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총재 "테라는 피라미드 구조"…당정 "국내 거래소 수사 필요"

중앙일보

입력 2022.05.24 18:51

업데이트 2022.05.24 18:56

국산 코인 루나·테라 폭락의 후폭풍이 거세다.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한 각국 경제 전문가는 경고를 쏟아냈다. 국내에서는 루나·테라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고 투자자 보호조치 마련을 위한 당정 협의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 책임론도 불거졌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루나와 테라에 직격탄을 날린 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23일(현지시간)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 큰 혼란이 발생했다"며 "테라는 자산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불안정한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20%의 수익을 약속한 건 선행 투자자에게 후발 투자자의 자금으로 이익을 주는 피라미드 구조"라며 "이런 구조는 결국 산산조각이 나며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폰지사기란 지적이다.

암호화폐 가치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미국의 대형 투자회사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 스콧 마이너드는 "암호화폐 대부분은 화폐가 아니라 쓰레기(junk)"라며 "암호화폐는 화폐의 조건인 거래 단위, 교환 매개, 가치저장 수단 중 어느 하나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마이너드는 최근의 암호화폐 시장 상황을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에 비유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지속적으로 3만 달러 아래로 무너진다면 그 바닥은 8000달러가 될 것"이라며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을 고려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할 여지가 훨씬 많다"고 예상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4일 오후 5시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은 2만9344달러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암호화폐 시장에 경고를 던졌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22일 네덜란드의 한 토크쇼 인터뷰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질문을 받자 "매우 조심스럽게 평가하자면, 그것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며 "안전을 보장할 닻 역할을 할 만한 기초자산이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투자자 보호 조치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라가르드는 "디지털 자산에 투자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위험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 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 마켓 투자자보호 대책 긴급 당정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 참석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 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 마켓 투자자보호 대책 긴급 당정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 참석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시장 규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가산자산 시장 점검 당정 간담회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청문회 개최와 시행령 개정을 통한 투자자 보호 방안 마련에 대한 의견이 개진됐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모두 발언에서 "거래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철저한 감독이 따라야 한다"며 "거래소들이 이해상충과 제도를 위반했을 때는 법적인 제재를 강력히 함으로써 시장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게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하반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나 투자자 보호 제도 마련은 입법이 필요한 만큼 단시간 내에 해결이 어렵다는 게 참석자들의 중론이었다. 이에 대해 성 의장은 "입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의 시행령을 개정해 투자자 보호나 시장 질서 교란 행위 등을 방지할 수 있는지 정부에 검토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금법의 취지가 자금세탁의 방지에 한정된 만큼 암호화폐 시장을 통제 수단으로 시행령을 활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윤창현 가상자산특별위원장은 "특금법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루나 사태 전과 후는 상황이 다른 만큼 단기적인 입법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행령이 무엇이 있는지 다시 찾아볼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윤 위원장은 "정부와 협의해 기본법 제정을 최대한 빨리하는 게 목표지만, 국제적인 수준과 맞추지 않고 한국만 과잉 입법을 하게 되면 국내 사업자와 투자자가 이탈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실효성 있는 가상자산 규율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해외 규제 사례를 면밀히 파악하고 국제기구 및 주요국과의 협의를 통해 국제 공조 체제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테라·루나 상장과 거래 지원 과정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성 의장은 "거래소가 테라와 루나를 상장할 때 제대로 심사했다면 설계상의 결함을 인지할 수 있었다"며 "거래소가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도 방치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수사 기관에 이 부분에 대해 엄정히 수사해볼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회 정무위원장은 "당국은 입법 전에라도 거래소에 대한 가이드라인 권고안 제정을 서둘러 달라"면서 "거래소도 자기 투자 책임 원칙만 주장할 것이 아니다"며 루나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업계 차원의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이석우 대표는 "증권 시장은 한국거래소 한 곳밖에 없지만 코인 거래소는 다수 있고 해외 거래소로 송금도 가능하다"며 "자본시장법과 같은 획일적인 기준을 들이대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존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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