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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금리 오를 것” 겁에 질린 소비자…9년 만에 최악 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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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또 올라 9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3%로 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한 대형마트의 식료품 매장 모습. [뉴스1]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또 올라 9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3%로 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한 대형마트의 식료품 매장 모습. [뉴스1]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3%로 조사됐다. 전달보다 0.2%포인트 올랐다.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소비자의 향후 1년간 물가 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을 장기간 끌고 가는 주된 요인이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물가 인식도 전달보다 0.2%포인트 오른 3.4%를 기록했다. 2013년 1월(3.4%) 이후 최고치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임금과 상품 가격 등에 반영돼 실제 물가를 끌어올리는 ‘2차 파급효과’를 유발한다.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르면서 나타나는 물가 상승은 빠른 속도로 안정되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을 경우 물가 상승이 장기간 지속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은이 오는 26일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4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가 상승 심리(기대인플레이션)가 올라가고 있는 만큼, 인기는 없더라도 시그널(신호)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동향지수(CSI)에서 물가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이달 물가수준전망은 157로 전달보다 2포인트 올랐다. 2011년 8월(157) 이후 최고치다.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에 금리수준전망 CSI(146)은 지난달(141) 세운 역대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CSI는 소비자의 경제 상황 인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100보다 크면 물가나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물가가 뛰고 금리가 오르며 지출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늘었다. 소비지출전망 CSI는 116으로 전달보다 2포인트 올랐다. 2011년 1월(117) 이후 최고치다. 반면 현재생활형편 CSI(89)는 전달보다 3포인트 낮아졌다. 향후생활형편 CSI(93)와 가계수입전망 CSI(98)는 각각 전달보다 1포인트씩 떨어졌다. 앞으로 6개월간 지출은 늘어나지만, 소득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다.

사정이 이러니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이번 달 국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2.6으로 전달보다 1.2포인트 떨어졌다. 실제 지난해부터 사룟값이 폭등하면서 축산물 가격이 끝없이 오르고 있다. 돼지·소·닭 등을 어릴 때 들여오는 이른바 가축비도 오르다 보니 소비자 가격까지 덩달아 오르는 추세다. ‘고기 한 번 먹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이달 기준 삼겹살 100g당 가격은 3865원이다. 지난해 같은 달 2955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30.8%가 올랐다. 같은 기간 돼지고기 목살은 2772원에서 3760원으로 35.6%가 비싸졌다. 돼지고기뿐 아니라 소고기·닭고기 등도 일제히 올랐다. 소고기 등심(1등급) 100g당 평균가격은 1만2355원에서 1만3855원이 됐다. 상승률은 12.1%다.

곡물 수입단가지수 동향 및 전망

곡물 수입단가지수 동향 및 전망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물가상승 기조를 고려해도 축산물 가격 오름세는 가파른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를 기록한 이후 지난 2월까지 3%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3월부터는 4%대로 올라섰다. 이와 비교하면 10%가 넘게 오른 축산물 소비자 가격은 이례적인 수준이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축산물생산비 조사 결과’에서 그 이유가 나타난다. 이에 따르면 사료·가축비 등 축산물 생산비가 급등하면서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아지 사료비가 전년 대비 10.8%, 육계 사료비가 7.5% 오르는 등 우유를 제외하곤 5% 이상 사료비가 오른 게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올해 들어 곡물 가격 오름세가 더 빨라졌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밀 생산지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곡물 가격은 2월부터 급등했다. 한국농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시카고선물거래소의 밀·옥수수·콩 가격은 평년 같은 달 대비 각각 137.2·102.1·72% 올랐다. 축산업계는 ‘곡물→사료→축산물’ 순서로 시차를 두고 가격 인상이 나타나는 만큼 축산물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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