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겨야 이재명도 산다" 민주 운명 가를 박남춘의 혈전 [밀착마크]

중앙일보

입력 2022.05.25 05:00

업데이트 2022.05.25 09:45

지면보기

종합 04면

24일 오전 7시, 인천 동암역에 도착한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는 ‘인천시장 박남춘’이라고 적힌 피켓부터 목에 걸었다. 그리곤 연신 “좋은 하루 되세요”라며 인사했다. 시민들도 악수와 주먹인사로 호응했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가 24일 인천 연수구 옥련시장 앞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강태화 기자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가 24일 인천 연수구 옥련시장 앞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강태화 기자

출근길 인사를 하던 그는 시계를 보더니 서둘러 어딘가로 이동했다. 생방송 전화 인터뷰에 응하기 위해서였다. 박 후보의 현장 스튜디오가 된 카니발 차량엔 휴대용 프린터와 허기를 달랠 초콜릿과 견과류, 목을 관리하기 위한 약이 보였다. 그러나 새벽 출근길 인사에 이어 인터뷰에 응한 박 후보의 목소리는 이미 쉬어 있었다.

인터뷰를 마친 박 후보는 옆에 놓인 편지 뭉치쪽을 가리키며 “젊은 지지층이 부쩍 늘었다. 빡빡한 선거 일정 중 가장 큰 힘이 되는 응원”이라고 말했다. 그리곤 역사로 돌아가 100여분에 걸친 출근길 인사를 이어갔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의 차량. 초콜릿과 견과류 등 간식과 목을 보호하기 위한 약품,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편지 등이 놓여있다. 강태화 기자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의 차량. 초콜릿과 견과류 등 간식과 목을 보호하기 위한 약품,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편지 등이 놓여있다. 강태화 기자

“한 일을 보면 앞으로 할 일을 알 수 있다.”

박 후보의 상대는 국민의힘 유정복 후보다. 유 후보는 박 후보의 전임 인천시장으로, 이번 선거는 두 사람 간의 두번째 대결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집권 2년차였던 2018년 첫번째 대결에선 박 후보가 승리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치러지면서 4년 전과는 반대 상황이 됐다.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하는 차량에 동승해 박 후보에게 선거 판세에 대해 물었다. 그랬더니 “결코 쉬운 상황이 아닌 건 틀림없지만, 선거운동을 하기에는 오히려 좋다”는 말이 돌아왔다. 박 후보는 “사람이 과거에 했던 일을 보면, 앞으로 그 사람이 어떻게 할지 알 수 있다”며 “두 사람 모두 인천시장을 해봤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이 공개된 ‘성적표’를 놓고 판단해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가 24일 오전 인천 동암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르 하고 있다. 강태화 기자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가 24일 오전 인천 동암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르 하고 있다. 강태화 기자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대선에서 패했고,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치러지는 대선이니 당연하다. 유권자들을 만나면 ‘대선을 통해 심판자를 뽑았으니, 이번엔 머슴과 일꾼을 뽑아야 한다’는 말을 한다. 심판자와 머슴이 국민을 위해 서로 충성경쟁을 벌여야 시민들이 진정 주인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유 후보와의 4년만에 리턴매치다.
“유 후보는 여당인 박근혜 정부 때, 나 역시 여당인 문재인 정부 때 인천시장을 했다. 완전히 같은 조건이다. 같은 조건에서 누가 재정을 더 많이 확보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었는지는 객관적인 성적표로 다 나와있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가 24일 본지 강태화 기자(오른쪽)와 유세 현장으로 이동 중 동승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가 24일 본지 강태화 기자(오른쪽)와 유세 현장으로 이동 중 동승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시장으로서의 성과를 비교한다면.
“나는 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A를 받았고, 도시경쟁력 평가에서도 서울을 제치고 1등에 올랐다. 반면 상대 후보는 C였다. 유 후보도 빚을 많이 갚았다고 하지만, 복지예산을 깎아 어려운 사람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재난재해구호기금을 제로로 만들었다. 또 당시에 판 송도 땅은 지금은 3~4배 갈 거다. 이런식으로 빚 갚는 건 누가 못하나. 반면 내 임기동안 인천은 할 일을 다하면서도 재정부문 최우수 지차제로 선정됐다.”
쓰레기 매립지 문제도 현안이다.
“유 후보는 쓰레기 매립지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지만, 재직 때 ‘대체매립지를 못찾으면 계속 서울의 쓰레기를 인천에 매립한다’는 내용의 독소조항이 담긴 이면합의를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그렇게 해놓고 매립지 문제를 해결했다고 자랑하니 이게 앞뒤가 맞나.”

“인천에서 이겨야 이재명도 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9일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천 선대위 출정식에서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9일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천 선대위 출정식에서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인천은 서울·경기와 함께 지방선거에서 여야의 전체 승패를 가를 격전지로 꼽힌다. 특히 이번엔 인천 계양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까지 출마했다. 이 전 지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총괄선대위원장까지 겸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선거 결과에 이 전 지사의 정치생명과 민주당의 운명이 함께 걸려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 후보도 “이미 이 전 지사가 혼자 계양을에서 당선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라며 “계양을은 물론 내가 출마한 인천시장 선거에서도 반드시 이기지 않으면 이 전 지사가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내가 더 열심히 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재명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대선때 민주당 지지했던 사람들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출마한 이 전 지사의 진정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선거 막판으로 가면서 지지층 결집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다만 “이 전 지사와 다니면 300미터를 걸어가는데 1시간 반 이상이 걸린다”며 “그런데 이런 건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전 지사의 팬덤과 전체 선거 전략과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가 24일 이천시 미추홀구 노인대학 입학식에 참석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태화 기자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가 24일 이천시 미추홀구 노인대학 입학식에 참석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태화 기자

동승 인터뷰를 마친 박 후보는 인천 미추홀구에서 열린 노인대학 입학식과 중구 신포시장 상인과의 만남, 연수구 옥련시장 집중유세 등 촘촘한 일정을 이어갔다.

옥련시장 앞 사거리에 설치된 유세차에 오른 박 후보는 “인천시민들은 지금까지 재선 시장을 잘 안 만들어주셨다”며 “지난 4년동안 제가 뭘 했는지 잘 보시고 저 좀 재선시켜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들이 4년간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고 사업을 시작해도 재선이 안 되면 그대로 스톱되고, 시장이 바뀌어 정책이 되돌려지면 결국 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 박 후보의 이번 선거 구호는 ‘시작도 완성도 박남춘’이다. 자신이 설계한 정책의 마무리까지 직접 할 기회를 달라는 의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