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뉴스1]

서래와 해준의 모호한 관계에 대해 그는 “일부러 어느 순간 이 사람을 사랑해야지, 하면서 연기하지 않았다. 서래는 누군가를 강하게 사랑할 용기나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없는 인물”이라고 했다.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모든 작품을 로맨틱 코미디로 정의했다고 전하자 “진짜”냐고 반문하며 “‘감독님’은 항상 놀랍다. 다른 별에서 온 생명체 아닐까” 하며 웃었다. 다만 “감독님 영화만의 독특한 유머와 사랑 이야기를 생각하면 약간 동의가 된다. 감독님은 사랑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다. 매 작품 중복되지 않고 다 새로운 스타일이어서 중국에도 좋아하는 팬이 많다”고 했다.

"사랑은 타이밍, 내가 준비되고 코드 맞아야죠" 

15년째 ‘색, 계’가 대표작으로 꼽히는데 이번 영화로 바뀔 수 있을까. 탕웨이는 “그 얘기는 10년 후에 하자. 작품이 관객한테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촬영 과정과 환경은 지금껏 가장 행복했다”고 했다. “사랑 역시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곳에서 적절한 사람이 나타나면 나의 사람이죠. 그 사랑을 받으려면 내가 준비돼야 해요. 내가 어떤 상태인지 따라 사랑이 나를 찾아주지 않을까요. 상대와 ‘코드’가 맞는 게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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