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달라' 가학적 성관계"…부산 엽기살인, 20대女 감형 왜

중앙일보

입력 2022.05.25 10:25

업데이트 2022.05.25 17:05

심리적·육체적으로 남자친구를 학대하다가 커튼 봉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20대가 항소심에서 형량을 감경받았다. 재판부가 살해 과정에서의 상해 행위는 별도 범죄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특수상해혐의를 인정하지 않아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2부는 살인과 특수상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20대 여성 A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11월 부산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서 연인관계인 남자친구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에 따르면 두 사람은 대학 야구 동아리에서 만나 2020년 5월부터 교제를 시작했고 같은해 6월 오피스텔에서 동거하게 됐다. A씨는 동거하며 수시로 야구방망이, 커튼봉 등으로 B씨의 얼굴·어깨·무릎 등 전신을 때렸고, 흉기로 피부를 훼손하기도 했다.

당시 A씨는B씨와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주도했다. B씨는 폭행을 당하면서도 A씨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저항하지 않았고, 정신적으로 A씨에게 종속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부상으로 거동이 어려워진 B씨가 배설물을 화장실 바닥에 흘리자 이에 분노한 A씨가 둔기를 내리쳤고, B씨는 결국 숨졌다.

A씨는 B씨가 "나를 때려달라"고 하는 등 평소 피학적·가학적 성적 취향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또 성행위를 할 때 죄를 지은 사람에게 벌을 주는 것처럼 역할극을 했고, 원하는 부위를 때려달라고 요구하면 그 부위를 때리기도 했다며, 이는 B씨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B씨가 자신의 상처를 촬영해 이메일로 옮긴 점 등을 고려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1심 확정 뒤 살인의 고의가 없어 상해치사죄에 해당하고 형이 무겁다는 이유 등으로, 검찰 역시 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된 특수상해와 살인 가운데 살인죄만 법적으로 인정하고 감형했다.

법원은 "살인의 고의가 성립한 이후에 있었던 상해 행위는 포괄적으로 살인 행위에 흡수되기 때문에 별도의 범죄로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A씨가 유족과 합의하고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B씨 유족 측은 "키 175㎝로 생전에 야구동아리 투수와 감독을 맡을만큼 건장했던 청년이, 체중 55㎏에 빈혈증상까지 있는 상태였다"며 "과연 그 체력으로 가학적 성애를 즐기는 마조히스트였을 수 있겠느냐"고 감형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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