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류세 인하도, 외식가격 공표도…물가 정책 ‘약발’ 안먹히네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은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대외 요인에 의한 것이라 정책 수단으로 이를 제어하기에는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치솟는 유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를 20% 내리는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되려 석유류 가격은 크게 상승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석유류 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22.5% 뛰었다. 4월에도 석유류의 상승률은 34.4%에 이른다.

소비자물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소비자물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국제 유가 상승 폭이 정부의 유류세 인하 폭보다 크다 보니 정책 효과를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추가로 이달부터 7월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까지 확대하고, 경유 차량으로 생계를 잇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물가 대책을 내놓았지만, 국제 유가의 매서운 상승세에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가 유가 대응 대책을 쓰지 않았다면 국민이 느끼는 어려움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연초 물가안정 대책 중 하나로 내놓은 외식가격 공표제도 ‘헛심’만 썼다. 햄버거와 치킨 등 12개 외식 품목에 대해 매주 프랜차이즈 업체별로 가격을 공개해 가격 인상을 사전차단하고 물가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물가 억제 효과는 없다시피 하자 윤석열 정부는 결국 이를 폐지하기로 했다.

식자재·인건비 등이 올라서 외식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가격을 공개한다고 해서 상승세가 꺾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의 책임을 외식업계에 떠넘기려 한다는 불만도 거셌다. 외식가격 공표제와 함께 도입된 배달비 공시제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두달 연속 금리 올릴 듯 

최근의 물가 급등은 미국과 중국의 장기 대립 와중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발생했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에 한국 정부가 마땅히 꺼내 들 카드가 없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수요가 살아나고, 치솟는 환율과 상승세인 인건비 등 물가가 오를 요인만 쌓여가고 있다.

이에 따라 두 달 연속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금융ㆍ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26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2007년 7월과 8월에 이어 14년 9개월 만에 처음 기준금리가 두 달 연속 오르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은이 현재 3.1%인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대로 높이고,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경우 3.0%에서 2%대 중후반까지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여야겠지만,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 투입이 예정돼 있어 물가 안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