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병상의 코멘터리

민주당 박지현은 ‘탄광 속 카나리아’

중앙일보

입력 2022.05.24 23:37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5.24/뉴스1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5.24/뉴스1

1. 민주당 박지현(26) 비대위원장이 24일 아침 긴급기자회견을 요청해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했습니다.
‘백번이고 천번이고 더 사과드립니다. 염치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번만 더 부탁드립니다..이번 지방선거에서 기회를 주신다면 책임 지고 민주당을 바꿔나가겠습니다..’

2. 이날 회견에서 박지현은 당지도부를 직접 겨냥했습니다.
박지현은 기자들이 ‘진정한 반성이라면..(이재명의) 당대표 불출마 선언이나, 당내 586세력 책임론 등 있어야하지 않나’라고 묻자 ‘당내 논의 거쳐 금주 중으로 발표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구체적으로 ‘586세대 용퇴론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3. 박지현은 또 이재명 전 대선후보를 직접 겨냥했습니다.
박지현은‘내부총질 비난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팬덤’이란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열성 지지자 모임‘개딸’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딸들은 지난 20일 ‘박지현의 내부총질은 해당 행위’라며 ‘박지현 퇴진’요구시위를 벌였습니다.

4. 당내 586을 대표하는 윤호중 비대위원장과 이재명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윤호중은 ‘당과 협의된 것은 없다. (박지현) 개인차원의 입장발표’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재명은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한다. 공감한다. 그밖의 확대해석은 경계한다’고 밝혔습니다. ‘개딸’을 팬덤정치로 ‘확대해석’하지말라는 주장입니다.

5. 결과적으로 박지현의 다짐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현의 호소문에 주목하는 이유는..민주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박지현은 긴급회견을 자청한 이유에 대해 ‘유세현장을 다니는데..민주당이 왜 반성하지 않느냐. 왜 반성해야하는 사람이 다 출마하냐는 질책이 많았다..더 늦기 전 사과드리는 게 좋겠다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6.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이 심각한 상황임을 현장에서 확인했다는 얘기입니다.
민주당 지지율은 최근 10% 이상 떨어졌습니다. 지방선거 참패가 예상됩니다. 17곳 광역단체장 가운데 민주당이 당선을 확신하는 곳은 텃밭 4곳(광주ㆍ전남ㆍ전북ㆍ제주)뿐입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대구ㆍ경북을 제외한 14개 지역에서 완승했던 것과 대조됩니다.

7. 이런 상황에도 민주당이 반성ㆍ쇄신 실천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더 비극입니다.
물론 6월1일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달라질 겁니다. 반성과 쇄신론이 힘을 얻을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참패할 경우 쇄신을 이끌어갈 리더십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재명이 계양을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 하더라도 지방선거 참패일 경우 책임론이 불가피합니다. 분열을 넘어 분당까지 점쳐지고 있습니다.

8. 국회 최대정당이자 제1야당인 민주당의 퇴락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박지현은 ‘탄광 속 카나리아’같습니다. 카나리아는 유해가스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19세기 유럽 광부들은 카나리아를 갱도로 데려갑니다. 카나리아는 유사시 죽음으로 위험신호를 보냅니다.
〈칼럼니스트〉
202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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