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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비정규직으로라도 대기업 기웃거리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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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오전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격차해소, 직무급 임금체계 및 저임금 임금구조 철폐 등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30일 오전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격차해소, 직무급 임금체계 및 저임금 임금구조 철폐 등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중소기업 정규직이 대기업 비정규직보다 임금이 10% 이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호봉제 중심의 대기업과 공기업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을 노동개혁의 주요 현안으로 삼았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의 '2021년 6월 기준 고용형태별 실태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매년 한 차례 실시된다.

이에 따르면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근로자 월 임금총액은 327만1000원으로 2020년 6월보다 2.9% 증가했다.

고용형태별로 보면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2만1230원으로 2020년보다 2.4% 증가했다. 비정규직은 1만5482원으로 3.1% 늘었다.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을 100으로 봤을 때 비정규직의 임금은 72.9%였다. 최근 5년 동안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2017년 69.3%에서 2020년 72.4%로 70%대를 넘어선 뒤 계속 차이를 줄여오고 있다.

문제는 기업 규모에 따라 임금 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근로시간. 고용노동부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근로시간. 고용노동부

300인 이상 기업의 정규직 시간당 임금총액은 3만2699원이었다. 같은 규모의 회사에 다니는 비정규직 임금은 2만2602원으로 정규직의 69.1%였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은 2017년 65.1%에서 2020년 68.9%로 격차를 확 줄인 뒤 지난해에도 0.3%포인트(p) 축소되는 등 꾸준히 격차를 좁혀왔다.

중소기업 근로자는 이보다 열악했다. 300인 미만 기업의 정규직 임금은 시간당 1만9148원으로 대기업 정규직의 58.6%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정규직이 대기업 비정규직보다 임금이 15%나 적다.비정규직은 1만4899원으로 대기업 정규직 대비 45.6%였다. 같은 비정규직인 대기업 비정규직과 비교해도 34.1%나 적다.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으로라도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통계다.

기업 규모별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

기업 규모별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

이기권 전 고용부 장관은 "오래전부터 대·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심각했지만, 개선이 안 되고 있다"며 "임금체계의 후진성이 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 전 장관은 "국내 중소기업에선 거의 직무급 중심의 시장 임금이 형성돼 있는 반면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호봉제로 매년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후진적 임금체계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 개편 이외에 답이 없다는 게 이 전 장관의 지적이다.

저임금(중위임금의 2/3 미만) 근로자 비중은 15.6%로 전년보다 0.3%p 개선됐다. 2017년 22.3%를 기록한 뒤 4년 연속 20% 미만이다.

임금 5분위 배율은 4.35배로 전년과 같았다. 임금 5분위 배율은 임금근로자의 임금을 5분위로 나눌 때 1분위 평균임금 대비 5분위 평균임금의 배율이다. 다시 말해 임금수준 상위 20%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하위 20% 근로자 평균임금의 몇 배가 되는지를 나타낸다.

근로시간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정규직이 180.2시간으로 비정규직(115.4시간)보다 40%가량 더 길었다. 정규직의 4대 보험 가입률은 보험별로 94~98.5%에 달했지만, 비정규직은 산재보험(97.6%)을 제외하면 63~76%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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